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장의 반부패협의회 참석은 국정원법 위반"

김당 / 2020-06-24 14:18:20
국회 정보위 질의에 국정원도 "부정부패 정보는 직무에 미(未)포함" 답변
법원 "부정부패 정보는 직무활동 벗어나"…국정원도 '국내정보 기능 폐지'
노무현·문재인 민정수석 당시 '반부패협의회' 출범 때는 국정원장 미포함

대통령이 주재하는 반부패정책협의회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를 한정적·열거적으로 규정한 국가정보원법(제3조)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 서훈(가운데) 국정원장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외교안보특위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24일 〈UPI뉴스〉에 "정책정보나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정원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정부패 정보활동이 국정원 직무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국회 정보위의 질의에 국정원 스스로도 "정책정보 및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된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

 

〈UPI뉴스〉가 입수한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대외비 답변자료에 따르면, "정책 수립·집행과 관련된 정보와 부정부패 정보활동이 국정원 직무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지난해 11월 국감 질의에 국정원은 "국정원의 직무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3조를 한정적·열거적 조항으로 해석하는 판례의 태도를 감안시, 정책정보 및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된다"고 공식 답변했다.

 

▲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제출한 대외비 답변자료(위)에 따르면, "정책 수립·집행과 관련된 정보와 부정부패 정보활동이 국정원 직무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질의에 국정원은 "국정원의 직무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3조를 한정적·열거적 조항으로 해석하는 판례의 태도를 감안시, 정책정보 및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된다"고 공식 답변했다. 


국정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보위원의 국정감사 질의에 국정원이 정책정보와 부정부패 정보의 수집생산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공식 답변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장은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 '반부패정책'을 협의하는 자리에 참석함으로써 국정원이 부정부패 정보를 수집·제공한다는 '오해'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어 "법원은 원(院)이 국가정보기관으로서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제한 가능성을 내포, 원(院)의 직무규정은 한정적·열거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2006도1368 판결)"했다고 답변에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판례를 예로 들어 "(법원이) 부정부패 정보활동과 관련, 과거 원(院)이 JU그룹에 대한 범죄정보를 수집한 행위에 대해 원의 직무범위에 미(未)포함된다고 판시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이 원내의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에서 수집한 다단계 판매회사 JU네트워크 주수도 회장 관련 비리 정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한 인터넷 신문에 제공한 것을 계기로 주 회장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국정원이 기업비리 정보를 불법수집해 언론 등에 유출했다면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지칭한다.

 

국정원은 원고가 일부 승소한 이 판결을 계기로 내부의 기업비리 정보수집을 금지하는 등 정보수집에 관한 직무 범위를 조정한 바 있다.

 

사법부 "부정부패 정보는 직무활동 벗어나"…국정원도 '국내정보 기능 폐지'

 

국정원은 또한 답변에서 "국정원법은 국정원이 국내에서 수집·작성·배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국한(제3조)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원의 국가정보·보안업무에 관한 정책 수립 등 기획업무의 경우 법적 근거가 있으나, 이 또한 국가안보와 무관한 모든 정책정보 활동 권한을 보유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정원은 이어 답변에 관련 법조항을 이렇게 첨부했다.

 

'정보 및 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 제3조: 국가정보원장은 국가정보 및 보안업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 등 기획업무를 수행하며, 동 정보 및 보안업무의 통합기능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각 정보수사기관의 업무와 행정기관의 정보 및 보안업무를 조정한다.

즉,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직무활동에 대한 답변을 종합 요약하면, 정책정보 및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되고, 관련 판례가 없는 정책정보와 달리 부정부패 정보는 판례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적폐청산 TF'를 설치해 감찰조사를 해 '적폐'에 연루된 국정원 전·현직 직원 351명(현직 257명, 전직 94명)이 검찰 조사를 받도록 했고, 국내정보 기능을 폐지해 관련 부서 500여 명을 재배치했다.

 

국정원이 지난해 국감 때 정보위에 보고한 '국내정보 기능 폐지 후 인력 재배치 현황 및 내역'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7년 9월 국내정보 수집·분석 부서 해편(解編) 이후 해당분야 소속 직원에 대해 개인 희망과 전공·경력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첩·대테러 및 해외·북한 등 타부서로 전원 재배치를 완료한 바 있다.

