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아이들 안전 더 위협한다"

권라영 / 2020-07-24 17:18:48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방학 땐 방과후교육사만 아이들 책임져"
"아이 안전 실질적인 대책 마련한 뒤 수업일수 감축 시행해야"
교육부가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휴업한 유치원에 대해 수업일수를 감축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아이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2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에서 열린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관련 방과후과정 교육사-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권라영 기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4일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과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개정령안에 대해 "법령 자체는 필요할 수 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적용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며,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올해 유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5월 27일부터 등원 개학을 했다. 애초 개학일이었던 3월 2일부터 평일만 계산했을 때 59일을 휴업한 셈이다.

유치원 한 해 수업일수는 180일이지만, 이번 개정령안이 시행되면 휴업한 59일을 뺀 121일로 줄어들 수 있다. 감축 범위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박 정책국장은 "수업일수 감축에 따른 확보된 방학 기간을 어떻게 정할지는 각 유치원에 맡겨버린 꼴"이라면서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각 유치원에 떠넘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방학 기간에도 등원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 정책국장은 "(수업일수 감축) 최대 명분이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면서 "그런데 방과후과정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과후과정교육사(교육사)들만이 유치원을 아침부터 오후까지 책임지게 되는 구조가 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 아이들이 보다 밀집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수업일수 감축에 따른 방학이 결국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더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을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당국에 "최소한 방학 중 정교사가 빠진 교육과정 시간만큼은 온전히 대체인력이 배치되거나, 교육과정을 중단한다면 오후 방과후과정만 운영하는 대책이라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사들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인천지역 교육사는 "(방학 때는) 평소에 하던 아이 수업, 급·간식 지도, 화장실, 전화 업무, 귀가 지도를 모두 다 (교육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없이 해야 하는 청소, 행정업무는 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고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육사들은 코로나19로 휴원했을 당시 긴급돌봄의 많은 부분을 교사가 아니라 교육사가 했다고 강조했다.

한 교육사는 "긴급돌봄은 사실 방과후과정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교사분들은 개학을 온전히 한 것이 아니니 교사 업무가 아니라며 나오지 않으셨다"면서 "나오시게 된 것도 온전히 하루 8시간 아이들을 봐야 했던 저희들이 교육청에 계속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사립유치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운영한다고 한다"면서 "(수업일수를 감축하면) 공립과 사립 사이의 수업일수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사도 "공립유치원, 병설유치원 다니다가 이런 문제로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으로 이동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있다"면서 "최근에도 이런 것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고 했다.

현장에는 학부모단체가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 대변인은 "(수업일수가 감축되면) 유치원도 누리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이 있는데 이게 완전히 파행"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국공립은 임용고시를 통과한 교원이 담임이라는 게 큰 장점인데 (이들은) 방학 기간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교육부에 여러 차례 '(수업일수 감축을) 반대한다. 교육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아니다'고 호소했는데 시행령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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