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진보 우파'의 길 가야…기본소득제 '방법' 논의할 때"
"참회 없는 혁신은 허구…친박 세력은 폐족 선언해야"
"유승민 '개혁보수' 주장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수가 몰락하고 있는데 '보수'를 버리지 않으면 보수는 재건될 수 없다." 김형준(63)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정치 현상을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연구하는 계량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 최고 선거 전문가'로 꼽힌다.
김 교수는 9일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수가 현재 정치 지형에서 진보와 경쟁해 우위를 점하려면 '제3의 길'로서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말한다면 정말 보수가 해야 하는 것은 '성장 주도 균형 배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된다는 '10년 시계추 이론'을 언급하며 "이 상황에서 보수가 이기는 방법은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야권 유력 후보들이 모여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하는거다. 그게 아니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ㅡ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일주일 지났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평가를 해주세요
"김종인 체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할지 여부는 100일 안에 결정돼요. 정기 국회를 시작하기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중간 하차를 할 가능성도 있죠. 당이 변했는지 보려면 인물, 정책, 태도 이 3가지를 보면 돼요. 먼저 당 인물은 변했죠. 김 위원장과 청년들이 전면에 섰어요. 정책도 현란하게 바뀌고 있죠. 김 위원장은 '진보 우파'의 길을 가고 있어요. 그 다음이 태도의 문제인데, '발목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되고, 무엇보다 '참회'를 해야 해요. 참회 없는 혁신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어요."
ㅡ'진보 우파'의 길이 뭔가요?
"기본소득이라든지, 경제 민주화라든지. 이건 과거 진보의 가치였죠. 이런 진보의 가치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되, 아예 왼쪽으로는 가지 않는 '제3의 길'을 말해요. 영국에서 노동당 토니 블레어 총리가 1997년에 1979년부터 18년간 집권한 보수당 마가렛 대처에게서 정권을 빼앗기 위해 '제3의 길'을 제시한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죠."
ㅡ왜 '보수 우파'가 아니라 '진보 우파'인가요?
"보수 우파라는 것은 잘못하면 극우로 가요. 예를 들어 태극기 부대가 극우라고 할 수 있죠. 보수가 현재 정치 지형에서 진보와 경쟁해 우위를 점하려면 '제3의 길'로서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해요. 지금 보수가 몰락하고 있는데도 '보수'를 버리지 않으려는 건 틀린 거죠. 그런 식으로 가면 보수는 재건될 수 없어요."
ㅡ유승민 의원이 말한 '개혁적 보수'와 '진보 우파'의 길은 뭐가 다른가요
"유승민 의원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말하는데, 그런 말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같은 거예요. '진보 우파'의 길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그걸 확장한 개념이에요. 예를 들면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말하는데, 정말 보수가 해야 하는 것은 '성장 주도 균형 배분'이에요. 성장을 많이 해서 그 과실을 그동안 특정 계층이 독점했다면, 이제는 균형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거죠. 방점은 '성장'이에요.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말이에요."
ㅡ일각에선 통합당은 정치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수구세력이라고 지적해요
"개혁을 안 하면 그건 수구예요. 통합당은 태극기를 넘어서야 해요. 참회 없는 혁신은 허구고, 대안 없는 개혁은 기만이에요. 선거에서 4번 연속 졌는데 아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과 안 했잖아요. 친박세력은 폐족 선언해야 해요."
ㅡ민주당이 '보수'고 정의당이 '진보'고 통합당은 '극우'라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먼저 민주당은 교조적 진보주의를 가고 있어요. 진영논리에 빠져 선과 악 개념 속에서 폐쇄적인 집단이 되고 있죠. '노무현 정신 2기'라고 말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실용적 진보주의의 길을 간 사람이에요. 국익을 위해 한·미 FTA도 받아들였고, 이라크 파병도 받아들였어요. 제주 해군기지까지 찬성했죠. 그렇다고 정의당이 제대로 된 진보의 길을 걷고 있나요?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는 게 진보인데 여기엔 침묵하고 있잖아요. 반쪽자리 가짜 진보죠. 통합당은 차라리 잘 됐죠. 지금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죠."
ㅡ구체적으로 어떻게 '진보 우파'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보수가 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유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동안 전통적 보수, 산업화 보수, 안보적 보수가 말한 자유 개념과는 다른 개념이 있어야 하죠. 그동안 우리에게 지켜진 자유는 딱 하나예요. 공산주의 체제에 맞서 싸우는 자유는 지켰어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지켜졌나요? 인간의 기본적 자유가 지켜졌나요? 김종인 위원장이 '물질적, 실질적, 기본적 자유'를 말한 맥락이겠죠."
ㅡ김 위원장의 '탈보수' 행보에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념이 뭔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이념은 정의를 내리면 조직화된 신념 체제죠. 이 말은 즉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가 일관성이 있었나요? 우리나라에는 '보수주의자'는 있어도 '보수'는 없죠. 일관성이 없으면 쉽게 무너져요. 여기서 벗어나야죠."
ㅡ어떤 일관성을 말씀하시는 거죠
"보수가 양보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들을 끝까지 지켜냈냐는 거죠. 보수의 정체성이 뭐예요? 시장경제 중요하다면서 70년대 관치경제 할 땐 왜 침묵했어요? 북한 인권 말하면서 왜 대한민국 인권 유린에는 침묵해요? 자유민주주의 체제 외치는데 언제부터 자기들이 자유를 말했어요? 보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진짜 그 가치들을 실제로 실천했는지 돌아봐야 해요."
