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높아졌지만 책임감 없어…조국사태 대표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이른바 '조중동'에 대한 그의 비판은 통렬했다. 이미 종편으로 보도 기능이 넘어간 상태에서 사멸할 수준에 처해 있지만 기업 광고와 협찬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최근 날카로운 언론 비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유정(45)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촌철 비평'이다.
"한정된 지면을 절대 입체적으로 쓰지 않는다. 글도 잘 쓰고 학교도 좋은 기자들을 특정 프레임 안에 가둬 두고 '여기에 맞춰 글 써와'라고 한다. 큰 권력에 걸맞은 제어는 받지 않는 집단"이라는 게 조중동에 대한 그의 진단이다.
강 교수는 2005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에 문학 평론이, 동아일보에 영화 평론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 패널로 출연 중이다. 강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경향신문에 '강유정의 영화로 세상 읽기' 칼럼을 쓰는 등 '콘텐츠 평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글쓰기강의>, <스무살 영화관>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등이 있다. 그를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UPI뉴스›에서 만났다.
대담 = 이원영 정치·사회에디터
ㅡ'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이제 딱 1년 됐어요. 일주일에 한 번 녹화하는데, 그게 유튜브 채널도 있고 하니까 콘텐츠가 여러 개 나가요. 유튜브는 최욱 씨가 진행을 하고, 말 그대로 B급으로 더 자유로운 편이죠."
ㅡ소위 보수언론이라는 조중동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뚜렷한 정파성이 있고, 한정된 지면을 절대 입체적으로 쓰지 않으니까요. 글도 잘 쓰고 학교도 좋은 기자들을 특정 프레임 안에 가둬 두고 '여기에 맞춰 글 써와'라고 하고 있어요. 과도한 선명성을 위해 팩트를 위반하기도 하고…. 큰 권력에 맞는 제어는 받지 않는 집단이에요. 그래서 조중동에 대한 비판이 많은 거에요."
ㅡ'조중동 킬러'라는 별명도 있던데요
"하하. 조중동 기사 자체보다는 아무래도 기사에 담긴 프레임에 대해 비판을 하는 측면이 있어요. 최근 인터넷 언론들이 기본적으로 함량 미달인 부분이 많다 보니, 조중동은 고전적 의미에서 보면 글쓰기 수준이 조금 높았는데, 점점 저널리즘의 원칙도 따르지 못하는 기사들이 많아지더군요. 프레임만 있고 팩트가 틀린 부분이 많아 편향적이기만 하죠. 게다가 젊은 세대들은 종이 신문을 떠나고 있어요. 편향적 독자들을 상대하니까 편향성의 위험을 더 모르는 듯해요."
ㅡ언론을 비평한다는 게 아무래도 예민할 텐데 항의 받지 않나요
"많이 받죠. 조선일보 같은 경우 초창기부터 제 말을 따옴표 처리해서 많이 비판했는데, 소비자분들보다 수준 이하일 때가 많았어요. 동아일보는 '강유정은 영화평론가이고, 언론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하던데….제가 한 맥락과 용어를 지적했다면 더 수준 높았을 텐데, 그런 비판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ㅡ가벼운 얘기 먼저 해보죠. 교수님 타이틀을 뭐로 하면 좋을까요
"최근 1년 여 고민 끝에 '콘텐츠 평론가'라는 호칭을 만들었어요. 제가 처음 쓴 용어인데, 과거 '문예'로 불린 영역이 이제 콘텐츠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저는 영화·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어요, 미술 비평, 음악 비평도 꾸준히 했고요. 언론 비평도 크게 보면 문학의 영역이라…. 제가 하는 게 콘텐츠 비평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ㅡ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신데 '한영'이 무슨 의미인가요
"박근혜 정부 때 여러 학과가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나온 건데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교수였는데, 학과 차원에서 점차 문화콘텐츠학과로 바꾸는 중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 K-POP이 성장하면서 문화 번역 개념이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영어를 앞에 살리자고 해서 '한영'이에요."
ㅡ실제 가르치는 것은 국문학인데 이름만 바뀐 건가요
"아니에요. 내용이 바뀐 거죠. 저는 국문학 안에서도 소설과 영화 쪽 서사를 가르친 사람인데, 그 영역을 '콘텐츠'로 바꾼 거예요. 예전에 '소설 읽기'였다면 이젠 '스토리텔링'이고, 영화 관련 수업도 원소스멀티유스(OSMU) 관련 매체 융합 수업이 됐어요. 학생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영어 자막을 스스로 넣는 등의 소양을 쌓게 하는 것이 목표예요."
ㅡ저자 서평에 보니 '영화, 소설, 드라마와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에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 서사 신봉자'라고 소개했던데.
