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국회 특활비 없애니 설 선물비 없어 난리"

임혜련 / 2019-01-19 13:40:30
'밥값 하는 국회' 위한 유인태의 쓴소리···"무엇을 줄일지 잘 살펴야"
"국회만 물고 늘어지지 말고 행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예산 살펴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국회 개혁을 하되 무엇을 줄일지 잘 살펴보면 좋겠다"고 쓴 소리를 했다. 정치개혁 시민단체가 정작 개혁해야 할 곳은 그대로 둔 채 만만한 국회만 물고 늘어진다는 푸념이다. 

 

▲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특권폐지와 혁신을 위한 대안을 주제로 한 국회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하승수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 [뉴시스]

 

유인태 사무총장은 18일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심상정 의원이 주최한 '국민들이 원하는 특권 없고 밥값 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특수활동비와 위탁 정책연구용역비를 예로 들어 이같이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우선 국회 사무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없어지기 어려운 특활비를 소송을 통해 없앤" 정치개혁공동행동 등에 감사를 표명했다. 이어 "국회 사무처의 최대 방침이 '투명한 국회'로, 올해부터는 모든 것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의원들이 외유를 나가면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각색을 기가 막히게 해서 관광지 간 것을 빼고 회의한 것만 보고한다. 올해부터는 관광은 주말에 사비로 가라고 했다. 앞으로는 의원외교활동 결과보고서도 각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개할 것이다. 이런 방침을 의원들에게도 고지했다."

앞서 10일 국회는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차단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의회외교활동자문위원회'(외교자문위)를 출범시켰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을 전면개정해 의회외교활동 결과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방문 목적, 주요 활동성과 및 소요예산 등이 포함되도록 해 국회사무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유인태 "원내대표들이 설에 선물할 돈이 없다고 난리"


하지만 그는 "제가 진짜 드리려는 말은 특활비 폐지로 인한 어려움"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어느 조직이든 특활비가 필요하다. 일정 부분은 남겨 놨어야 했다. 공무원 조직을 포함해 어떤 조직이든 명절에는 박봉의 직원들에게 하다못해 떡값이라도 조금 주는데 그건 업무추진비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의원들이) 이것을 (자신의) 월급에서 주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특활비를) 어느 정도는 남겨놨어야 했는데 쓰나미가 몰아친 것처럼 '제로'로 만들어서 원내대표들이 설에 선물할 돈이 없다고 다 난리가 났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2015년 5월 국회 사무처에 특활비 지출내역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의정활동 위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국회는 버텼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원고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한해 평균 80억원 정도인 국회 특활비 내역이 지난해 여름에 공개됐다. 결국 정당 교섭단체 몫의 특활비는 지난해 8월 폐지됐다.  

 

▲ 지난해 8월 국회 특활비 폐지에 합의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는 최근 10년 간 특활비로 약 4조원을 썼다. 정부가 편성한 2019년도 특수활동비 예산은 전년보다 9.5% 줄었으나, 정부의 특활비 편성 규모는 국회의 50배 이상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9년 예산안 특수활동비 편성사업 점검 및 평가'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19개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는 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 사무총장은 또한 지난해 정치개혁시민행동이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 문제를 공개해 바로잡은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더 큰 문제는 위탁연구용역비”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발전연구회라고 5공화국 때 학자들 회유해 만든 학회인데 지금도 2억씩 주고 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 '국회와 소송하는 사람들'(참여연대와 정치개혁시민행동 등을 지칭)은 그 문제를 안 따진다"고 쓴소리를 했다.

의회발전연구회-정치학회 "용역비 1~2억원씩 받고 대충 표절해 제출"


그는 정치학회 회장한테서 들은 말이라며 "정치학회가 의회발전연구회에서 연구용역비로 1억원 받으면 전부 임원들이 쓰고 대충 표절해서 연구보고서 하나 내고 만다"면서 "이런 예산 낭비가 (500만원씩 지원하는) 의원들 정책보고서 표절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역비가 낭비되는 건 국책연구기관이나 행정부가 더 심각한 것 같은데 국회만 물고 늘어지지 말고 행정부 용역 예산도 함께 잘 살펴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 △정책개발 용역 내용 공개 △정책연구 용역의 전면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혁신 방안'를 발표했다. 그는 당시 혁신안과 별도로 국회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1월부터 상세히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정책연구용역비와 국회 소관 법인 보조금 등 낭비성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어 92년에 국회에 입성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당시는 보좌진이 4명이었는데, 지금은 8명(인턴 포함 9명)이라며 "의원실에 4급 보좌관이 두 명인데 대개 한 명은 지역구를 관리하고 한 명은 의원실을 지킨다. 지역구를 관리하는 사람까지 세금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재 의원 보좌진 정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등 8명이고 인턴을 1명 둘 수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중 4급 1명과 8급 1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유 사무총장은 "행정부는 놔두고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의원과 관련된 국회 개혁만 하는 건 반정치에 오염된 현상"이라고 '국회와 소송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국회 개혁을 하되 정말로 뭘 줄일 건지 아닐지를 잘 살펴보고, 저한테 찾아오면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 2003년 당시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하는 노무현 대통령(가운데)과 그 뒤의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왼쪽부터) [청와대 자료사진]

3선 의원 출신인 유 사무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이때 비서실장이 문희상 의장이고,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닮은 문 의장은 이때 노 대통령에게 직언을 잘해 '포청천' 또는 '개작두'(극중 포청천의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대사에서 유래)라는 별명을 얻었고, 유 사무총장은 독설도 서슴지 않아 '엽기수석'으로 불렸다.

정치권에선 매번 실패로 끝난 국회 개혁을 '포청천-엽기수석' 콤비에게 기대하고 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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