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게이트키퍼 수단 악용" vs 野 "국회 심의 충분치 않아"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이번 주 본격 시작된다. 지난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나란히 새 원내대표를 뽑으면서, 양당의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77석'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회를 확보해 속도감 있는 입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통합당은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개원 다음달 5일 시한…의장단은 '무난'
민주당은 4선 김태년(경기 성남수정), 통합당은 5선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을 각각 7일과 8일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으로 선출했다. 원내교섭단체인 양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을 구성하는 즉시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총선 후 첫 임시국회는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 이내에 개최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때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이날로부터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 선출도 끝내야 한다. 첫 본회의는 다음달 5일, 상임위원회 구성은 8일이 각각 법정시한이다.
다만 국회법이 개정된 14대 국회 이후 18대 국회 후반기를 제외하면 매번 원구성은 법정시한을 넘겼다. 특히 현재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은 상임위원장단 선출까지 57일이 걸렸다. 이른바 '알짜 상임위'로 분류되는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두고 여야 기 싸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의장단의 경우 큰 무리 없이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의 경우 여소야대와 다당 구도로 인해 원내 1당이 차지하는 국회의장을 놓고 샅바싸움이 벌어졌지만, 이번은 177석의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의장직 확보가 유력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법사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 이 부분이 원구성에 있어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석수와 상관없이 관례에 따라 야당이 가져가는 게 맞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법사위 체계·자구 폐지하면 양보 가능
이번 협상에선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관례상 교섭단체별 의석수에 따라 배분된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시민당을 더해 177석을 획득한 민주당은 최대 12개의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은 현재 보유한 9개 상임위에서 늘어나는 몫으로 법사위와 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투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예결위원장직만은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17대 국회 이래 예산안 심의·확정권을 쥔 예결위는 여당이, 국회 심의 법안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는 야당이 나눠 가져왔다. 민주당은 예결위를 다시 가져오는 한편,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전제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심사 기한을 330일에서 90일로 줄이는 '일하는 국회법' 통과를 우선 추진하고 있다. 다만 법사위 기능 저하를 불러올 '일하는 국회법' 처리에 야당의 반발이 불가피해, 차라리 법사위 확보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는 우리가 여당일 때(17대) 야당에 양보해 야당이 갖는 것처럼 돼 있다"며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석수 현실 인정"…법사위는 사수 의지
통합당의 경우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원구성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의석수에 따라 최대 7개 상임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한국당이 독자노선을 선택할 경우 1개 상임위는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당은 20대 국회에서 법제사법·국토교통·외교통일·보건복지·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환경노동위원회와 예결위 등 8개 상임위를 가져왔다. 특히 법사위의 경우 통합당이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거론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의 경우, 법안 처리 지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통합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이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면 원구성 협상 전체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주호영 원내대표가 협상력을 얼마나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그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각 당이 주장만 하다가 마지막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협상 결과를 많이 봤다"면서 "의석수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욕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 사수 의지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법안의 완성도나 영향 등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과정이 충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법사위는)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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