"저는 어떤 면에선 현실을 허구가 견인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결핍을 허구적 이야기가 채워주는 거죠. 우리나라는 현실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영화로 녹여내는 나라 같아요. 가령 '기생충', '내부자들', '광해'가 그렇죠. 만화 같은 세계로 대중을 상대하는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라요. 저는 현실 정치와 언론의 수준에 반비례해 영화 같은 허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영화 소비자가 1년에 2억 명이 넘는 이유죠."
ㅡ영화 이야기가 나왔으니, 코로나19 시대 영화 산업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코로나 사태가 2~3년 안에 끝난다면 해프닝으로 끝난다고 봐요. 아무리 소비자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영화를 본다고 해도, 영화가 가진 매체성으로서의 물질성을 넘어서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많은 의미가 있잖아요. 먹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또 영화 '사냥의 시간' 같은 경우 극장에서 보기에는 퀄리티 높은 시각적 세계를 구현했지만, OTT로 보기에는 답답했어요. 결국 코로나 사태가 3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영화관이 물질적으로 재편되겠죠. 새로운 클러스터가 생기거나, 소규모 관람의 방식이 되거나."
ㅡ언론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언론 신뢰도가 낮아진 이유는 뭘까요
"결정적으로 세월호 사태 때문이라고 봐요. 기레기라는 말이 처음 보편화된 시기거든요. 그때 언론은 '팩트 전달'에 실패했어요. 정파성이나 프레임 문제가 아니었죠.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단 한 곳에서도 거르지 못하면서 신뢰도가 완전 무너졌어요. 그동안 소비자들은 팩트체킹을 언론사에 위임했지만 세월호 이후 직접 하기 시작했어요."
ㅡ옛날에는 신문에 나오면 다 믿었죠
"네 그렇죠. 과거에는 믿기도 했고, 신문에 나온 것에 대한 존중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세월호 때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팩트 전달에 실패했어요. 여기서 사람들은 '언론인은 대단한 전문가가 아닌 직장인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이렇게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계단처럼 추락했다고 봐요."
ㅡ이제는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단계일 텐데요
"이번 정권 들어서 확실히 자유도는 높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책임감은 더 없어졌죠. 이를테면 조국사태가 대표적이에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기소 과정에서는 기사가 넘쳤는데 재판과정에서의 기사가 없잖아요. 미국에선 재판과정에서 훨씬 기사가 많이 나와요."
ㅡ처음에는 관심 끌기, 이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선정·상업주의가 반복되는거죠
"가장 큰 게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예요. He said, She said 처럼 인용에만 의지하는 보도를 외국 언론은 금기시해요. 말에 대한 책임을 언론사가 지기 힘드니까….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까 우리 기사의 많은 비중이 따옴표 기사였어요. 뉴스 소비자들의 비판 능력은 높아졌는데 언론은 여전히 과거 보도 행태를 유지하니 신뢰도가 하락하죠."
ㅡ사안을 진영논리로 나누는 프레임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어떤 진영논리로 얘기하기는 힘들어요. 우리나라에서 언론개혁을 외치는 진보 진영은 더 이상 언론을 진보와 보수를 나눠서 믿고 안 믿고를 결정하지 않아요.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라고 부르면서 '너네도 못 믿어'라고 하죠.
한국언론은 어떤 사건이 등장하면 입체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담는 게 아니라 한 쪽으로 몰려 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언론 소비자들이 오히려 맥락을 찾고 팩트를 찾아 내야 할 정도예요. 이건 프레임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기자의 게으름이 문제인데 기자들이 쉽게 프레임 문제라고 여기는 겁니다."
ㅡ신뢰도가 낮은 것은 언론사 스스로 잘 알텐데 왜 못 고칠까요
"'레거시 미디어'가 힘을 잃어 가기 때문이에요. 힘이 약해지는 가운데 인터넷 언론사와 'N분의 1'이라는 파워게임을 하고, 이 과정에서 선정성이 강화되고 있어요. 결국은 네이버 포털 때문에 트래픽 경쟁을 하게 돼요. 과거에는 정파성을 가지고 나름대로 진중한 진영적 논리 대결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작은 인터넷 언론과 싸우면서 점점 퀄리티 차이가 나지 않게 됐어요. 어뷰징이 가장 심한 게 조선일보였죠."
ㅡ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는 생존 가능성 있을까요
"조중동은 이미 대중 구조 안에서 사멸했어야 해요. 종편으로 보도기능이 넘어갔잖아요. 편파성이 뚜렷한 집토끼는 다 그쪽에 계세요. 조중동은 이미 끝났어야 할 상황인데 여전히 광고나 협찬으로 허울좋게 유지되는 형국이에요. 지금은 기업 광고로 '기형적 생존구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업논리라면 벌써 퇴출됐어야죠. 언론사니까 유지되는데 그러다 보니 편향성을 넘어 선정성을 띠고 있어요. 대중에겐 혐오만 불러일으키고…. 악순환 구조에 들어갔죠."
