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코로나 이후'①] 일상의 변화…"사람보다 자연이 좋아졌다"

권라영 / 2020-07-10 10:58:37
일도 비대면으로…"온택트라 괜찮다" vs "생소하고 어렵다"
강정한 교수 "비대면 소통, 비언어적 단서 전달에 한계 있다"
#직장인 A(27) 씨는 출근길에 종종 마스크를 깜빡해 다시 집에 들어가거나 지하철역에서 구매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을 놓쳐 지각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곤란한 상황이 반복되자 그는 가방에 여분의 마스크 두세 장을 꼭 챙겨 다니게 됐다.

#프리랜서 강사 B(50)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상반기를 통째로 날렸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소식을 찾아보던 그에게 온라인 수업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생소한 프로그램을 익혀야 하는 데다 자신의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내보내는 게 꺼려져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바뀐 일상은 코로나19 상황이 매듭지어지더라도 우리 생활에 많은 잔영을 남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BC'(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봤다. 기원 전(Before Christ·BC)과 기원 후(Anno Domini·AD)를 변형한 것으로, 그만큼 많은 것이 변화했다는 의미다.

▲ 지난 5월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일대를 지나는 버스에 탑승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비말 피해라"…필수품 된 마스크, 줄어든 접촉


코로나19는 대부분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기전파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는데, 이 역시 보건당국에서는 미세비말에 대한 경고로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WHO에 보내는 전문가들의 서한을 확인했다"면서 "미세한 비말을 통한 공기전파의 위험성을 고려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비말 노출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방역 수칙은 마스크 착용이다.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5월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A 씨처럼 지하철역에서 허겁지겁 마스크를 구매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에 묻은 비말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논문에 따르면 (버튼에) 구리 성분이 있는 항균 필름이 붙어있다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시간이 4시간 정도라고 보고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A 씨는 "요즘은 지하철 손잡이나 봉도 별로 잡고 싶지 않다"면서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할 때는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최대한 만지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거나 손 소독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9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원격수업·재택근무…온라인으로 만나는 '온택트'


"재택근무하니까 좋았어요. 출퇴근 지옥철도 없고, 길 막힐 걱정도 없으니 오히려 천국이던데요." 직장인 C(27) 씨는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지난 2~3월 재택근무를 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C 씨는 꼭 대면하지 않더라도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연결)돼 있어 괜찮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업무는 컴퓨터로 하고, 자료는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는 데다 팀원들과는 메신저로 연락하니 회사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습지 교사 D(48) 씨는 수업을 대면과 비대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한다. D 씨가 소속된 회사는 몇 년 전부터 비대면 학습을 준비해 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현장에 적용했다.

D 씨는 "대면과 비대면이 섞여 있다 보니 수업 일정을 짜는 게 조금 힘들지만, 비대면 수업 자체는 이전부터 연습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면서 "학생들도 몇 번 하니까 금방 익숙해지더라"고 말했다.

반면 B 씨는 바뀐 일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는 곳에서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배우라고 해서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봤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B 씨는 "프리랜서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지난달 2일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회 관계자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밀폐·밀집·밀접은 NO…휴일에도 '거리두기'


방역당국은 휴일을 앞두고 항상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의 모임과 활동을 피해 달라"고 말해 왔다. 이로 인해 휴일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등산은 중년층이 주로 좋아하던 여가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는 야외활동이라는 점이 20~30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스타그램에 '#등산'이나 '#등산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0~30대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등산이 취미인 E(27) 씨는 "원래도 가끔 등산하러 갔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서 "집에는 도저히 못 있겠고 나가고 싶은데 산은 사람도 많이 없고 자연이다 보니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의 매력에 대해 "경치가 좋아서 힐링되고, 고통을 견디고 정상에 올라가면 뭔가 성취한 기분이 든다"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입맛도 돈다"고 설명했다.

종교 활동을 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개신교 교인인 F(29) 씨는 "교회 들어갈 때 마스크가 없으면 안 되고, 예배 전 열을 잰 다음 의자 걸러 하나씩 앉는다"면서 "현장 참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는 예배를 녹화해서 오후에 온라인에 올려준다"고 바뀐 풍경을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19 전에는 예배 끝나면 교인들이 직접 음식을 해서 같이 뷔페처럼 먹곤 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면서 "연무소독도 자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 씨는 "교회가 사회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불편함이 있더라도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면서 "아는 교회들은 다 철저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다고 해도 이전처럼 사람들 옆에 다닥다닥 앉는 습관은 없어질 것 같다"고 했다.

▲ 지난달 23일 서울 금천구 인프라웨어의 한 직원 자리에 재택근무 팻말이 올려져 있다. [뉴시스]

"비대면 보편화될 것…우려되는 부분 있어"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 포스트 코로나에 접어들어도 이전과 다른 일상이 계속될까. 강정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비대면은 편리한 점이 있기에 상당히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소통은 소위 비언어적 단서들이 전달되는 데 한계가 많다"면서 "강의도 근본적으로 대면수업이 주는 현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비대면이 확대되면 대면으로 사회적 자본을 쌓는 기회가 일부에 의해 독점되는 현상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대면 교육이나 업무에 대해서는 "보편화될수록 자기 통제력과 자율성에 따라 성과 격차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층, 근로자들의 가정환경은 중요한 문제"라고 봤다.

강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기가 저렴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크롬북을 예로 들었다. 크롬북은 클라우드 기반 노트북으로, 일반 노트북보다 저렴해 미국에서는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는 "미국식 크롬북이 보편화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소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인지도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안 가는데 집에서 아이 보면서 재택근무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맞벌이 집안의 경우 방치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면서 "사적인 육아 담당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부모의 커리어와 자식의 교육 격차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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