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도적지원 1천만 달러 최종승인…10년만에 '물물교환'도 눈앞
'대북제재' 걸림돌, 北 반응도 미온적…"北 관심끌기는 쉽지않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공식 취임한 이후 보름여간 꽉 막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뒤,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이 장관은 취임 첫날 통일부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략적 행보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됩시다"라는 취임 인사를 했다. 이후 다음날 첫 업무로 실국장들과 브레인스토밍을 갖고 통일부의 중심적인 역할을 위한 적극적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취임 3일 만인 지난달 30일 민간단체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요청한 대북 방역지원 물품에 대한 반출 승인을 내렸다.
이튿날엔 취임 첫 외부 활동으로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과 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남북 교류협력에 강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이달 들어 이 장관은 지난 6일 정부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인도적지원 1000만 달러(한화 120억 원)를 최종 승인했다. 이는 김연철 전 장관이 지난 6월 초 의결을 추진했으나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무기한 보류됐던 사안이다.
특히 이 장관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왔던 '물물교환' 형식의 남북교류도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1억5000만원 상당)과 남측 설탕(167톤)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물물교환 방식을 채택하면 북한과 은행 간 거래나 대량 현금 이전이 발생하지 않아 대북제재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통일부는 이 거래의 승인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 교역이 성사되면 지난 2010년 5·24 조치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물자가 남한 땅에 들어오게 된다.
아울러 이 장관은 우리측 한미워킹그룹 실무진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교섭본부장과 회동해 '금강산 개별관광'과 '남북 철도연결사업' 등에 대해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앞서 한미워킹그룹을 두고 통일부와 외교부 사이의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이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여권인사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론'을 주장한 반면, 외교부는 워킹그룹과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수한 것이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향후 정부 내에서 한미워킹그룹 관련한 불협화음을 줄이고 남북교류협력이 힘을 받는다면, 작은 교류가 큰 교역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MZ 평화지대, 금강산 개별관광, 철도연결 등이 대표적 협력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작은 교역이 일회성 거래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우선 대북제재가 걸림돌이다. 유엔 대북 제재 조항을 해석하기에 따라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는 12일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2397호의 취지가 뭐냐 하면 결국 수출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이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이 되느냐 이게 포인트다, 품목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쪽에서 포괄적으로 유권해석을 할 경우엔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 "거래 당사자인 북측 단체가 대북 제재 대상인지도 짚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남측 단체 또는 사업자의 참여 의지와 북측의 호응 여부도 관건이다. 현재 통일농협 외에도 복수의 단체가 북측에 물물교환 거래를 타진하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은 아직까지 남북간 '작은 교역'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행 대북 제재 틀 내에서 가능한 '교역'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북측에서 크게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현금이 오가는 거래가 아닌 이상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6월 선언한 대적 사업 전환을 철회하지 않는 한 민간 차원의 작은 교역 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인영 장관이 취임한 뒤 통일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중 하나가 방역사업 협력"이라며 "이와 관련해 발표가 없는 걸 보면 아직 북한 정부에선 묵묵부답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인영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등 대북 라인을 교체한 뒤 북한이 기대감을 나타내긴 했으나 이들 인사만으로 현 경색국면을 타개하기는 어렵다"며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최소 11월 미국 대선까지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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