ㅡ이미 언론의 기능을 잃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제가 왜 기형적 생존구조라고 하냐면 소비자의 선택으로 유지되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여전히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는 조선일보를 신경 써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만의 기묘한 주고받기 관계가 있는데, 일종의 카르텔이죠. 그래서 조선일보는 더더욱 권력 감시에 매달려요. 그런데 소비자들과는 거리가 먼 권력 감시가 됐어요."
ㅡ지금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헤매는 것 같아요
"맞아요. 요즘에는 심지어 유튜브랑 경쟁하잖아요. 유튜브를 비롯한 신생 미디어들이 팩트 체킹같은 기본적 언론 소양을 못 갖춰 문제라면, 조선일보는 퀄리티 미디어로서 그런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데 그것도 삐걱대고 있어요. 새로운 경쟁자가 계속 나타나니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따옴표, 어뷰징 등을 미러링하고 있어요."
ㅡ언론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책임지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야죠. 뉴욕타임스는 오보에 대해서 1면과 4면에 대대적 정정보도와 사과문을 올렸어요. 그러니까 존중감이 생기죠. 소비자가 제기할 질문을 먼저 던져서 자문자답을 철저하게 했어요. 그런데 한국 언론은 오보에 관해 '인정하면 진다'식의 잘못된 인식이 있어요. 그냥 인터넷 수정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는 안 돼요.
사람들이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유는 제대로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언론의 모습을 한번도 못 봤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시대의 큰 위력은 흔적을 지우기 어렵다는 거죠. 지금은 검색만 하면 이 언론의 과거 입장과 오보에 대한 대응을 확인할 수 있어요. 거꾸로 보면 책임지고 정정보도를 하기 쉽다는 건데, 언론이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따라야죠."
ㅡ어렸을 때부터 평론가가 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다독이던데
"책을 밑줄 치면서 읽었어요. 저는 그게 평론가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 안 했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책에 '왜 그렇지. 다르게 얘기할 수 없을까' 등의 질문을 많이 남겼는데, 돌아보니 이게 비판적 읽기였더라고요. 예전엔 신문도 잘 안 읽었어요. 그 시간에 책 읽는 게 훨씬 남는다는 생각 때문에…. 저는 지금도 책 읽는 날을 정해 하루에 3~4권씩 일독해요. 그리고 독서 노트에 책의 용도를 적고 글을 쓸 때 큐레이션을 하면서 또 읽어요."
ㅡ최근 읽은 책을 추천한다면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최근 나온 플랫폼 노동시장 문제를 잘 정리해놓은 책이라 기자분들이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인천국제공항(인국공)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그리고 최근에 필립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 다시 읽었어요."
ㅡ방금 인국공 사태 언급하셨는데,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취업이 힘든 상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그 다음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인데. 저는 민간 부분에서 훨씬 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많이 돼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다 보니 공영 혹은 국영기업에서 먼저 하는 형국이 되어서 문제가 심각해진 거죠.
언론 문제에 초점을 맞춰보면,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너무 단순화하고 있어요. 조중동을 봤더니 '서연고(서울대·연대·고대)도 안 나온 주제에'가 너무 많은 거예요. 거기에 정치인들 얘기, 현 정부가 노동시장 문제에 실패했다는 얘기만 하고 있어요. 이렇게 갈등을 키워 놓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어요. 해결이 아니라 소란만 키우고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해요. 20대 내부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20대 의견이 획일화되고 있어요. 이를테면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고등학교 졸업하거나, 전문대 나와서 논쟁에 끼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서울 4년제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만 발언권을 갖는 게 너무 답답해요.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이야기도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잖아요. 그분들은 숨어있어요. 이 역시 기형적이죠."
ㅡ정치에 관심 없으신 가요. 문화부 장관 하면 적격일 것 같은데
"정치인이 되는 데는 관심 없어요. 정치는 관심 있어요. 삶은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치인은 다른 영역이라고 봐요. 문화부 장관은 언론이 많이 바뀌어서 청문회 때 저렴한 질문을 하지 않는 시대가 되면 좋으신 분들이 더 힘내서 하겠죠. 지금은 청문회 과정도 언론이 앞장서서 매를 들고 싸우는데, 그나마도 선택적으로 가혹한 것 같아요. '의원 불패'라고 의원들이 할 때는 잠잠해지고... 그 과정에서도 책임지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요."
◆강유정은…
△ 1975년 서울 출생 △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 고려대 국문학 석·박사 △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고려대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연구교수 △ 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2005년)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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