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불법 선거?…비례 위성정당 수렁에 빠진 거대 양당정치

남궁소정 / 2020-03-20 19:00:23
황교안 둘러싼 '공천개입' …黃 "자매정당 간 합당한 논의"
'의원 꿔주기'에 '바꿔치기'까지…부끄러운 꼼수 남발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비례 위성정당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일찍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했지만, 한국당이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의도와는 다른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판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진보 분열'을 야기하면서 신생정당과 손을 잡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모두 선거법,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는 꼼수와 반칙 일색이다.

비례대표 확보용 위성정당이지만 법률상으로 보면 엄연히 별개 정당이다. 그런데 대놓고 개입해 '감놔라 배놔라'하고, '의원 꿔주기'(당명 변경)를 하고 있다. 통합당은 아예 말을 듣지 않는 한국당을 흔들어 결국 대표와 공관위원장을 사실상 갈아치우고 '친위부대'를 파병해 점령해버렸다.

의석수에 눈이 멀어 탈법‧편법 논란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의 정치인들이 버젓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아이러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위)와 미래한국당 황교안 대표. [뉴시스]

황교안 당대표의 '공천개입' 논란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황교안 대표의 '공천 개입' 논란이다. 황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이번 선거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한국당에 대한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아울러 "구태 정치, 나쁜 정치와 단절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 문제를 바로잡아서 승리의 길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라는 발언으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거취까지 압박했다.

20일에는 한국당 한 대표가 황 대표에게 "박진·박형준 전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황 대표의 선거법 위반 여부 논란이 더욱 뜨거워졌다.

정의당은 이를 두고 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8조와 특정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237조 5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상 엄연히 독립된 타당이 남의 정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 대표의 발언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두고볼 일이다. 황 대표는 "한국당은 자매정당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논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 "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공천개입으로 인해 공천의 민주성이 깨졌다고 말하려면 '관여성 발언'이 아니라 '관여'로 인해 공천결과가 달라졌음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그 영향력에 따라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의원 꿔주기'와 '의원 바꿔치기'

통합당 현역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점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본래 통합당 소속이던 한선교 의원에게 한국당 대표를 맡기고, 불출마 의원들에게 한국당 이적을 권유한 것이 정당법 위반이라며 지난달 4일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의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당의 탈당과 한국당의 정당 가입을 당 대표의 지위에서 사실상 강요·억압했다"며 "입당 강요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황 대표의 행태는 정당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정당법은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한선교 대표가 사퇴한 지 하루만에 당 대권을 잡은 원유철 대표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을 축출하고 공관위를 재구성한 점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황 대표의 최측근인 원 대표가 기존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다 엎고, 황 대표의 요구를 전폭 수용할 경우 또 다시 법적 시비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시 '민주적 심사 및 투표 절차'(47조)를 거쳐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은 모두 무효가 된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신임 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정당 설립 논란…"금지 규정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3일 한국당의 창당 등록을 허용한 뒤에도 한국당을 둘러싼 '불법' 위성정당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의당은 한국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불과하다며 정당 등록을 허가한 선관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어 결과가 선고되기 전까지 정당등록 처분의 효력을 멈추기 위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정의당의 주장은 이렇다. 헌법 제8조에 따르면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인 한국당은 목적·조직과 활동은 국회 의석수를 늘리는 데만 있고, 그렇기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돕기보단 오히려 왜곡한다는 거다. 

정의당 측 대리인은 "선거법상 하나의 정당이 창당하면 정당의 실체를 갖춰야 하는데 (한국당은) 실체도 없고 목적도 없다"며 "오로지 미래통합당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정의당의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법원은 정의당의 청구가 소송을 통해 다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영수 교수는 "현행법상으로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명문규정이 없다. 더불어시민당이든 미래한국당이든 당헌당규에서부터 '우리는 종속된 정당이다'라는 식이면 문제가 되지만 그런식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꼼수라고는 해도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에 상응하는 조치로 구성하기로 한 비례민주연합 '더불어시민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민주당 역시 '의원 꿔주기 논란'은 물론 비례대표 순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정당투표 용지에서 비례연합당이 앞순위 기호를 받을 수 있도록 민주당 불출마 의원들을 상대로 '시민당 이적' 설득 작업을 벌였다.

통합당 이혜훈 의원은 "더불어시민당의 후보는 어떻게 보면 다른 당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되는데 민주당이 10번 이후는 공천하는 걸로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야 거대 정당이 의석 욕심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꼼수 정치'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흔드는, 한국 정당정치의 현주소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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