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행정전산화, 여성공무원 지위신장 및 처우기틀 이뤄낸 여장부
"한번 마음 먹으면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습성 길러"
"재선 자체 중요하지 않아...시민 누구나 행복해하는 이천시 완성이 초점"
"최초는 혁신이고 경험은 실력입니다."
21일 이천시청 집무실에서 KPI뉴스 기자가 만난 김경희 시장은 '여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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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희 이천시장이 21일 KPI뉴스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
자신을 대변하는 '면서기에서 시장에 이른 입지전적 인물'이란 말을 화두로 질문에 나서자 기자를 향해 "그 말은 면서기를 비하하는 것으로 옳은 말이 아니다"고 정색했다.
그러면서 "면서기의 경험이 22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근무의 원동력이 되었고 시장이 되어서도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공직의 바탕이 됐다"며 "경험이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푸근한 인상에 높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근의 무게로 울렸다. 김 시장이 행정안전부를 떠난 지 17년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게 했다.
'면서기'는 면사무소에서 일하는 말단 공무원을 이르는 말이다. 김 시장은 이 '면서기'로 시작해 팀장(6급) 때 맡았던 주민등록 업무로 당시 내무부로 발탁됐고, 오늘날의 '주민등록 국가전산화'를 일궈내는 '신화'의 첫걸음을 걷게 됐다.
김 시장은 "1985년 옛 광주군(지금의 광주시)의 동부면사무소에서 주민등록 담당 팀장으로 근무 중 동부면이 정부의 주민등록표 전산화사업 시범지역으로 지정됐다"면서 "시범사업을 점검하러 나온 내무부 관계자와 토론하며 당시 주민등록 전산화 사업의 문제점을 꼬치꼬치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자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내무부에 파견돼서도 주민등록 전산화 업무를 맡았는데, 150개 사항을 서식화해 전산화하는 일을 혼자 3개월 만에 모두 마무리하고 면사무소로 복귀하려 하자 '정식 내무부 직원으로 일하자'는 요청이 왔다"고 부연했다.
해당 사업을 위해 용역을 발주할 경우 상당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기간도 최소한 2년 이상 걸리게 되는데, 혼자 3개월 만에 해결하자 감탄한 내무부 담당 국장이 제안을 한 것이다.
당시 내무부 전입을 위해서는 별도 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대상도 모두 7급이었는데, 해당 절차 없이 처음으로 여성 6급 일반직 공무원이 발탁돼 이후 그에게 수없이 따라붙은 '최초'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었다.
그는 "당시 3개월간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밤 12시, 평일에는 새벽 2시까지 꼬박 일을 했다"며 "한 번은 지칠대로 지쳐 새벽 2시에 퇴근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설거짓거리가 한가득 쌓여 있어 설거지를 하고 가족들 아침 식사를 준비한 뒤 다시 새벽 4시에 출근하며 펑펑 울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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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희 이천시장. [이천시 제공] |
면사무소 계장에서 일약 내무부 직원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그의 생활철학인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됐다. 김 시장은 '면서기'를 시작하며 방송통신대학에 진학, 행정학과와 초등교육과를 마쳤지만 전산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생소한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해 전산 이론을 익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하고 싶은 데 '가정 형편 상 바로 위의 언니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보내주겠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2년간 낮에는 농사일을 거들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며 기다려 왔다"며 "그때부터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기회가 올 때까지 준비하고 또 준비하며 기다리는 습성을 지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가 면사무소와 내무부에서 주민등록 전산화 일을 할 때 따라붙은 별명이 '인간 컴퓨터', '살아있는 주민등록사전'이었다. 한번 마음먹으면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며 때를 기다려 이뤄내는 성과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성 일반직 공무원으로 내무부 입성도 처음있는 일이지만 이후 '인사혁신팀장' '감사담당관' '여성정책담당관'을 거쳐 '이천시 부시장' '이천시장'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최초'라는 이름은 흔한 보통명사가 됐다. 또 그 자리마다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생산하며 오랫동안 회자되는 인물로 남았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최초는 혁신"이라고 단호히 말하며 자신이 혁신의 선봉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포기하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그만의 생활철학은 '최초'라는 보통명사 외에도 이천시장 당선 과정과 시장 업무 수행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2013년 이천시 부시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마무리 한 김 시장은 자신을 만들어준 고향 이천시를 위해 그동안 갈고 닦은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마음먹고 2014년 시장에 도전했다. 2018년까지 2번에 걸쳐 낙선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기다리며 준비해 2022년 마침내 민선 8기 시장에 당선됐다.
당선 후 그는 주위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한 '화장장 건립'과 가능성 2%라는 평가를 받은 '경기형 이천과학고' 유치를 '준비와 기다림'의 철학으로 성공하며, 전통적 농촌도시에 미래 먹거리를 심는 대변혁의 기틀을 마련했다.
민선 8기 3년간 86개 기업을 유치하고 경기도 고용률 1위, 지역내총생산 도농복합시 평균의 약 2.7배·재정자립도 2.1배의 성과에 일궜다. 대통령 소속 농어촌특위의 농어촌 삶의질 평가 2년 연속 전국 1위, 공약이행평가 '최우수 등급'의 기적도 만들었다.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스스로를 해임한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를 지목한 김 시장은 재선 도전과 관련, "포커스가 다르다"며 "재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3년간 닦아 놓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기회의 이천시' 기틀을 토대로, 이천시민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도시 완성에 대해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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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KPI뉴스 김영석 본부장과 김경희 시장. [이천시 제공] |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이천시 첫 여성 시장으로 임기 3년을 돌아본다면?
