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한 민주당, '강남3구 벽'은 넘지 못한 까닭

김당 / 2020-04-16 17:01:57
[데이터로 본 총선] 5. '민주당=강북당, 통합당=강남당' 밴드왜건 효과
민주당, 강남3구 8석 중 7석·용산·분당갑 등 '종부세' 관련 지역서 패배
민주당, 종부세 관련 선거구서 사전투표서 이기고 본투표에서 크게 져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결국 이번 4·15 총선의 승패가 결정됐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미래통합당에 참패를 안겼다.

민주당은 수도권 지역구 121곳 가운데 103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서울 49석 중에 무려 41석, 경기 59석 중 51석, 상대적으로 열세로 분류됐던 인천에서도 13석 중 11석을 차지했다. 반면에 통합당은 서울 8석, 경기 7석에 머물렀다.

 

[표] 4·15 총선 수도권 지역구 득표현황 (단위: 표)

 

민주당

통합당

차이

비고

득표수

7,712,531

5,922,238

1,790,293

통합당 관악갑 없음

평균득표수

63,740

49,352

14,388

 

득표율

53.66%

41.64%

12.02%

통합당 관악갑 제외

의석수

103석

16석

87석

 

의석률

85.12%

9.92%

75.20%

 

1석당 득표수

74,879

370,140

4.94배 차

 

 *출처: 데이터정경연구원 집계

데이터정경연구원(최광웅 원장)의 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771만2531표, 통합당은 592만2238표(관악갑 김대호 후보 제외)를 얻었다. 득표율로 계산하면, 민주당은 53.66%, 통합당은 41.64%다. 그런데 민주당은 103석을 차지한 반면에 통합당은 겨우 16석을 챙겼을 뿐이다.

의석당 득표수를 계산하면 민주당은 1석당 7만4879표인데 반해, 통합당은 1석당 무려 37만140표(출마지역만 계산)로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최광웅 원장은 이 같은 수도권 완승에 기반한 민주당의 승리를 "선거제도(소선구제)의 완벽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완승한 민주당도 '강남3구의 벽'은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8곳의 지역구 가운데 3곳을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선 '송파병' 한 곳만을 겨우 지켰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민주당=강북당, 통합당=강남당'이란 밴드왜건 효과

선거에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우리 말로 '편승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선거운동에서 우세를 보이는 후보나 정당에게 부동층의 지지가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서커스나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가 탄 마차를 밴드왜건이라고 하는데 1848년 당시 밴드왜건을 사용한 선거운동을 처음 선보인 데서 유래되었다.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강북당, 미래통합당=강남당'은 오래된 공식으로 통한다. 지난 15대 총선(1996년)부터 19대 총선(2012년)까지 민주당은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단 1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후보를 지낸 정동영이 19대 총선(강남을)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뛰어들었다가 20% 넘는 득표율 차이로 완패를 당한 곳이 바로 강남이다.

▲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가운데)과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3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 감면 추진' 등 부동산 대책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강남3구에서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주된 관심사였다. 총선 후보자등록 마감일인 3월 27일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와 양천갑(목동), 용산 그리고 성남 분당구 민주당 후보 14인이 '1세대 1주택 종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 후보 일동'의 명의로 '종부세 세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건 것도 편승효과로 인한 '위험한 신호'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강남3구에서 이변은 없었다. 민주당에서는 보수성향의 중진 정치인(김성곤)과 강남구에서 유일한 현역 의원(전현희)을 공천한 두 곳에 기대를 걸었으나 송파병(남인순 의원)을 제외하고 강남3구 전지역에서 패배했다. 현역 의원들이 수성에 나선 송파을(최재성 의원)도 아나운서 출신의 신인인 배현진 후보에게 졌다.

사실상 당론에 반해 종부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강남권 후보 14인 중에서 5명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에 비해 통합당은 송파병을 제외한 강남3구 전지역과 용산구(권영세), 그리고 성남 분당갑(김은혜) 등 9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강북지역은 민주당이 싹쓸이를 했지만, 강남권은 이번에도 '강남=통합당'의 밴드왜건 효과가 작용한 셈이다.

 

'강남을' 전현희는 왜 낙선했나

이번 선거에서 관심을 끈 강남권 선거구는 '강남을'이었다. 20대 총선(2016년)에선 민주당 전현희 후보가 강남=통합당 편승효과를 깨고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으로 강남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홍사덕 이후 무려 24년만에 강남·서초지역에서 배출된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이다.

이런 이변은 선거구 조정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강남을(乙)은 인구 증가에 따라 20대 총선 당시 대치동 3개동이 분리되어 강남병(丙)이 신설되며 조정된 선거구다. 이제껏 선거에서 7 대 3 또는 8 대2  정도로 통합당의 지지기반이 확실한 대치동이 분리되면서 변화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데이터정경연구원의 선거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눈여겨볼 것이 당시 투표율이다. 서울의 49개 선거구 가운데 강남갑(甲)은 50% 미만으로 최저를 기록했으며 강남병(丙)도 57.67%로 42위였다. 이에 비해 강남을(62.41%)은 서울 평균(59.82%)보다 2.6%가 더 높았다.

강남을 지역의 높은 투표율이 전현희 당선의 1등공신인 것이다. 강남을의 투표율을 높인 것은 세곡동 유권자들이었다. 총선 직전인 2015년말을 기준으로 세곡동 주민 수는 4만3천여명, 강남구 22개 동 가운데 가장 많았다. 또한 이곳은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로 20대 총선 당시 입주가 완료된 반값(보금자리) 아파트 및 공공임대주택만 거의 1만7천 세대를 상회했다.