 

이처럼 사법부가 부정부패 및 기업 비리 정보수집은 국정원의 직무활동을 벗어난다고 판시하고, 국정원도 이를 근거로 국회에 "부정부패 정보는 국정원 직무에 미(未)포함된다"고 보고하고, 국정원 스스로 국내정보 관련 조직을 폐지했음에도 국정원장은 반부패정책협의회에 배석하는 '탈법'을 관행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장과 국정원장 배석…반부패협의회 설치 당시부터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올해 들어 처음 열렸다.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구가 아니고, 행정규칙(대통령훈령·고시 등)에 의해 설치된 기구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쪽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정부측 인사(위원)는 기재부장관, 교육부장관, 법무부장관, 국방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고용부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인사혁신처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경찰청장, 감사원장, 국정원장 등이다.

 

현행 행정규칙(대통령훈령 제414호, 2020년 1월 일부 개정)에 따르면, "협의회의 회의에는 감사원장 및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한다"(제3조 3항)고 돼 있다. 형식상 두 원장이 참석한 것은 행정규칙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에 대해 직무감찰과 회계감사를 하는 헌법기구이자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의 장이 행정기관의 장들과 함께 회의에 배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감사원장 배석 문제는 반부패정책협의회의 전신인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설치(2004년 1월) 및 복원(2017년 9월)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에 대선공약인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 등을 감안해 자신이 민정수석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설치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면서도 안보기관의 특성상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국정원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장들과 함께 회의에 배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가야 할 정보기관이 자칫 '대통령 하명 수사정보협의체'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반부패관계기관협의체의 복원을 지시한 2017년 7월 당시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복원을 선언한 반부패협의회에 감사원장과 국정원장이 배석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당시 비대위 회의에서 "반부패협의회가 자칫 부패청산을 명분 삼아 정치보복과 야당 길들이기, 또 코드사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어렵다"면서 "원장조차 범죄정보 수집 자체를 해선 안된다는 국정원과 고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까지 반부패협의회에 참여하는 건 많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노무현 국정원, '협의회' 계기로 '부패척결TF'서 이명박 시장 처남 부동산 현황 열람

 

비밀 정보기관이면서 수사권을 가진 국정원은 사용권자(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박정희 정부 시절에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비리를 수집해 대통령의 통치권을 보좌하는 '암행어사' 역할(중앙정보부 특명수사국)을 했고,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주도(국가안전기획부)했다.

 

▲ 2007년 4월 13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주재하면서 보고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호 법무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문재인 비서실장 뒤로 이호철 민정수석이 배석해 있다. [뉴시스]


실제로 이런 우려 때문에 2004년 1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출범 당시에는 국정원이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듬해 대통령훈령을 개정해 국정원장이 배석하게 된 것을 계기로 실무협의체에 국정원의 관련 실·국장이 참석하게 되었다. 또한 국정원 내에도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비리정보를 수집하는 '부패척결TF'를 설치했다.

 

앞서의 JU 주수도 회장 관련 비위 수집도 '부패척결TF'에서 수행한 것이다. 또한 국정원 '부패척결TF'의 팀원인 고○○ 씨(5급)가 2006년 당시 대선 출마가 유력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의 부동산 보유현황을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해 열람한 사실이 2007년 대통령선거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이 운영한 부패척결TF는 이명박 후보의 주변 인물 93명에 대한 주민 이력 조회 및 범죄경력 등 개인정보를 행자부 전산망 열람 등의 방법으로 406회에 걸쳐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부패척결TF'의 개인 사찰 의혹이 논란이 되자 자체 조사를 통해 부패척결TF의 5급 직원이 부동산비리 수집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사례'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씨로부터 이명박 서울시장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행자부로부터 김재정 씨 부동산 자료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부패척결TF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고질적 비리에 대한 구조적 고리를 끊기 위해 발족 운영해왔다"며 "그동안 다수의 비리정보를 검·경에 지원하고 JU그룹 사건 등 불법행위, 고위공직자 비리 등을 적발해 사법처리토록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김만복 원장 "대통령훈령에' 배석기관', 관계기관과 반부패 정보 협력 가능"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은 이와 관련 '대통령훈령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규정에 국정원장이 배석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정부기관과의 반부패 관련 정보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국정원이 반부패협의회에 참석하는 기관들의 전산망을 이용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봐도 반부패협의회 설립 취지 가운데 '부패 관련 실태조사 및 정보공유'가 포함된 만큼, 관련 기관들과의 정보공유 차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처럼 '지은 죄'가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이를 만회(?)하려고 김만복 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노무현-김정일) 요약본을 만들어 이명박 당선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유례없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의 불쏘시개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고위간부는 "현 정부 들어 적폐청산 명분으로 원장과 많은 직원들이 옥고를 치렀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마라는 말도 있지만, 국정원장이 반부패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면 원장부터 거리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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