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경제위기 오나…대내외 악재 속 당국 '초긴장'

장성룡 / 2020-01-16 07:52:29
부채 증가, 내수 침체, 무역 분쟁 등
경제성장률 30년 래 최저 수준 냉각
대량해고·폭동 이어질까 당국 '촉각'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실업 문제와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세계 경제대국 2위인 중국이 올해 막대한 문제를 앞두고 경제 보호를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 중국 화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AP 뉴시스]


CNN에 따르면 중국은 부채 증가, 내수경기 침체, 미국과의 무역 분쟁 등 대내외 악재들에 휩싸여 경제난과 대량 해고 사태에 직면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빈곤 퇴치와 번영 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건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의 마지막 해여서 중국 정부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최고 지도부 7인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중국이 당면한 경제·사회·이데올로기·과학기술·외부환경·당 건설 등 7대 분야 위기를 언급하며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공표했다. 경기 둔화로 유발될 대규모 실업 사태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최근 몇 주동안 중국 정부는 관세 인하와 금리인하 등 모든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경제에 대한 긴급 수혈 작업을 벌여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지방정부들에 일자리 감소 방지를 올해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아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상무부의 중산(鍾山) 부장은 상무부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든 1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경기 부양 자금을 조금이나마 더 확보하기 위해 올해 정부의 행정경비를 5%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정부의 한 핵심 부처에서는 대량실업이 발생할 경우 사회 불안과 폭동 등 예기치 못한 군중 소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실업률이 최근 몇 년 간 4~5% 사이를 맴돌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안정적 고용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1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홍콩과학기술대 명예교수이자 과도기 중국 컨설팅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츠바이크 박사는 "중국 정부는 급증하고 있는 지방 부채 증가보다는 사회 불안 발생 가능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언급한 용어를 인용해 "사회 불안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블랙 스완'(black swan)의 전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랙 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과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는 경제학 용어다.

중국 정치 평론가인 홍콩과학기술대의 프랭크 칭 조교수도 "2020년은 중국에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며, 대량 실업은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라면서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각한 경기 침체와 기업들 도산이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경우 사회적 긴장감과 불안을 야기해 중국 정권의 정통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뿐만 아니라 재계 인사들도 경제 둔화와 그에 따른 대량 실업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공동창업자는 상하이에서 열린 기업인 상대 강연에서 "2019년은 특히 중국 기업인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며 "그 어려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등 여파로 올해 글로벌 투자를 1년 전보다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 기록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는 199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6~6.5%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둔 에센스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 산원은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지만 향후 10년 간 연간 GDP 성장률은 평균 5%를 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보다도 낮은 4% 이상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경제 부진 현상은 미중 무역갈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지만, 온전히 그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부채는 지난 10여 년간 극도로 늘어났다. 정부와 국공영 회사들이 주택 건설과 기반 시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8년 세계적 재정 위기 이후에 많은 부채를 지게 된 것이 계속 누적된 탓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주택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자동차와 고급 제품 및 첨단 스마트폰 구입 등에 대한 소비를 위축시켰다.

설상가상으로 한때 역동적이었던 중국의 민간 분야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부채 급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지난해 초반까지 불법 대출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어 전통적으로 시중 자금을 융통해왔던 민간 기업들은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져 잇달아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자 은행들은 국영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최근 수 년간 늘려줬다. 중앙 정부에서 경체 침체에 따른 사회 불안을 진압하기 위해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에센스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 산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침체 속도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최근 몇 주 사이에 특히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 산업 쪽에 수백억 달러 상당의 자금 수혈을 결정했고, 더 많은 철도와 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해 경기 부양을 도모하고 있다. 철도, 고속도로, 관개사업 등 사회 공공 기반시설 분야에 4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수백 개 이상의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낮추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대폭적인 문호 개방도 약속하고 나섰다. 경제 성장과 혁신 동력 충전을 위해 2020년부터는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상용차 생산 허가도 확대하기로 하고 합작 투자 또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른 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개방도 확충해나가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중은행들의 예비 준비율 수준을 대폭 낮춰 장기적으로 115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풀어놓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외국 은행들의 중국 시장 투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중국 내에 지점을 설치하거나 100%  자기 자본에 의한 은행 설립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외국 기업들이 생명보험 분야의 지점 설치와 운영을 허가하기로 하고, 올해 후반기에는 자금 관리 한도 규제와 증권사들에 대한 통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대량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에도 착수했다. 최근엔 일자리를 찾기 위한 지방에서 도시로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강제적이었던 주민등록 제도도 융통성있게 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할 경우 진행될 도시들의 현대화를 가속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켜 경제 침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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