당시 출구조사결과는 새누리당 김종훈 48.3% vs 민주당 전현희 48.2%의 초박빙이었지만, 개표결과는 전현희 후보가 51.5%로 당선됐다. 전 후보는 '강남 아닌 강남'인 세곡동에서만 무려 20%p 넘는 득표율 차이(59.1% 대 37.2%)로 당시 현역 지역구 의원이던 김 후보를 따돌렸다. 김 후보는 전 후보에게 6624표 차이로 졌는데, 세곡동에서만 4191표 차이였다.

이 지역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 3040대 청년층 등이 투표율을 높인 가운데 벌어진 결과였다. '강남=통합당' 공식에서 보면 강남을 선거구에선 통합당의 밴드왜건 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박진 후보, 세곡동 제외한 모든 투표구에서 전현희 앞서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달랐다. 중앙선관위의 최종개표결과에 따르면, 전현희 후보는 이번에도 유일하게 세곡동 투표소에서만 박진 후보를 리드했다. 관내의 개포1동, 개포2동, 개포4동, 일원본동, 일원1동, 일원2동, 수서동, 세곡동 등 8개 투표소 중에서 전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선 곳은 개포4동과 일원1동 그리고 세곡동의 3곳이다.

하지만 민주당후보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 사전투표수를 제외한 본투표에서 전 후보가 박 후보를 앞지른 곳은 세곡동뿐이다(수도권 모든 선거구에서 공통으로 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세곡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보다 1360표를 앞선 전 후보는 본투표에서도 630여표를 앞서 전체 2천표(1만1778표 대 9781표)를 리드했다.

수도권에서 공통으로 민주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통합당 후보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상세한 득표 분석은 선관위의 세대별 투표율 집계가 공개되어야 가능하지만, 현상적으로 나타난 것만 보면 종부세 관련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전반적으로 사전투표에서 이겼지만 본투표에서 크게 져 패배했다.


중앙선관위의 개표진행 시간별 득표율 추이를 보면, 강남갑 등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면 종부세 관련 선거구에서도 대체로 사전투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통합당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송파갑의 경우 개표 전반에 사전투표함을 포함해 39% 개표 때는 민주당 조재희 후보(53.22%)가 통합당 김웅 후보(46.16%)를 앞섰으나, 60% 개표 상황에선 거의 동률(49%대 득표)을 이루다가 최종 개표에선 48.02% 대 51.20%로 역전되었다.


강남을의 경우에도 사전투표함을 포함해 34% 개표 때만 해도 전현희 후보(50.35%)가 박진 후보(46.75%)를 앞섰으나, 63%를 개표한 후반부에 들어선 44.51% 대 53.06%로 역전돼 최종 개표에서 46.41% 대 50.94%로 패배했다.

수도권 사전투표에서 통합당이 전반적으로 열세를 보인 것은 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막말과 김대호 후보의 30~40세대 폄하 발언 등이 통합당을 '응징'한 수도권의 사전투표율을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메시지 크리에이터 공희준씨는 "야당의 수도권 선거 '폭망'의 결정적 도화선으로 작용한 차명진 막말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막말 자체가 아니라, 막말에 대처하는 통합당 지도부의 소심하고 미숙하며 위선적인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일개 '막말러' 한 명 깔끔히 정리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쩔쩔매는 황교안의 모습에서 지금과 같은 총체적인 국가적 비상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이상적인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유권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용산·분당으로 확산된 '강남 표심 동조화' 현상

그런데 '강남을'의 표심을 분석해보면 4년 전에는 개포동 재건축, 세곡동 난개발 등 민감한 지역적 현안들이 전현희 당선이란 이변을 만들어냈지만, 세곡동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그때만큼 전폭적 지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강남 지역 최대 이슈로 부각된 종부세와 공시지가 등 '부동산 세금' 문제가 이번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사실 강남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조차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당론에 반하는 종부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종부세는 이 지역의 주요 관심사다. 전 후보는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주민들을 의식해 1가구 1주택 종부세 감면, 공시지가 합리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박 후보 입장에서 종부세 감면과 공시지가 인상 반대는 모두 당론에 부합하는 공약이다.

박 후보는 여기에다가 지역 현안인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합리화' 촉구 등과 함께 세곡동 일대에 '세곡디지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그린벨트 해제와 위례-과천선이 연결되는 것을 전제로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을 유치해 청년일자리를 늘려 강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공약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부활 등의 강력한 억제책을 펴왔다. 이로 인해 강남권 재건축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튀어나왔다.

거기에다가 보유세(재산세+종부세)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확산되었다.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해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권의 상승폭이 커지면서 덩달아 집권여당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결국 종부세 인상 등 세금부담을 강화한 것이 '강남 표심 동조화' 현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석이던 서울 용산구(진영 의원)와 성남 분당갑(김병관)·을(김병욱) 가운데 2곳(용산, 분당갑)을 통합당에 내준 것도 종부세와 편승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곳이 용산구이다. 용산구의 투표구별 득표현황을 보면, 민주당 강태웅 후보는 사전투표를 포함해 후암동, 용산2가동, 남영동, 청파동, 원효로제1·2동, 효창동, 용문동, 이태원2동, 보광동 등 10개 투표구에서 승리하고서도 한강로동, 이촌1·2동, 이태원1동, 한남동, 서빙고동 등 6개 투표구에서 져 패배했다. 특히 강 후보는 이촌1동과 서빙고동 등 종부세 대상자가 많은 '부촌'에서 더블 스코어로 지는 바람에 최종 89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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