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 조정훈 "기본소득, 국회서 치열한 입법경쟁 벌어질 것"

장기현 / 2020-05-24 21:33:55
"일자리 없는 성장 현실로…생활진보 추구"
"소주성·혁신성장 엇박자로 경제정책 꼬여"
"복지의 최상은 고용이 아니라 생활 보장"
"부루마불(Blue Marble) 게임을 생각해보세요. 한 바퀴 돌면 월급을 주죠. 그게 바로 기본소득입니다. 부루마불은 승자독식의 완전한 자본주의 게임이에요. 이런 자본주의 게임에서도 한 바퀴를 돌면 월급, 즉 기본소득을 주잖아요."

▲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은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조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6년 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다. 귀국 후에는 정책 싱크탱크인 여시재 부원장과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조 당선인은 본인을 '실용적 협상가'로 설명했다. 그는 "경제를 전공하고 세계은행에서 일하면서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정치를 시작하고 여러 정당과 협상하는 데 어색한 느낌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실현불가능한 최선을 고집하지 않는다"면서 "차선이라도 실현가능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곳이 국회가 아닐까"라고 기대감도 나타내기도 했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 6번으로 당선된 조 당선인은 지난 13일 원래 소속당인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그는 연합정당 참여가 유일한 옵션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당선인은 '1호 법안'에 대해 "아주 재밌는 기획이지만 비밀"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1호 법안보다 중요한 게 우리 식구들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보좌진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보좌진 얘기가 나오자 '행복하다', '좋다', '재밌을 것 같다'고 연신 웃어보였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시대전환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시대전환은 '생활진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사회문제를 풀어내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당원은 6000명이 넘고, 수도권과 대도시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3040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호칭도 서로 '님'이라고 부른다. 매우 수평적인 구조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플랫폼 정당'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직접 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누구나 시대전환이라는 플랫폼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ㅡ'생활진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3040세대는 앞선 세대와 다르다. 좌우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어떤 문제는 민주당이 옳은 것 같고, 어떤 문제는 미래통합당이 맞는 것 같고, 어떤 문제는 정의당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세대는 기존의 좌우 이념으로 정의할 수 없다.

우리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는 '생활인'이다. '생활'이라고 하면 약간 부차적인 얘기로 보이지만, '민족의 통일', '정의의 실현' 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의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의 진보'를 추구한다.

두 채를 가지고 집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높은 세율을 매겨야 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미세먼지가 심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그컵을 쓰는 사람들,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활진보'의 지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활 속에서의 진보가 이념으로서의 진보만큼 중요해졌다. 이는 중요한 사회적 변화다. 자신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이런 행위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활 정책'을 펼치고 싶다."

ㅡ산업화·민주화 시대 이후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지금은 거칠게 얘기하면 생존의 시대다. 우리 사회는 인간이 '생하느냐 멸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종으로서의 인간이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할까. 우리 공동체와 가족은 변함없이 유지될까. 이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전환의 시기다.

과거 산업화라는 길목에서 빈부 중 부를 선택했고,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이후 민주화의 기로에서는 독재 대신 민주화를 향했고, 어느 정도 이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생과 멸의 기로에서 세대 전환이 아니라 시대를 전환해야 한다. 이미 시대는 전환되고 있다. 전환되는 시대에 인간이 적응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빠른 변화를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 그래서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능을 며칠 앞둔 수험생의 노력처럼."

▲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경제 전문가로서 보는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경제는 스텝이 꼬였다.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분배도 못지않게 좋아졌다. 그런데 IMF를 겪으면서 성장과 분배의 공존이 깨졌다.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 진영에 따라 반대되는 정책들을 처방하고 실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문재인 정부 성장 정책의 두 축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과 '혁신성장'이다. 잘 되면 둘 다 이룰 것 같지만, 서로에게 장애물이 된다. 혁신성장의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팜이다. 쉽게 말해 국회만한 건물 전체를 비닐하우스로 만드는 것인데, 생산성은 월등하지만 고용된 사람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

이건 소주성의 논리로 보면 일자리를 없애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더이상 고용이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혁신성장의 논리를 간과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주성의 논리에 따라 고용 정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충돌하는 점이 발생한다.

일관된 정책이 쌓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충돌된 정책을 양대 축으로 하면서 스텝이 제대로 꼬이고 있다. '성장과 분배' 패러다임 자체를 하나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몰아가야 한다. 그 핵심은 고용을 버리는 데 있다."

