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사체'로 '저강도' 공세…북미 교착국면에 균열?

김당 / 2019-05-04 18:45:24
靑·정부,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기민한 대응속 '신중 모드'
외신, 미사일과 발사체(projectiles) 혼용 보도…“김정은의 불만 표시”

3일 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4일 아침(미국 워싱턴은 금요일 저녁 시간)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에서 쏘아올린 수발의 발사체가 북미 협상의 교착국면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신경전을 벌여온 교착국면에서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함에 따라 향후 북미협상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4일 오전 9시 6분 경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가 '발사체'로 수정 발표했다.. [YTN 화면 캡처]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4일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 합참은 발사 초기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으나 40여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라고 수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CNN 등 외신도 단거리 미사일(short-range missile)과 단거리 발사체(short-range projectiles)로 혼용해 보도했다. 발사의 배경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진전이 없는 북미 간 협상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발사체'의 종류가 미사일인지 다연장로켓(또는 방사포)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탄도 미사일'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이번 발사 무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한 뒤에 이뤄진 점에서 300mm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북한 노동신문은 4월 17일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께서 4월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지난 4월 18일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동지께서 4월 17일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해 지도하셨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인 4월 16일에도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부대를 방문해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

또한 이번 발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에 감행된 점도 눈길을 끈다.

‘노 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회담 이후 미국이 ‘장기전 체제’로 대북제재를 고수하자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러 북방 3각동맹의 ‘기싸움’을 벌인 가운데 ‘탄도 미사일’보다 낮은 차원의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판'을 흔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으로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국면 속에서 지난해 북중 교류가 48% 감소하고 식량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서 내부 결속을 위해 발사체를 쏘았을 가능성도 있다. 유엔의 탄도 미사일 제재를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을 압박하면서 체제 결속도 다지는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미 대북정책 협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무력시위에 한미 양측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당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오늘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기조를 주도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달 방한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가운데서도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우선 합참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던 1차 발표를 40여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신속히 수정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논평을 자제한 채 "상황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 안보 관련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청와대 측은 이날 긴급회의 개최 사실을 공지하면서 “미국 측과 긴밀히 정보 공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한미 외교당국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전화 협의를 통해 추가 분석을 지속하는 한편, 신중히 대처하면서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 외교당국은 이번 북한의 행동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히 소통하면서 일단 신중한 대응 기조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신중 모드’ 기류는 아직 발사체의 정체가 불분명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 보도한 CNN 화면. 


한편 한국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북한의 식량 생산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이라는 유엔 기구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한미는 비건 대표의 방한(9∼10일)을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대화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미국도 인도적 대북지원에는 유연한 입장을 누차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이번 발사체가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양측의 돌파구 마련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노이 노 딜' 이후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번 북한의 행동이 오히려 교착국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번 발사체로 불만을 드러냄으로써 '판'을 흔들고 북미 협상의 교착국면에 균열을 내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한미 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의 선의마저 가로막는 역효과를 거둘 수도 있는 셈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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