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방식 일단락…이낙연·이재명, 진정한 승자는?

김영석 기자 / 2020-09-07 15:35:59
'선별 지급은 저의 신념' 이낙연, ' '보편지급 이재명에 판정승
해박한 지식에 감성갖춘 '공정한 지도자' 부각, 이재명 승리도

'선별'과 '보편'으로 갈려 의견 충돌을 빚었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이 정부·여당의 '선별지급'으로 결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지난 주말까지 '보편지급'을 굽히지 않던 이재명 경기지시가 당정청의 선별지급 결정에 대해 '충정'을 언급하며 "따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이 주목을 받은 것은 여권내 유력 대선주자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리면서다. 여권내 유력 대선주자 '투 톱'인 두 사람의 지급방식 이견은 '대선 전초전' 으로 비쳐졌고, 이로 인해 여의도 정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올랐다.

 

시작은 이재명 지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코로나19가 8월 중순부터 수도권 대유행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며 확진자가 세 자리 수를 넘어서 경제침체가 우려되자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1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관련 예산을 다 써버린 정부와 여당 지도부 등에서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지급 난색' 기류가 형성됐고, 그로 인한 '지급 신중론'이 정부와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이 때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게 이재명 경기 지사다. 이 지사는 코로나19의 수도권 대유행이 현실화하자 자신의 SNS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특유의 '기본소득'론에 근거한 '경제정책'이라며 "침체돼 가는 경제 마중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지난달 26~28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 여론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기울면서 정부·여당이 '지급' 방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급방식은 이낙연 대표의 '선별지급'으로 결정


문제는 지급방식이었다. 성남시장 재직시절부터 '보편복지' 철학을 바탕으로 '청년배당'과 '산후조리비 지원' 등 기본소득 개념의 4대 복지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던 이 지사는 1차 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보편지급'을 들고 나왔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란 당시 소득 하위 70% 지급안(선별지급)에 무게가 실리자 이 지사는 선제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의 재난지원금을 모든 도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택했고, 이는 결국 정부가 모든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초가 됐다

 

이 지사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도 국민 1인당 30만 원씩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쓸수 있는 '지역화폐'로 제공해 소비하게 함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달 21일 SNS에 올린 글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경제 방역으로서의 2차 재난 기본소득(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피할 수 없다. 제2의 경제방역을 준비해야 할 때이고 그 방법으로는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방식의 재난 지원금 지급이 맞다"면서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게 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당 대표 후보시절 이 지사에게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를 한 차례 빼앗겼던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선출된 뒤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원'으로 해야 한다고 이 지사와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더 급한 분들에게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게 이론상 맞다. 이는 저의 신념"이라며 선별적 지원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지급방식은 정부·여당 지도부 등과 이 지사간 논쟁으로 이어졌고,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남기 부총리에게 "2차 재난지원금으로 국민 1인당 10만 원씩이라도 주자"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6일 새벽에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강한 톤으로 후과를 걱정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당정청 고위 당정협의회의에서 선별지급을 공식화하자 이 지사는 "당론 결정 과정에서의 치열한 논쟁은 민주 정당의 근간이자 충정"이라며 "저 역시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논쟁을 일단락했다.


대선전초전... 진정한 승자는?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정청은 몇 차례 실무 협의 끝에 더 어려운 국민을 먼저 돕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들었다"면서 "지원방법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온다. 그 의견들 모두 검토해 당정청이 결론을 낸 이유와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특히 누구도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총리도 모두발언에서 "청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업자 등 고용취약계층,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피해가 큰 계층을 중심으로 사각지대 없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발언은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선별지급)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 어쩔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이 지사의 '충정'을 일정 부분 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지급방식 논쟁으로 '투 톱'사이에 벌어진 첫 대선 전초전은 일단 이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특히 당 대표 취임 1주일여 만에 '복지의 대가' 자리에 오른 이 지사의 논리를 꺾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데다, 이 지사의 '선별지급에 따른 우려'까지 포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가 형식적으로는 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승리'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퍼져 나오고 있다.

 

이 지사가 1차 때처럼 '보편지급'을 관철하지는 못했지만 복지정책의 화두인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 자신의 노선을 명확히 밝히며 잠재적 경쟁자인 이 대표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서부터 지급 방식에 이르기까지 지원 대상의 사각지대를 우려하며 대중들에게 '공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켜 대중적 지지도를 높인 이 지사가 오히려 승리했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이들은 증거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곳이 지급방식 논쟁이 '선별지급'으로 기울어가던 지난 3~5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3%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이 대표를 누르고 당내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22%를 획득했다. (95% 신뢰수준에서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철없는 얘기?'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구제냐 경제냐' 논란 등 SNS상에서 보인 '무조건적 주장'이 아니라 '근거와 자료에 의한 과학적 논리 전개'와, '결혼반지 부부 이야기'처럼 감성적 표현 등 SNS 운영방식도 이번 논쟁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 대표를 앞질렀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2차 재난지원금 발 대선 전초전은 이 대표와 이 지사, 투 톱 모두가 어느 쪽도 완승이나 완패가 아닌  대선주자로서의 각자 이미지를 굳혔다는 '윈-윈'이라는 평이 많다.

경기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선별지급' 관철을 통해 세간의 '무르다'는 인식을 씻고 조직 장악력과 의지 관철력에 특유의 포용력을 보임으로써 당 대표와 대선주자의 입지를 탄탄하게 했고, 이 지사는 '해박한 지식, 논리력, 감성'을 갖춘 '공정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부각시켜 오히려 대중의 지지를 끌어 올리는 '윈-윈' 형국이 만들어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선별지원 후 나타나는 결과가 논쟁의 최종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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