ㅡ통합당이 진보 우파로 거듭나면 국민 행복과 어떻게 연관이 되나요
"보수가 한마디로 '서민적·도덕적 보수'의 길을 걷게 되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요. 최근 나온 대통령 여론조사를 보세요. 아이러니하게도 소득 최상층이 문 대통령을 지지해요. 현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고 있으니까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소득 낮은 사람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로 일자리를 잃고 피해를 보고 있어요."
ㅡ'서민적·도덕적 보수'가 뭔가요
"39세에 보수당 총재, 44세에 국가 지도자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경우를 보세요. 그 사람이 했던 말이 '앞으로 우리는 기업을 무조건 도와주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죠. 지금까지 한국 보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요? 우리는 무조건 기업 살리라고 하잖아요. 중도 보수층과 서민들 삶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만들어야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전통보수 입장에서 '재난지원금' 지원은 재정건전성을 무너뜨리고, 포퓰리즘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고소득층, 지식인층이나 하지,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한테는 사치예요."
ㅡ원희룡 지사는 "보수의 역동성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어요
"'보수의 역동성'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요. 과거 대한민국의 절대빈곤 상태를 성장으로 이끈 힘이 보수가 가진 역동성이죠. 그런데 진보의 가치를 포용해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든 것도 보수의 역동성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복지국가 기틀을 만든 것은 보수죠. 비스마르크를 포함해 우리나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77년도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했잖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이끄는 것도 보수의 역동성이에요. 보수가 강조하는 창의와 개인의 자유로움, 다양성 등은 '평등' '민족'을 강조하는 진보보다 더 나은 거죠."
ㅡ정치권에서 일어나는 기본소득 논쟁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언급하자 홍준표 전 대표는 강하게 반대했죠. 이런 치열한 논쟁 과정은 보수가 이슈를 선점했다는 거예요. 옳고 그름을 떠나 논쟁을 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 거죠. 선택은 국민 몫이죠. 그런데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정치권에서 만들어 놓는 거죠."
ㅡ기본소득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는 31%가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진보는 61%가 찬성해요. 또 젊을수록 기본소득 지지가 높아요. 이런 것이 현실이면, 도입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하죠.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해요."
ㅡ20대 대선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대통령 선거를 보면 권력 교체의 주기는 10년이에요. 87년부터 97년까지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죠. 그리고 2009년까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어요. 그다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9년을 했죠. 한번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가요. 이 상황에서 이기는 방법은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야권 유력 후보들이 한군데 모여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해요."
ㅡ민주당은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게 돼 있어요. 민주당 내부에서 '이낙연 세력'과 '전통 친문세력'이 같이 가면 쉽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죠. 아마 내년 1~2월 쯤에 대립이 가시화될 거예요. 2022년 3월이 대선이기 때문에 내년 9월까지 후보가 결정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할 수 있어요. 과거에도 그랬잖아요. 김영삼과 이회창, 이명박과 박근혜, 노무현과 정동영,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죠. 이낙연 의원이 대세지만 요동칠 수 있어요. 1년 간의 싸움이에요."
ㅡ원 구성 협상, 윤미향 의원 논란 등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쓴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은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범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하나는 '제도적 자제'이고 두 번째는 '상호존중과 관용'이에요. 제도적 자제는 내가 힘이 있어도 쓰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민주당은 자제가 아니라 압박을 해요. 이건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거죠. 법사위를 꼭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과욕이죠.
국정 안정은 의석수에서 결정되는게 아니에요. 협치를 해야 하죠. 야당에게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죠. 협치를 무너뜨리면서 모든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어요.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 이야기해왔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어요. 그런데 윤미향 건을 보세요. 상식에서 어긋나죠."
ㅡ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폐지해야 하나요
"선거제도가 벌써 괴물이 됐잖아요. 사형선고를 받은 거예요.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도 국민들에게 잊혀 버렸어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스스로 선거제를 잘못 만들었다고 인정하는 거였어요. 완전 누더기법이 됐잖아요.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려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어요. 이건 선거제를 공학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ㅡ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선거제도 관련 개혁은 의원들이 손을 떼야 해요. 의원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잖아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제도 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전문적인 사람들이 최적의 선거제도를 만들도록 해야돼요. 스웨덴에서는 정치개혁 위원회에 의원들을 각 정당에선 한 명씩만 들어가게 해요. 나머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요.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해요. 당연히 없어질 수밖에 없어요."
ㅡ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가져가야 할 교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민주당은 무능한 사람이 운까지 대운인 상황이에요. 완전 거대여당이 됐죠. 거기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어요. 실력을 쌓을 때죠. 보수가 잘못해서 얻는 반사이익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저는 민주당이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해요. 몸집은 커졌는데 능력은 그대로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반성도 같이 가야 해요."
ㅡ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민주당은 지금 위험한 길을 가고 있어요.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거의 없죠.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데 당론을 가지고 제압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당론을 가지고 소신을 짓밟는건 적폐인데 말이에요.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거죠. 도덕성이 결여된 정당은 반드시 응징을 받게 돼 있어요.
조국사태, 윤미향사태를 보세요. 어떻게 기소된 사람이 그렇게 당당하게…, 이건 국민들로부터 분명히 심판받게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민주당은 책임성이 강화돼야 하고, 독립성도 강화돼야죠. 진영논리, 이분법적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해요."
◆김형준은…
△ 1957년생 △ 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