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 운동 첫날…광화문 광장 확대 놓고 정반대 행보 보여
전문가 "반전 없다"…"정치 1번지일뿐 종로 안바뀐다"는 회의적 표심
뚜껑 열기 전엔 결과 알 수 없다…13~18대 '보수' 19~20대 '진보' 승리 서울 종로는 4·15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거구다. '전직 두 총리의 한판 승부' '여야 잠룡의 미니 대선' '총선의 바로미터' 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잠룡들의 대결인 만큼 지역주민들은 '뒤통수' 맞을까 걱정한다. "기껏 뽑아놨더니 대선 준비 하느라 지역구엔 소홀한 것 아니냐"라는 염려가 벌써 나온다. 이번 선거, 이래저래 특이하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펼쳐지는 최초의 비대면 선거다. 후보들의 '발품 팔기'에는 한계가 있다.
혹자는 이번 선거 승리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겐 '따놓은 당상'이라고 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에게 20%p 가까이 앞서는 여론조사가 그 이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샤이(shy)층'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할 수 없다. 직접 현장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고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표심'을 훑어봤다.
'광화문 광장' 놓고 현수막 기싸움…백지화냐 보류냐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11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사거리에 이 위원장과 황 대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기호 1번 이 위원장의 현수막에는 '집회시위 주민불편 소음피해 최소화!'라는 문구가, 기호2번 황 대표의 현수막에는 '통인시장 인근 주차장 개선! 광화문 광장 확대 전면 백지화'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청와대와 인접한 청운·효자동 주민들이 '광화문 집회'로 인해 겪는 소음공해·교통불편을 겨냥한 대표적 공약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광화문광장을 3.7배 확장하고 2021년까지 현재 10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는 등의 재구조화 설계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곳곳에서 제기된 '졸속 추진' '소통 부족' 문제 등으로 현재는 재조성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황 대표는 '광확문 광장 확장 전면 백지화'라는 파격적 안을 꺼내든 반면, 이 위원장은 한발 물러서 광장 확대에 대한 논의를 보류하고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본래 보수적 성향이 높은 지역인 청운·효자동 민심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나뉜다. 청운동에서 15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57·여) 씨는 "이쪽 동네는 전부 광화문 광장 확대에 반대한다"며 "시위로 인한 소음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서촌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황모(47·남) 씨는 "광화문 집회 때마다 여기는 외딴 섬이 된다"며 "교통 체증때문에 사람도 안오고 매상이 확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반면 '종로 토박이'라는 대학생 김영환(23·남) 씨는 "백지화보다는 재검토 공약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며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두 후보자가 대립하는 지점은 많다. 각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위원장의 캐치프레이즈는 '국난극복 종로도약'인 반면, 황 대표는 '힘내라 종로 바꿔야 산다'다. 이번 총선의 성격을 각각 '국난극복'과 '정권심판'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이날 0시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마트를 방문해 "많은 유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거운동 첫날 첫 메시지로 '희망을 잃지 말자'고 국민들께 말씀 드리고 싶었다"고 한 반면, 황 대표는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 1번지이자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 1번지인 이곳에서 심판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낙연 52% vs 황교안 32.3%…전문가 "반전 가능성 없어"
그렇다면 현재까지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떠할까.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조사방법론에 따라 두 후보의 3월 한 달 간의 지지율을 평균해보니 이 위원장은 52%를, 황 대표는 32.3%를 기록했다. 격차는 19.7%p다.
황 대표 측은 큰 격차에도 '마이웨이' 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20대 총선 종로 선거를 보면 지원 유세를 많이 다녔던 오세훈 후보가 정세균 후보에 비해 여론조사상으론 크게 앞섰지만, 막상 투표에선 지역표심에 강했던 정세균 후보가 이긴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당선이 확실해 보였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 당일 39.7%의 득표율을 기록해 정세균 후보(52.6%)에게 완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황 대표는 종로 골목 곳곳을 누비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하루 옥인동, 누상동, 청운효자동, 평창동, 부암동을 차례로 돌았다.
하지만 상당수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를 13일 앞두고 격차가 20%p대 안팎을 기록한다면 특별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전혀 없다. 승부는 거의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통합당이 총선,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 하면서 지역조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이고,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보수층에서 적극 투표층이 줄어들고 있다. 샤이보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 예단할 수 없다…"정치 1번지일뿐 종로는 안변한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3명의 대통령(윤보선·이명박·노무현)과 내각제 총리(장면)가 뿌리 내렸던 땅이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전 국정원장 이종찬 등도 이곳을 발판 삼아 정치 인생의 꽃을 피웠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오랜 편견에 맞서 훗날 여성 당수까지 된 박순천이 정치를 시작한 곳도 종로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예단할 수 없다. 여론조사만 믿고 낙승을 기대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역대 선거에서 종로 민심은 다소 보수세를 보이면서도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988년 13대 총선 이래 2008년 18대 총선까지는 보수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민주당 계열 후보는 1998년 재·보궐선거 때 노무현 후보와 2012년 19대 총선과 2016년 20대 총선 때 정세균 후보 등 세 차례 승리를 거뒀다.
전통적으로 지역별 이념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도 종로의 특징이다. 혜화동·창신동·숭인동 일대는 민주당이 강세였고, 서쪽·북쪽에 위치한 평창동·삼청동·사직동은 보수성향이 강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달라지는 모양새다.
28년 동안 평창동에서 거주한 윤석현(64·남)씨는 "평창동에서 92년부터 살았는데 달라진게 없다. 주거환경은 더 악화됐다"며 "센 사람이 나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기대심리가 있을 수 있는데 막상 당선된 이후 공약이 실현되는 경우는 드물다. 선거가 지역구민을 위한건지 출마자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출마한 두 사람도 당선될 때는 지역을 위해서 애쓰겠다고 해놓고 당선된 후로는 대선 준비를 하면서 지역 현안에 소홀할 수 있다"며 "정치1번지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주민과 무슨 상관있나. 창신동 달동네 같은 경우는 불나면 큰일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신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창신동은 과거부터 낙후된 지역이다. 이곳은 변하질 않는다"라며 "30년 전부터 지역주민들은 개발을 바라고 있는데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도 모두 개발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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