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효과 크지만, 유료회원까지는 아직 미적용
범죄단체가입죄 적용도 들쑥날쑥…목적성 입증 관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과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 박사 조주빈(25),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19), 갓갓 문형욱(25) 등 주범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당국이 박사방 유료회원 2명에게 범죄단체가입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n번방 등을 포함해 26만 명으로 추정되는 단순가담자들에 대한 강력처벌의 신호탄도 쏘아 올렸다.
하지만, 또 다른 유료회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범죄단체가입죄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며 기각되고 앞서 구속된 유료회원 2명에 대한 신상공개가 불발하면서 강력처벌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조주빈이 검거된 직후 '박사방, n번방 관전자도 모두 신상공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의 동의를 받을 정도로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효과 큰데도 박사방 유료회원 신상공개 왜 안하나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은 최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및 범죄단체가입 혐의를 적용해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 씨와 장모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검찰에 넘겨질 당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에 올랐다.
주범인 박사 조주빈이나 공범 부따 강훈이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드러내고 취재진 앞에 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경찰이 이들이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가담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지만, 신상공개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신중히 검토했으나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사방 조주빈과 공범 강훈 등이 잇달아 '신상공개가 가혹하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신상공개가 범죄자에게 주는 압박감에 따른 범죄 예방 파급효과가 커 보임에도 경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이 향후 수사에서 다른 유료회원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민갑룡 경찰청장도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국민 여망에 어긋나지 않게 (유료회원을 포함한) 불법행위자를 엄정 사법 처리하고 신상공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들이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이들은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구속됐지만, 또 다른 유료회원 남모(29) 씨에 대한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범죄단체가입 등 일부 혐의사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인데 남 씨는 박사방 유료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조주빈이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데 가담한 혐의(범죄단체가입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다.
그는 조주빈의 범행을 모방해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을 정도로 주범 못지않은 악질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단체가입죄 적용 왜 어렵나…목적성 입증 관건
수사당국이 유료회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범죄단체가입죄 등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디지털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파급효과가 가혹하리만큼 크지만, 그동안 처벌이 약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의 경우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범행이 이뤄졌다는 판단에 유료회원 중에서 범죄에 적극 동조하거나, 가담한 자들에 대해 이 죄목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다만, 일반 '공모범죄'와 달리 범죄단체조직죄는 형량이 높기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려면 '통솔체계'와 '목적성'이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사방에 참여한 이들이 단순 공범이 아니라, 범죄단체로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이를 지시한 자와 그 지시를 따르는 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목적성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주빈과 그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았고 단순 가담자로 분류되는 유료회원 역시 성착취물을 관람하려는 목적성이 뚜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유료회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재경지법 출신 한 변호사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그 공범들이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유료회원의 경우 돈을 내고 별도의 절차를 받는 등 목적성이 뚜렷하기에 범죄단체가입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방과 n번방은 단순 가담자가 있을 수 없는 구조이기에 수사당국이 증거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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