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진상조사 나서…공수처 수사 의견도
조사 결과 따라 재심 물론, 검찰개혁 탄력 전망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관계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한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고(故) 한만호 비망록을 통해 허위 진술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한만호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도 '검찰이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법무부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 전 총리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법무부, 자체 진상조사…최강욱 "공수처가 할 수밖에"
법무부는 26일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 전 총리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한만호의 변호사였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공수처 수사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최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직권남용은 저기 할지(공소시효가 지났을지) 모르겠지만 모해위증죄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며 "수사를 당연히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인 유우성 씨 사건에서 보였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며 "그때도 검찰이 국정원의 조작된 증거를 갖고 증언도 국정원 직원이 와서 위증을 했는데 비슷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지적에 대해 "그래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검찰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야 한다"라며 "그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그렇게 정의로운 기관이고 공정한 기관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으면 이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때 이 사건을 맡아서 조작했던 검사들이 지금도 검찰에서 나름 세력을 갖고 있는 검사들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라며 "그래도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이 공수처가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사건, 검찰개혁 트리거 되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권 등에서 '한명숙 사건'을 갑자기 들고나온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검찰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또 당시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검사들을 7월 출범하는 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법무부의 재조사나 공수처 수사가 재심 청구로 가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의 자체 진상조사에서 당시 수사팀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된다면 검찰개혁의 명분을 확보하는 건 물론 재심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도 2015년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확정했지만, 일부 대법관들은 반대의견에서 "검사가 한만호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며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자체적인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방식이나 대검찰청을 통해 검찰 내부에서 먼저 진상조사를 하도록 특별지시를 내리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하면 비망록 검증을 비롯해 한만호의 잦은 소환과 별건 압박 의혹, 재소자 회유 여부 등 검찰의 증언조작 의혹 전반이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강시 수사·공판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가 검찰개혁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는 등 재조사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만호 구치소 동료 증언…검찰 "명백한 허위" 반박
앞서 뉴스타파와 MBC, KBS 등 복수의 언론은 전날(25일) 한 전 총리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한만호의 구치소 동료의 증언을 보도했다.
구치소 동료인 한모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만호가 법정에서 한 증언이 사실에 부합하고, 한만호의 증언을 부인했던 동료 수감자들의 증언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관이) PC를 보여주면서 그걸 받아쓰기 하고, 그대로 베껴쓰기 했다. 진술 기록이든 영상 녹화든 증인 신문 내용이든 이미 사전에 말을 맞추고 연습한 내용들"이라고 폭로했다.
이는 앞서 언론에 보도된 한만호의 비망록 내용과도 일치한다. 비망록에서 한만호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리하도록 진술을 조작·강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검찰은 한만호의 비망록이 모두 법의 판단을 받은 허위의 주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한만호 비망록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입장을 내고 "비망록이 당시 재판에 제출됐고, 모두 근거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돈을 다른 정치인에게 줬다는 내용은 한 전 총리에게 준 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료 수감자 한 씨의 사연이 보도된 직후에도 입장을 다시 내 "한 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징역 20년 이상의 확정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한 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씨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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