"이천시 첫 여성 시장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벌써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취임 이후 쌀값 폭락과 보통교부세 단절, 상수도 유충 발견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시민이 함께 해줘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쌀값 폭락은 범시민 소비 촉진 운동을 추진해 그해 잔여 쌀 1만3000톤을 모두 소진했고, 보통교부세는 단 1년 만에 교부 단체로 재지정되며, 778억 원에 국·도비를 확보했다.
자연보전권역이라는 규제에도 불구, 지난 3년간 기업체 수는 86개 증가했고 경기도 고용률 1위를 수년째 지켜내며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도농 복합도시 평균의 2.7배, 재정자립도는 2.1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균형발전을 위한 장호원과 율면, 설성면 등 남부 시장실도 중단없이 운영했고, 총 113회를 운영해 805건을 접수, 636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천시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위가 발표한 농어촌 삶의 질 평가 2년 연속 전국 1위에 이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한국 지역 경영원이 발표한 지속 가능한 도시 전국 4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공약 이행평가에서 8년 만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천과학고 유치는 2%의 가능성을 성공시킨 사례로 꼽히는데, 추진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은?
"시민들의 한결같은 응원과 열정이 경기형 과학고 유치라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4월 경기도교육청이 '경기형 과학고' 신규 지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본인은 이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내 다른 대도시들이 1년 전부터 사전작업을 진행한 데 반해, 우리 이천시는 발표 이후 유치전에 나서면서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이천과학고는 그동안 소외된 경기 동부권의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천시를 넘어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천시는 반도체 중심도시로 SK하이닉스 본사가 있고, 6개 연구소 가운데 5개가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고,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위치한 이천시에 첨단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3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설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천과학고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기업과 한국세라믹기술원 등 지역의 산업기반을 함께 연계해서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미리 습득하는 실무형 교육을 추진할 것이다.".
-전국적 이슈는 이천화장장 건립이었다. 굴곡도 있었는데. 과정과 현재 상황은?
"요즈음 화장시설이 부족해서 4일장, 심지어 5일장까지 한다고 한다. 장례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이제 대부분 화장을 선호하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서 화장장은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이천시도 그동안 몇 차례 화장장 건립을 시도했지만, 주민 반대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서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호법면 단천리에서 적극적 유치신청을 해줘, 올해 4월에 후보 지역을 확정했다. 이곳에 이천화장장은 기존의 화장장과는 다른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스포츠, 레저시설과 문화 교육 공간에 쇼핑몰과 휴식 공간까지 접목한 종합 시설로 기존과는 다른 오히려 사람이 모이는 종합문화공간을 만들도록 하겠다. 또 화장장을 인근의 위치한 광역 자원회수시설과 아웃렛 등을 연계한 종합 관광클러스터로 조성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돌이켜보면 화장장 추진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의지 갖고, 조속한 시일에 조성을 완료하도록 하겠다."
-이천시 특색 있는 정책을 3가지만 소개해 달라.
"먼저, 이천시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맞벌이 부부가 많다. 급하게 아이 맡길 곳이 없어 고생하시는 우리 시민분들을 위해서 24시간 아이 돌봄센터 '아이다 봄'을 지난해 전국 최초로 개소했다. 0세부터 12세까지, 365일 24시간 연중무휴 운영 중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지난해 시민의 쉼터인 설봉공원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명품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께 돌려드렸다. 낡고 지저분한 분수대오거리는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고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와 교통안전, 도시경관을 모두 갖춘 이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했다.
복하천 제3 수변공원에는 전국 최고의 캠핑장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개별 사이트마다 화장실과 샤워실, 냉장고를 갖췄고, 바로 옆 제4 수변공원에는 어린이 물놀이장과 테마가든, 잔디광장 등을 조성해 주말이면 많은 시민과 아이들이 함께 즐기면서 추억을 만드는 특별한 이천의 명소가 됐다.
세 번째는 어르신 복지다. 요즘 농촌지역은 고령인구 증가로 만성질환자가 많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병원까지 나오기가 사실상 쉽지가 않다. 그래서 시에서 직접 찾아가서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스마트 경로당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여러 가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어르신들의 건강도 체크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사업 대상자 발굴과 비대면 복지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겠다."
-임기가 1년 남았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눈앞에 보이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미래가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 이천 시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전 공직자와 머리를 맞대고 향후 50년을 내다보는 2070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첨단 인재 육성 등 산업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2030년대가 되면 이천시는 서울 수서동에서 경남 거제시까지 뻗어가는 남북 철도와 경기 평택시에서 강원 강릉시까지 이어지는 동서 철도가 만나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된다. 이천시가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임기 동안 열심히 하겠다. 시민께서 많이 격려와 응원해 주길 부탁드린다."
-공직자와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로지 이천시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을 내 고향 이천을 위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약 이행평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 민선 8기 취임 당시 시민과 약속한 사업을 하나, 하나 완성해 시민에게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시민들이 이천시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영광스러운 이천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 경험과 지혜로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완성하고, 뚝심으로 도전하는 시장이 되겠다. 일은 열심히 하면서도 언제나 더욱더 낮은 자세로 시민만을 섬기겠다."
KPI뉴스 / 강기성 기자 seu504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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