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허락 받고 북한관광 보낸다면 미국 간첩으로 여길 것"

김형환 / 2020-02-19 15:10:03
설훈의원·시민단체 국회 북한 관광 토론회
"정부는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적극 나서야"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남북교류 펼쳐야"
통일부 "개별관광 성사토록 다각적 노력"

"우리 정부와 통일부가 발상을 바꿔야 한다. 북한 개별관광을 미국에 허가받는 식의 행태를 보며 북한은 우리가 미국의 간첩을 보내겠구나 판단할 것이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

▲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왼쪽 세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지역 개별 관광 실현을 위한 법적·제도적 검토'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 6개 시민통일운동단체들과 설훈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북한지역 개별관광 실현을 위한 법적·제도적 검토'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단체론 평화의길,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평화3000, AOK, 통일TV, 평화철도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장은 최근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세미나 장소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방청객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자신감 있게 추진해도 될 북한 개별관광 문제를 미국의 눈치를 보며 미루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관광개방을 촉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김창현 통일부 교류협력실장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개별관광은 유엔제재 사항이 아니다. 북한 관광이 현실로 이뤄져 더 많은 사람이 오갈수록 분단의 벽은 낮아지고 친근감은 높아질 것이며 통일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들 "민간단체가 아닌 통일부와 정부가 앞장서야"

토론자들이 일제히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면서 세미나장은 통일 문제 당국자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는 "개별관광의 시작을 위해서라면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통일부가 민간단체를 내세우는 건 비겁한 행위다. 민간단체에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게 아니라 통일부가 앞장서야 한다. 북한에 우리의 진정성을 알리고 개별관광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지역 개별 관광 실현을 위한 법적·제도적 검토'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이기묘 6.15남측위 서울 공동대표 겸 AOK한국 대표는 "촛불 정신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정부가 여기저기 눈치 보며 머뭇거리지 말고 못 하겠으면 차라리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얘기하고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정부가 못 하면 통일의 주체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들 "북한을 알아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

토론자들은 북한 개별관광 실현을 위해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진천규 통일TV 대표는 "통일부가 제발 본연의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북이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발제를 맡았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멈춰 있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교수는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북한은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김정은 체제를 공고하게 했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0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북한은 '자력갱생'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내부적으로 뭉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모든 한미군사훈련을 조건부로 1년간 중단해야 한다"며 "만약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면 우리는 군사훈련을 재개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 주민 생활과 관련한 인도적 차원에서는 대북제재 유예조치를 해야 한다"며 "대화의 물꼬를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 역시 '동해안 국제 관광벨트'라는 성과를 국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가 추진한다면) 개별관광에 대해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이경 상임이사는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여는데, 한미동맹을 앞세우는 경향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북은 개별관광조차 북을 길들이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교류는 양쪽이 원해야 이뤄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 것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천규 통일TV 대표 역시 "내가 좋은 것 100개보다 상대가 좋은 것 1개가 더 중요하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묘 대표 "남북협력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해"

남북협력을 위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기묘 AOK 한국 대표는 "남북협력의 문제를 가로 막아온 으뜸은 국가보안법"이라며 "사람들은 과거 통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죽고, 가정이 파괴된 트라우마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의 절실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천만 하다"며 "폐지와 함께 방북관광이 추진되고 남북협력의 절실성이 이행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강조했다.

▲토론자의 한 명인 이기묘(오른쪽) 6.15남측위 서울 공동대표 겸 AOK한국 대표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AOK 제공]



박창일 신부 "개별관광은 민간단체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해야해"

민간단체부터 시작하는 점진적 개별관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평양 장충성당에서 수차례 미사를 집전했던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는 "우리 통일부가 나선다면 현 상황에서 북한은 무조건 거부할 것"이라며 "민간단체와 종교단체 등에서 나서 나진·선봉·백두산 등 접경지역에서부터 소수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북한 개별관광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망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국회의원의 도리"라며 토론회를 주최한 이유를 밝혔다.

▲세미나실이 꽉 차서 돌아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설훈의원실 제공]


토론자들 "개별관광의 방법론은 다양해"

북한 지역 개별관광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평화 사진작가'로 유명한 이시우 사진작가는 "북한 지역 개별관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엔사"라며 "유엔사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어려운 방법과 우회하는 쉬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가 주장하는 쉬운 방법은 육로가 아닌 서해와 한강 하구를 이용하는 방법과 유엔사의 정전관리업무를 우리정부로 이양하는 것이다.

이 작가는 "육지보다는 강에서, 강보다는 바다에서 유엔사의 권한이 약하다. 한강 하구와 서해를 이용해 해로를 통해 북한으로 이동한다면 유엔사의 제재가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유엔사의 정전관리업무를 직접 이양받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경우라면 유엔사가 문제삼을 것이 전혀 없다. 실제로 미국 측에서 2006년과 2007년 정전관리책임 조정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작가가 주장하는 어려운 방법은 정전협정을 고려하지 않고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을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현되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견해가 강하다는 것이다.

▲ 통일부 교류협력실 김창현 실장(왼쪽)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지역 개별 관광 실현을 위한 법적·제도적 검토' 토론회에 참석해 통일부 장관의 인사말을 대독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통일부 "비판 겸허히 수용해...개별관광 방안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

통일부 대표 패널로 참석한 박상돈 통일부 남북협력과장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상돈 남북협력과장은 "우려와 질책에 대해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당장 해결해야 할 책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북제재, 금강산 문제 등 복합적인 상황 속에 있다"며 "이런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창의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과장은 현재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개성·금강산은 남북이 오랫동안 진행해왔기 떄문에 개인이 방북을 신청하면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며 "북측도 노하우가 쌓여 있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내륙을 가고 싶어하는 국민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외국인들은 북한 내륙 관광을 하고 있다. 북측이 남측 주민을 받는다고 한다면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3국의 여행사들을 통한 여행 역시 북한이 남한에 열어준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모든 것들을 복합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토론 막바지 박 과장은 "통일부가 노력하겠다. 이 자리에서 받은 질책을 받아들여 방안을 모색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KPI뉴스 / 김형환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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