야권 "전형적인 포퓰리즘" 맹비난…정의당과 이재명도 비판
이낙연 힘 실어주기 차원인 듯…당정 지지율 의식했단 분석도
추경을 통한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포퓰리즘' 논란이 예견된 이번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은 13세 이상 전국민 4640만 명에게 통신비 2만원을 1회성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야심차게 내놓은 첫 정책이다.
이 정책은 이낙연 대표가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당에서 정부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액수는 크지 않더라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고, 이를 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을 발표하며 "정부 방역조치에 협력해 다수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일률적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적은 액수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표 직후 야당은 일제히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고, 일부 민주당 인사와 범여권의 정의당마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조 원 가까운 돈을 통신사에 주겠다는 건데 이렇게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정신을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비대면 재택근무 때문에 통신비가 늘어 2만원을 지급한다 했지만, 정작 국민이 지출한 통신비는 정액제 때문에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전날 페이스북에 "정부에서 기어코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 원씩을 준다고 하는데, 정말로 나라 빚내서 정권 위한 잔치나 벌이실 작정인가"라며 "추석을 앞두고 국민 마음을 2만 원에 사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에 비교적 우호적인 정의당에서도 통신비 지원책을 '여론 무마용'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는 같은날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예산이 1조 원 가까이 되는데 이 돈은 시장에 풀리는 게 아니고 고스란히 통신사에 잠기는 돈이다. 받는 사람도 떨떠름하고 소비 진작, 경제 효과도 전혀 없는 이런 예산을 그대로 승인하기 어렵다"며 "이러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추경을 늘려 전 국민 재난 수당 지급을 결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에서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던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조차 "통신비는 직접 통신회사로 들어가 버리니 '승수 효과(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여권은 "안 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민석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통신비 같은 경우 전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며 "세밀하게 해야 하다 보니 국민의 가려운 등을 긁어줄 수 있는 조치의 일환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이번 정책을 옹호했다.
같은당 설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2만원이 돈이냐는 분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최근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이낙연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 원활한 당정 관계를 위해 이 대표의 취임 이후 실질적인 첫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대표에 대해 "든든하다. 당정 간 여러 관계는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으며, 이에 이 대표는 "당정청은 운명 공동체"라고 화답했다.
일각에선 당정이 지지율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과 '편 가르기'로 논란이 됐던 간호사 격려 글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재정여건을 내세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계층에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원금을 못 받는 계층이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신비 지급'과 같은 선심성 대책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전국민 통신비 지급 결정에는 당정의 정무적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선별 지급을 계획했지만 보편적 지급에 대한 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다보니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그런데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다보니 찔끔 지급하는 수준으로 그쳐 논란이 오히려 커지게 됐다"면서 "앞서 재난지원금 지급때와는 다르게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에는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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