ㅡ'고용을 버린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자리 없는 성장이 현실이다. 성장을 하면 고용이 따라올 것이라는 가정은 더이상 작용하지 않는다. 이번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3조5000억 원을 넣어 55만 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은 숫자다.

실은 돈을 주려고 만든 일자리다. 어차피 주는 돈이라면 청년 계층, 노인 계층에 직접 지급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청년들은 자기계발을 하고, 어르신들은 봉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낫지 않을까.

그런데 왜 고집하느냐. '55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현 정부도 그냥 돈을 주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 안하면 먹지도 말라'는 산업화의 패러다임이 쌓인 영향이다. 복지의 최상은 더이상 고용이 아니다. 생활 보장이다."

ㅡ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되는가

"부루마불 게임을 생각해보면, 한 바퀴 돌면 월급을 준다.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다. 부루마불은 승자독식의 완전한 자본주의 게임이다. 호텔 짓고 사고 팔고…제주도, 홍콩, 마닐라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없다. 서울, 뉴욕, 파리를 사면 더욱더 부자가 된다. 그런 자본주의 게임에서도 한 바퀴 돌면 월급, 즉 기본소득을 준다.

부루마불로 우리 경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21대 국회에서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치열한 입법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누가 먼저 1번으로 등록하느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 이 경쟁이다. 더이상 할지 말지의 경쟁이 아니다."

ㅡ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평가한다면

"주어가 되진 못했지만, 재난기본소득을 처음 주장한 것이 시대전환이다. 코로나19가 터지지 않았다면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기회로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재정이 유지될 수 있을까.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기부를 할까.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물꼬가 터진 것이다. 100% 지급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재난의 또 다른 예는 산불이다. 산불이 나면 일단 불이 꺼질 때까지 물을 투입하지, 물의 양을 결정하고 불을 끄지 않는다. 양을 두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 그건 재난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그걸 가지고 한 달을 끌었다. 그동안 망한 개인사업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사이 지원금이 풀렸다면 상황은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 시대전환 조정훈 당선인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UPI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정치 행위를 하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상황과 헤쳐나가야 할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대전환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이런 연합정당이 만들어질지 예상도 하지 못했다. 다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 됐다.

정당으로서의 시대전환은 당연히 원내 진입을 목표로 했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명백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실현가능한 차선을 선택한 것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원내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ㅡ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생각과 대안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원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결국 국민들께서 모자이크 같은 국회를 지지한 것으로 본다. 제도는 당연히 보완돼야 하지만, 원칙은 훼손되면 안 된다.

비례대표 의원 수도 늘려야 한다. 국회는 국회가 돼야지, 지역의회의 총합이 돼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지역 현안만 챙겨서 되겠나. 지역 현안은 도의회나 시의회 등 지방 의회로 가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예산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지방 의회에 넘기면, 국회에선 나라 걱정만 할 수 있게 된다. 핵발전소를 지을지 말지, 짓는다면 어디에 지어야 하는지를 하나의 지도를 펼쳐놓고 판단해야 한다. 이건 비례대표밖에 못한다."

ㅡ1인 정당으로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치는 구도와 인물이 중요하다. 정치적 세력의 강력함과 정치인의 내재적 가치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은 90%가 구도였고, 개인기는 10%도 안됐다. 시대전환은 무명의 정당으로,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구도였다. 그래서 민주당의 연합정당인 시민당을 타고 들어온 것이고.

시대전환은 작지만 결국 1명의 의원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내재적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우리는 '실용정치가 국민들에게 왜 이렇게 울림이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실용정치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실용정치를 얘기한 기존 정치가 풀어낸 게 없다.

결국 시대전환이 내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은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생활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실현가능한 최선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300분의 1보다는 더 많이 풀어내겠다."

ㅡ조정훈의 포부와 시대전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일단 입법 노동자로서 법안 발의와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발전적 담론을 만들어보고 싶다. 뜬구름 잡는 얘기 말고 구체적인 담론으로 지금까지의 진영을 뛰어넘는 새로운 국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자 한다.

또한 시대전환이라는 실험도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선거법이 바뀌면 연합정당의 방식으로 국회에 들어온 유일무이한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22대 총선에서 시대전환이 성공 사례가 돼서, 다음에 들어오는 새로운 정당과 목소리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조정훈은…
△ 1972년 서울 출생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 △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 △ 여시재 부원장 △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 △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 시대전환 공동대표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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