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며 기적 만드는 장애인단원들…우리 부부의 꿈도 커졌어요"

김지원 / 2020-07-15 15:25:17
발달장애 학생에 성악 가르치는 윤혁진·김은정 부부
8월 18일 3회 정기공연 앞두고 9명 단원과 구슬땀
"우울증 떨치고 자신감…평생 노래 부르게 돕고파"
"가사 못 외운 사람 스스로 알지? 가사 못 외우면 오늘 집에 안 보낸다."
"어제도 집에 못 간다 안 했어요? 근데 보내주셨잖아요."
"그래, 어제는 보내줬잖아. 오늘은 진짜 안 보낸다."
"전 집에 안 가도 좋아요. 하하."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있는미라클아트홀. 합창 연습이 한창이다. '노래할 때가 가장 좋다'는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행복한' 연습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라클앙상블단원들이다.

▲ 최근 김은정(왼쪽) 성악가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합창단원들이 서울 광진구 미라클 아트홀에서 8월에 열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이들은 오는 8월 18일 열릴 미라클앙상블 제3회 정기연주회이자 두 번째 그레이트(Great) 맘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공연 장소는 나루아트센터(광진문화예술회관). 공연을 위해 9명의 앙상블 단원들은 매일 오후 모여 서너 시간씩 맹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공연 주제는 '라이즈업(rise up:일어서라)'으로, 장애인과 부모들을 위한 격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광진지회)와 UPI뉴스가 주최하고, 미라클보이스앙상블과 아르텔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동조합이 주관한다.

이탈리아 유학파인 바리톤 윤혁진 미라클 아트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가 이번 공연을 지휘한다. 윤 감독과 소프라노 김은정 씨 부부는 평소에도 미라클 아트홀에서 발달장애·자폐 청소년들을 성악예술가로 지도하고 있다.

▲ 윤혁진 아르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이사장 겸 예술감독 상임지휘자가 최근 서울 종로구 UPI뉴스에서 미라클앙상블 연주회를 설명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 감독은 이탈리아 유학생활과 외국 활동을 하다 귀국한 이듬해에 '첫 제자'를 만났다. 자폐아였다.

"처음엔 자폐아이라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제 공연을 본 아이의 아버지가 연락해 와서 '고집 센 아이가 있는 데 맡아주실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단번에 '만나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죠."

이렇게 만난 첫 제자는 무척이나 개인지도를 싫어했다. 1년 정도를 윤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아이 어머니의 사랑, 간절함을 알게 됐다. 윤 감독은 '일단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했다. 그러던 중 두 번째 발달장애 제자가 생겼다. 첫 번째 제자 어머니가 소개했다.

"두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세 번째 친구를 알게 됐습니다. 중증장애아였지만, 첫 만남에 소리가 아주 좋더군요. 그렇게 점점 아이들을 알게 되면서,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신체 조건을 지닌 여자 아이들이 합류했다. 앙상블 합창을 만들었다. 그때만하더라도 이 친구들과 앙상블을 한다는 건 한낱 '꿈'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많이 성장했다.

"초창기엔 연습실을 빌려 쓰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개인지도를 했죠. 전셋집 얻을 돈으로 지금의 미라클 아트홀을 빌렸습니다. 사비를 들여 연습공간을 만들자 부모들도 힘을 보태더군요, 서울시에 사업계획안을 넣었더니 도움을 줬습니다."

이런 고단한 과정을 거쳐 지금은 정규직 7명, 비정규직 7명의 인력이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와 광진구청이 함께 지원해준 덕택이다.

이후 두 번의 공연을 가졌다. 첫 번째 정기공연은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작은 홀에서 열었다. 두 번째 공연은 나루아트센터에서 있었다. 장애아 어머니들에게 헌정하는 음악회였다. 올해도 '라이즈업(rise up:일어서라)'이란 주제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윤 감독이 지휘한다. 연주는 아르텔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는다. 배우 윤석화 씨가 공연을 진행한다. 테너 최승원 씨가 초대가수다. 최 씨는 소아마비 장애인 성악가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우승했다.신종호 전 한국장애인 문화예술원 이사장은 비올라를 맡는다. 이번 공연에는 '피가로의 결혼 서곡'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주제가 'A Whole New World' 등 다양한 곡을 준비했다.

"도망가고 싶었던 때도 있었죠. 언어 소통이 어렵고, 이해도가 낮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몇 배로 힘들었습니다. 소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 한 시간 내내 목이 터질 정도로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노하우'가 많이 생겼네요."

이후 단원들이 하나둘씩 많아지면서 아내 김 씨가 서울로 왔다. 당시 김 씨는 이탈리아에서 성악과뮤직테라피(음악치료)를 공부한 뒤 대구에서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있었다. 대구에서 일을 정리하고 상경해 본격적으로 윤 감독과 함께 특별한 사역을 시작했다.

노래는 단원들을 변화시켰다 .우울증 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던 단원도 노래를 배우면서부터 약을 끊었다. 처음에는 한 곡을 외우는 데 몇 달씩 걸리던 단원들이 이제는 일주일이면 외운다.

김 씨는 "무대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는 경험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자신감을 향상시키는것 같다"고 말한다. 소외되고 차별받았던 경험을, 무대에서 박수를 받음으로써 극복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예쁘고 순진해요. 하는 행동이 보통 5~7세 정도예요. 나이는 20대 후반인데. 나이 든아기들이죠. 너무 귀엽죠."(웃음)

이곳 단원들은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김 씨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은 힘든 와중에도 아이들을 키우려 무단히 애쓴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 싶은 거다. 6년을 함께하다 보니 부모들과도 가족처럼 지낸다. 여기 오면서 감사할 일밖에 없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이 합창을 한다는 건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없는 일입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도 성악 하면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생각해 감히 시킬 엄두를 못 내거든요. 광진구는 저희가 오고부터 음악 활동이 많이 늘었습니다." 부부는 장애인을 가르치는 예술가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 프로그램 등이 체계적으로 확립돼 예술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장애인들에겐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이 부부에겐 꿈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예술을 배울 수 있는 장애인 문화예술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예술을 집대성하고 연합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설립하고자 한다. 이들이 앙상블팀으로 공연하고, 많지는 않더라도 대가를 받고 장애예술가로 살아갈 길을 열어줄 '장애인 에이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다. 단원들의 '자립'을 위해서다. 제일 잘하는게 노래니만큼, 노래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장애인 에이전시'를 운영해, 연주를 보내고, 공연을 가고, 공연비를 받아 장애인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처음엔 합창단까지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자꾸 커지다 보니 시립 합창단, 학교 만들기 등 꿈이 계속 생겨났어요. 처음에는 공연비도 없이 연주하고 했지만, 갈수록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어요. 계속 발전해서 열린음악회 등에서 불러주시는 등 좋은 일들이 자꾸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노래할 때 제일 행복한 친구들입니다. 이들이 평생 노래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윤혁진은…

계명대학교 음악대학 및 대학원 졸업.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최고 연주자과정 수석졸업 및 "F.A.Vallotti" 국제 콩쿨 2위입상,

밀라노 음악학교 협력교수로 3년 재직. 유럽 주요극장에서 활동.

손양원, 김락 주역 출연 등 국내에서 활동.

2015년 대한민국 사회공헌상 대상수상.

2018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특별상 수상.

대구국제현대음악제, 동아시아 국제현대음악제, 상하이 국제음악제 등 출연

현) 베아오페라예술원 교수, 미라클 아트홀 및 문화예술기획 대표

  아르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동조합 이사장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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