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재판부, 대법원 취지 인정해도 2년6개월 감형 가능
대법원의 50억 '적극적 뇌물' 판단 놓고 재판부 고민 클 듯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얼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재판부가 양형에 반영하겠다며 요구한 조건들을 이 부회장이 거듭 실천한 데다가, 공개 사과까지 함으로써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고 삼성이 낙관할 수만은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을 확실히 인정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범죄행위 자체와 관련된 '행위인자'를 피고인의 자수나 공탁·반성 등과 같은 '행위자 인자'보다 우월하게 고려하는 것이 양형기준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파기환송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삼성전자가 구입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지원 자금 성격이다.
대법원은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최서원에게 준 말 3마리 구입대금 34억 원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일부 무죄였던 항소심 판결이 뒤집히며 뇌물 제공 총액이 50억 원 더 늘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 상태에서 풀려났지만,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파격적인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양형을 낮출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이미 1년 실형을 산 데다 1심 인정 혐의 관련 금액들을 삼성전자 측에 전액 변제하는 등 정상참작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이 유죄로 뒤집은 50억 원 뇌물 부분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인정하되, 형량을 감경할 여지는 여전하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분석이다.
1심처럼 특가법을 적용하더라도 양형기준에 따른 재판부의 재량으로 2년 6개월까지 감경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즉 1심 판단처럼 이 부회장이 최서원에게 준 34억 원 상당의 말 3마리와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5년의 판단을 내리더라도,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감경을 하면 징역 2년 4개월로 낮출 수 있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취지에 맞춰 혐의는 인정하더라도 재판부 재량으로 2년 6개월까지 감경할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양형에 반영하겠다며 요구한 조건들을 거듭 실천한 데다가, 진지한 반성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사과 정도가 삼성의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집행유예 사안으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제도 개선방안이 양형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지난달 17일 법원이 기각했다는 점도 이 같은 감경전망에 힘이 실린다.
기피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뇌물·횡령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며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진지한 반성'이라는 통상적 양형사유의 하나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같은 감형사유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이다. 최서원과 이 부회장 간 뇌물 사건에서 '삼성'이라는 회사는 피해자인데, 피해 회사의 '외양간'(준법감시시스템)을 고쳤다고 감형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과 그에 따라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인 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이 직접 가중처벌 요소까지 언급해 파기환송한 사건임에도 재판 시작부터 감형에 고려할 사유를 재판부가 직접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가 제시한 조건을 피고인이 따른다면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자연인)이 아닌 조직(법인)을 대상으로 한 규정으로 이 부회장 사례에 적용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미 '집행유예'를 예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법원이 계속 이 부회장의 퇴로를 열어줄 힌트를 주고 있는 느낌이다. 일반 피고인이라면 가당키나 했을 일이겠느냐"며 "최서원과 이 부회장 간 뇌물 사건에서 삼성이라는 회사는 피해자인데 피해 회사가 준법감시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감형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을 확실히 인정했다"며 "이처럼 범죄행위 자체와 관련된 '행위인자'를 피고인의 자수나 공탁·반성 등과 같은 '행위자 인자'보다 우월하게 고려하는 것이 양형기준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 법원에서 감형사유로 인정되더라도 이보다 앞서 대법원이 지적한 '적극적 뇌물' 등의 가중처벌 사유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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