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은 '정치 등용문'…유시민도 이해찬 보좌관 출신
유은혜 장관, 우원식·김학용·김동철 의원도 보좌진 역임
출사표 던진 보좌진 3人 "남은 10개월동안 새바람 일으킬 것"
21대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라는 정치 드라마의 '조연'에서 '주연'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내년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20대 국회 전·현직 보좌진이 그들이다.
예로부터 국회 보좌진은 정치 등용문으로 통했다. 대표적으로 박관용 전 의원은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11대부터 16대까지 내리 6선을 하고 국회의장까지 역임했다.
재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3대 국회에서 이해찬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처럼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좌진을 거친 경우가 많았다.

예로부터 보좌진은 '금배지' 등용문
보좌진은 입법 보좌부터 정무적 영역까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율하는 실전 훈련을 받는다. 특히 간접 경험으로 터득한 의회정치의 노하우는 최대 강점으로, 국회 시스템을 충분히 몸에 익힌 만큼 등원하면 의정 활동에 좀더 빨리 적응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20대 국회만 해도 보좌관 출신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20대 현역 국회의원 중 보좌진 출신은 20여 명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며, 이훈 의원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철희 의원은 김한길 전 의원 보좌관, 기동민 의원은 이재정 전 의원 보좌관, 윤후덕 의원은 김원길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김태흠(김용환 전 의원), 이장우(이양희 전 의원), 김학용(이해구 전 의원), 이헌승(김무성 의원) 의원 등이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김동철(권노갑 전 의원), 유의동(이한동 전 의원), 이태규(윤여준 전 의원) 의원 등이 보좌진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들 중 박지원-이훈, 김무성-이헌승 의원은 '의원-보좌관'의 관계에서 지금은 현역 동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보좌진 경력을 발판삼아 국회에 입성한 선배 보좌관 출신 의원들의 전철을 밟으려는 보좌진들이 20대 국회에도 있다.
출마를 결심한 이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지역구까지 정해놓고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회에서 수년간 일해온 경험을 통해 막연하게 가졌던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펼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까지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10여 명의 보좌진들 가운데 여야 전·현직 보좌진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1대 총선 도전장 던진 보좌진 3인의 '출마의 변'
강명구(43) 한국당 서울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햇수로 10년간 김용태 한국당 의원과 발을 맞춘 보좌관 출신이다. 현재 영등포갑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고 4개월째 활동 중이다.
강 위원장은 〈UPI뉴스〉에 "지난 10년간 김용태 의원의 비서관,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법안들을 기획했다"며 "정치학을 공부해오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통해 실현해 나아가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시의원으로 출마해 낙선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당시 여당의 우세지역인 신월동에 출마해봤자 어차피 선거에서 질 거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당에서 아무도 출마하려 하지 않아 내가 출마를 자처했다"면서 "이번에 당협위원장 공모에서도 일부러 험지인 영등포갑으로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에서 공천받아 선거운동하러 온 것이 아니고 당협위원장으로 왔기에 우선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당의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까지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얼마 전 보좌관을 그만둔 강 위원장과 달리 최근까지 의원실에서 일하면서 금배지에 도전장을 내민 보좌진도 있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김성회(48) 보좌관은 6월 26일 본지에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3년 신계륜 의원실에 합류하면서 보좌진 일을 시작한 그는 정청래 의원실을 거쳐 현재 손혜원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김 보좌관은 "보좌진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살았고, 지질학을 전공한 이과생이었지만 늘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2012년 대선 때 민주당 재외선거대책위에서 일을 하다가 문재인 후보가 낙선한 이후 한국으로 귀국해 보좌관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내년 총선 지역구를 정하진 않았는데, 내가 민주당에 필요한 사람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며 "그동안 보좌관으로 쌓아온 나만의 전문성을 살리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실의 오상택(40) 비서관은 출마 의사를 일찌감치 굳히고 지역구까지 정한 경우다. 울산 출신인 그는 본지에 "내년 총선에서 울산 울주군에 출마하기로 하고 최근 의원실에서 해오던 일을 마무리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학 박사인 오 비서관은 "영남대 재학시절부터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정치활동을 많이 해왔다"며 "보좌진으로 이인영 의원과 10년 가까이 일해오다가 최근 이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도운 이후 본격적으로 내 정치를 고민하게 됐다"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이달 초 지역으로 내려가 앞으로의 활동을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비록 전통적인 보수 강세지역이지만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코칭스태프로 묵묵히 일해온 이들은 과감하게도 정치판에 직접 선수로 뛰어들었다.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전직 보좌진들의 도전은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남은 9개월 여 동안 이들이 고대하던 '금배지'를 향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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