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 소멸 시효 적용 안 돼"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11억2000만 원, 총 145억8000만 원
피해자들 "늦었지만 다행…국가가 책임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으면"
군사 정권 시절 발생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 중 하나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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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21일 나왔다. 사진은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 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이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과 개별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1억 원 범위에서 가산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11억2000만 원이다. 피해자 26명이 청구한 203억 원 가운데 70%가 넘는 145억8000만 원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되면서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강제 수용 근거로 활용된 1975년 내무부 훈령(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이 "법률 유보·명확성·과잉 금지·적법 절차·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며 따라서 "이에 따라 강제 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법리에 따르면 장기 소멸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원고들 상당수가 당시 미성년자였기에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유사한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명예 회복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고 어떠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진 선고다. 1심 승소 판결이 나오자 피해자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은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한 형제복지원(1960년 7월 20일 설립, 1992년 8월 20일 폐쇄)에서 폭행, 강제 노역 등이 자행되며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인원은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 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1975∼1988년 수용자 중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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