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코로나19 추경 사실상 '합의'…규모·시기는 '이견'

장기현 / 2020-02-24 17:31:43
文대통령 "예비비 더해 추경 편성 검토해달라" 재차 요구
여 "최대한 빨리 추경 편성"·야 "재정투입 협조" 의견 모여
당정 10조원대 추경 추진…시기·쓰임새 두고는 엇갈려
여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해 일단 큰 틀에서 손을 잡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4년 연속 추경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제1차 본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코로나19의 지역사회 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격상한 데 이어, 24일 긴급 추경의 필요성도 공식 언급했다.

다만 여야는 물론 당정 간에도 추경 편성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추경의 시기나 쓰임새에 대한 합의 절차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 '추경 편성' 큰 틀에서 합의…"초당적 협력"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 편성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추경 편성과 총력의 방역 치료 체계를 강화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원내대표도 "정부는 코로나19에 속도를 내고, 국회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추경을 심사·처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백약이 무효하고 효과도 반감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은 현 위기를 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당의 모든 역량을 위기 극복에 총동원할 것 "이라며 "예비비와 추경을 가리지 않고 긴급재정투입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초당적 차원에서 협력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그는 "기존 예산과 예비비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와 이번에 편성되는 추경은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 역시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합당은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 추경 편성 필요성을 제기될 때까지만 해도 반대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해 사망자까지 속출하자 입장을 선회했다.

여당은 정부에 추경 긴급편성 요청을 하면서 압박수위를 높였고, 야당도 협조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면서 여야는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하면 즉시 국회 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文 "추경 편성도 검토" 발언으로 추경 기정사실화

문 대통령도 전날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 후 처음 주재한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직접 추경 편성 검토를 지시했다.

애초 청와대와 정부는 당장 추경을 편성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지금의 상황을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모든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그 재원은 추경이 아닌 기정예산(의회에서 이미 확정한 예산)이나 예비비로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날 추경 검토를 지시한 것은 최근 위기경보 단계를 격상하며 사실상 코로나19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추경 편성은 기정사실화 됐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추경 작업이 속도를 내는 만큼 2월 임시국회 내에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피해가 대구·경북에 집중된 만큼 야당도 추경 필요성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 규모·시기 미지수…與 "최대한 빨리, 많이 해야"

추경 편성 규모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11조6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고,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7조5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가 이때보다 심각한 만큼, 추경 규모도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체적 추경 규모는 사업 계획들을 취합된 이후 윤곽을 드러날 전망이다. 당정은 10조 원 이상 규모를 '슈퍼 추경'으로 보고, 이 선에서 추경안을 수립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UPI뉴스에 "추경 규모는 현재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많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경 편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됐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추경 편성을 강하게 요청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 추경 당시 제출 18일 만에 본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서둘러 추경을 편성한다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17일에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적극적인 추경이 선제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회기가 마무리되기 전에 추경이 통과돼야 하고, 안 되면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에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게 되면 2015년 이후 6년 연속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네 번째가 된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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