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8차 당대회서 '새로운 길 시즌2' 채택 가능성"

김당 / 2020-08-23 23:23:54
통일연 김갑식 연구위원 "경제 실패 자인하며 공세적 반전카드 선택"
노동당, 1,300명당 1명 대표비율 적용하면 당원수 450만명 넘게 성장
김일성 '완충기'·김정일 '고난의 행군' 내세워 경제위기 돌파와 대비적

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 등 이른바 3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차 당대회 조기 소집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라는 '분위기 쇄신용 반전카드'를 선택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 김정일 국무위원장은 지난 8월 19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 제7기 6차전원회의에서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인 대응을 택했다는 진단이다. 또한 북한 체제의 근간인 노동당 당원 수가 450만 명이 넘게 성장했다는 진단도 제시되었다.

통일연구원의 김갑식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조선노동당 소집과 새로운 길 시즌2'에서 "제8차 당대회에서는 이른바 '새로운 길 시즌2'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미국 대선이 있는) 올 11월이 지나면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새로운 길을 더 구체적으로 '결정'지으려 할 것"이라며 "시즌2의 기본기조는 새로운 길의 양 극단정책(단계적 비핵화, 북미갈등 격화)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제 실패 인정하고 '분위기 쇄신용 반전카드' 사용

북한은 앞서 8월 19일 개최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6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성과 미흡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내년 1월에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이번 당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 경제적 상황을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되었던 국가경제의 장성(성장)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로 총평하면서 경제 실패를 공식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 김정일 국무위원장(가운데)은 지난 8월 19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 제7기 6차전원회의에서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 연구위원은 경제 실패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수세적이 아니라 공세적인 데 주목했다. 또한 7차 당대회가 2016년 5월에 열린 만큼 일각에서는 8차 당대회를 일러도 내년 봄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1월로 못박아 조기 소집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북한이 제8차 당대회 소집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라는 '분위기 쇄신용 반전카드'를 사용했다"고 진단했다.

위기에 '반전카드'로 대응하는 김정은의 공세적 행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와 비교된다.

 

김일성은 '완충기',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내세워 경제위기 돌파

북한은 김일성이 생존한 1993년 12월 제6기 제21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동구권 붕괴 등) 국제적 사변들과 우리나라에 조성된 첨예한 정세로 인해 제3차 7개년계획에 예견했던 일부 중요 지표들의 계획이 미달하였다"고 경제실패를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실패를 극복할 대책으로 향후 2~3년간을 '사회주의 경제 건설의 완충기'로 설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에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연속 극심한 재해(홍수와 가뭄)를 겪었다. 북한은 김일성이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 항일 투쟁을 하던 힘든 시절을 연계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환한 '고난의 행군'이란 선전구호를 내세워 위기 국면을 돌파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완충기를 설정하지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내세우지도 않고, 지난해 12월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정면돌파전'의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1,300명당 1명 대표비율 적용하면 당원 수 450만 명 이상

한편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8차 대회 대표자 선출비율은 당원 1,300명당 결의권대표자 1명, 후보당원 1,300명당 발언권대표자 1명으로 한다"고 밝혀 노동당 당원의 수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에 주목했다.

▲ 김정일 국무위원장이(왼쪽 단상) 지난 8월 19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 제7기 6차전원회의에서 단하의 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은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당원 수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았다.

제6차 당대회에서는 대표비율이 1,000명당 1명이었는데, 당시 결의권대표자 3,062명과 발언권대표자 158명이 참가했다. 지금까지 당원 수가 300만 명으로 불리는 근거다.

36년만에 열린 2016년 7차 당대회에는 결의권대표자 3,467명과 발언권대표자 200명이 참가했다. 여기에 1,300명당 1명 대표비율을 적용하면 당원 수는 450만 명이 넘는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40년 동안 당원 수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당원 수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주장하듯 "우리 당의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대로 "미국이 중국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표적으로 삼고 압박의 도수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성장지표'를 공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체제단속의 효과도 우회적으로 기대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즌2의 기본기조는 새로운 길의 양극단 정책 중 하나가 될 것"

북한은 지난해 12월 연말에 전례없이 나흘간 개최한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 정치외교군사적 담보, 당의 통제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런데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올해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도전에 직면한 주객관적 환경과 조선반도 주변지역정세"가 "시대와 혁명 발전을 인도하는 노선과 전략전술적 대책들의 확정"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새로운 길 시즌2가 필요한 때가 된 것"으로 진단했다. 즉 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에 따른 경제난 가중과 리더십 위기를 겪으며 '노선과 대책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 북한의 '새로운 길' 예상 모형 [통일연구원 '조선노동당 소집과 새로운 길 시즌2' 보고서 캡처]


그가 전망하는 시즌1과 시즌2의 차이는 불확실성 제거 여부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정책선택에 따른 효용이 산출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을 도식화한 그림에서 당초 예상된 현실적 유형은 '관망'(muddle through)이다.

그런데 "미국 대선이 있는 올해 11월이 지나면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새로운 길을 더 구체적으로 '결정'지으려 할 것"이고 "시즌2의 기본기조는 새로운 길의 양극단 정책(단계적 비핵화, 북미갈등 격화)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그는 이어 "이 결정은 향후 몇 년 간 유지될 것이므로 한반도 정세에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북한은 10월 당 창건 행사 이후 11월부터 올해 총화 및 제8차 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 3~4개월의 시간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평화 3원칙(전쟁 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에 입각해 기존 남북합의에 대한 우리측의 선제적 이행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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