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0시 기준 처음으로 격리해제(177명)가 확진자(110명) 앞서 '청신호'
출구전략 실기하면 방역 성공해도 '제2의 IMF' 상황 벗어나지 못할 수도
미국 해외투자은행 JP모건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최대 1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3월 20일께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설마'였다. 하루만에 나온 정부 인사의 반응도 "섣부른 판단"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최대 1만명 감염이 예상되는 20일께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JP모건의 전망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제 방역예방과 동시에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JP모건은 '급증하는 코로나19: 전염의 정점과 증시 조정의 규모·시간' 보고서에서 "JP모건 보험팀 역학 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3월 20일 정점에 달하고, 최대 1만 명의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대구 시민 240만 명 중 3%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중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다고 가정한 결과다.
JP모건은 또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도 추가 인하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코스피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튿날 정례브리핑에서 "JP모건 발표는 정부도 읽고 의논은 했다"며 "섣부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김 차관은 당시 "아직까지 (JP모건) 전망을 신뢰하기엔 중국이 발표한 전파력에 관한 통계 수치들도 비교·분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관은 " 정부가 이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말하려면 그 분석이 차이가 났을 때 부작용까지 예상해야 한다"며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추가적 검토와 분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예측이 나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오면 확인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이다. 중대본이 13일 발표한 확진자 현황(13일 0시 기준)에 따르면, 확진자 7979명으로 확진자 발생 추이로 볼 때 조만간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만 명 도달 시기가 20일 이전일지, 이후일지는 방역 관리와 검진 속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주일 이내에 정점(변곡점)의 도달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13일 0시 기준으로 1일 격리해제자(177명)가 처음으로 확진자(110명)를 앞섰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완치자가 확진자를 앞서는 추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확진자 수 1만 명 도달은 20일 이후로 늦춰질 것이다.
JP모건의 전망은 대구 시민 240만 명 중 3%, 즉 7만2000명이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중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난다고 가정한 결과다. 20일이 지난 지금 JP모건의 예측 모델은 어느 정도 검증해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우한(武漢)시에서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다가 2월 6일부터 증가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곧이어 2월 13일에 2차 폭발기를 거쳤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에 따르면 2월 13일(실제 발생은 전날인 12일) 신규 확진자 수는 1만520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깜짝 놀라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아버지 생일(광명성절, 2월 16일) 경축행사를 전격 취소하고, 평양 시민들이 모두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중국 국가위생보건위원회가 발표한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과 전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2월 12일 신규 확진자 수는 1만5153명(후베이 1만4840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에 2월 21일에는 399명(후베이 366명)에 그쳐 10일만에 무려 97%(후베이 98%)나 급감했다.
우한 모델을 대구에 대입해보면 한국의 경우 대구 신천지 예수교회를 중심으로 갑자기 확진자가 늘면서 지난 29일 신규 확진자 수가 909명(대구 741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에 계속해서 줄더니 3월 9일에는 248명(대구 190명)에 그쳐 10일만에 73%(대구 74%) 급감했다.
결국 우한 모델을 적용해 한국의 코로나19 정점을 20일로 전망한 JP모건의 예측 모델은 대체로 현재의 추세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셈이다(이 기간에 전일 대비 신규 확진자수가 줄어들지 않은 날은 3월 6일 하루뿐인데 이는 경북에서만 집단감염 신규 확진자수가 123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콜센터 집단감염처럼 그동안 방역당국 통제권 밖에 있던 확진자들에 의한 2차 확산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2차 확산세가 정점을 찍으면 그다음부터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은 우한 사례에서 보듯, 한국도 돌출 변수가 없는 한 진정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JP모건의 전망치가 우한 모델을 대구에 적용한 예측 모델임을 감안하면, 신규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앞선 것으로 나타난 13일의 코로나19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한국 정부와 대구시는 중국 정부보다 더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방역 역량을 자랑할 때도 아니고, 성공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더더욱 아니다.
이제는 방역예방과 동시에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 못지 않게 '부도 확진자'를 살리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19로 국내 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둔화한 가운데, '제2의 IMF' 상황이라고 할 만큼 전방위적으로 경제적 충격이 퍼지고 있다.
JP모건은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GDP)이 2.3%에서 2.2%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갑작스런 감염자 증가로 경제성장률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JP모건은 아울러 "한국 증시상황은 급반등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는 회복에 오래 걸렸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비슷하다"며 "메르스 당시처럼 조정 기간이 석 달 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일을 정점으로 한 JP모건의 예측모델을 토대로 예측한 경기동향 전망에 따르면, 경제 위축기는 2월 19일부터 4월 20일까지 8주 정도다. 어쩌면 이 8주에서 남은 기간이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골든 타임'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경제위기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의 공포로 인한 상황인 만큼, 이 경제 위축기를 단축하려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제적 경기 부양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 전세계의 모든 매체가 사용하는 사진 속의 왕관 모양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해낸 곳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다. 서울대병원도 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협약을 맺고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 치과의사를 하다가 2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국립보건원에 근무하는 한 박사는 한국의 상황과 관련 "한국이 전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하는 수준의 방역을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이대로 두 달 정도 더 가다가는 한국 경제는 폭망한다. IMF 때처럼 사업이 망해서 자살하는 숫자가 코로나로 인한 사망의 수십 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앞으로 해마다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계절성 독감이라는 인식을 갖고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고작 계절성 독감 하나를 상대로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방역은 성공했으나, 나라가 주저 앉았다는 평가를 안 받으려면, 이제는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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