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해서 드러나는 참혹한 폭행·가혹 행위 공분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상습적 폭행과 가혹 행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소속 당시 감독만큼이나 무서운 팀 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미리 막지 못한 경주시체육회는 뒤늦게 가혹 행위를 한 지도자와 선수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 나섰다.
앞서 최 선수는 올해 2월 초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를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최 선수의 하소연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무관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고 나선 경주시체육회가 최 선수의 살기 위한 발버둥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유망했던 한 청춘이 꿈을 접고 하늘로 가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은 이제 국민적 공분을 넘어 터지기 일보 직전 상황에 직면했다.
3일 경찰과 경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의 실업팀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머니에게 보낸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소속일 때 감독만큼이나 무서운 팀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다.
앞서 최 선수 등 3명은 지난 1월 경주시청 김 감독과 팀 닥터, 선수 등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피고소인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최 선수를 고립시켰다. 이에 최 선수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쉽지 않았고, 나머지 동료들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4월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호소했지만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먼저 분리하고 선수와 가족을 안심시켜야 했지만 메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선 초중고교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매뉴얼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인 스포츠계가 얼마나 폭력에 무방비하고 무책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2일) 공개된 최 선수의 훈련일지와 녹취록을 살펴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지옥의 팀이었다. 체중조절에 실패했다고 사흘 동안 굶게 하고 신발과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고 맞는 선수를 보면서 찌개 끓이는 감독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했다.
돈 뜯고 폭행하고 ...팀닥터 정체 오리무중
폭행과 가혹행위를 넘어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된 팀닥터의 존재 자체도 오리무중이다.
최 선수는 생전에 "팀닥터는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며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130만 원을 요구해 받아 간 사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인과 고인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총액은 1500여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최 선수에 대한 폭력 행위에 중심에 선 팀닥터가 애초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도 문제다.
경주시에 따르면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 1명과 선수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팀 소속 팀닥터는 애초에 없었다. 결국 팀 구성원도 아닌 사람이 해외 전지훈련에 동행하고 선수를 폭행한 것이다. 팀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거나, 팀닥터를 해당 팀에 집어넣을 정도의 숨은 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은 직장운동경기부로 경기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관리는 경주시체육회가 맡고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최 선수의 사망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의 경우 팀닥터의 존재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팀닥터에 대한 처벌 여부는 최 선수의 고소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겨졌다.
경주경찰서는 지난 5월29일 경주시 철인3종 경기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감독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과 강요·사기·폭행 혐의를, 팀닥터와 선배 선수 2명에 대해서는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속속 드러나는 참혹한 폭행·가혹 행위
지난달 30일 '폭압에 죽어간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이후 현재까지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대한체육회를 해체해 달라' 등 최 선수 관련 청원이 6개가 잇따라 제기됐다.
해당 청원들을 통해 드러난 최 선수의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청원인은 최 선수는 경주시청에 속해 있었던 기간 동안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만 했다"며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에 최숙현 선수는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고 고발했다.
이어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공공 기관과 책임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했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최 선수는 '힘 있는 분들과 국가조차 나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폭력을 당하던 당시보다 더 큰 절망 가운데 생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가해자들과의 오래된 질서와, 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폭언을 밖으로 새어나가게 하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의 조성으로 인해 그간 최 선수는 물론, 팀에 있었던 다른 선수들도 쉽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수에게 당한 폭력과 가혹 행위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청원인은 "그들은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체중을 측정했고 몇 백g이 불었으니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빵? 그럼 죽을 때까지 먹게 해줄게'라며 빵 20만원어치를 사와서는 '다 먹을 때까지 잠 못 잔다'고 협박하며 새벽이 지나도록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했다"고 고발했다.
이어 "아침에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감독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체중이 줄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찼으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하고 밀치는 등의 일련의 폭행을 20분 넘게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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