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선거판 뒤흔드는 '가짜뉴스' 기승
유럽 주요국도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관련 법 제정하고 대책 마련에 골머리

가짜뉴스(fake news)로 전 세계가 어지럽다.
선거판 가짜뉴스 원조는 미국이다. 2016년 11월 8일 미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일각에서 가짜뉴스가 한몫했다고 야단이다. 미국에서 선거운동 당시 가짜뉴스가 큰 문제가 됐다. 하다못해 힐러리가 이 문제를 공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왜 진실을 누르고 오히려 횡행할까? 미국 대선에서 나돌았던 가짜뉴스는 ‘지라시’ 차원이 아니다. 깔끔하게 웹사이트를 포장했다. 얼핏 보면 새로운 언론사의 뉴스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심지어 어떤 사이트는 유명 언론사 홈페이지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하다. 또 하나 가짜뉴스에는 ‘믿고 싶은 진실’이 담겨있다. 팩트 ‘진위’는 관심거리가 아니다. 각자 입맛에 맞는 것만 ‘진실’이다. 이름하여 ‘믿고 싶은 진실’이 담긴 마법의 포장술이다.
가짜뉴스 논란으로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가짜뉴스를 다루는 외신기사 자료사진에는 페이스북 로고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페이스북이 월간 이용자가 18억 명이 넘는다. 매출도 매 분기 10조원(2016년 4분기 기준)을 올리는 대기업이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주는 사회적 폐해와 혼란, 공포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가짜뉴스는 단순 오보나 허위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펙트 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뉴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사실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추천(좋아요)’, ‘공유’, ‘댓글’과 같은 참여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래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가짜뉴스가 미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빗발치고 있다. 이제 미국뿐 아니다. 유럽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체코도 가짜뉴스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가짜뉴스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국가별 폐해와 대응 방안들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다. 유럽은 가짜뉴스가 단순히 선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는 물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가짜뉴스 대응 ‘법안’ 마련에 더 적극적인 이유다.
가짜뉴스 ‘원조’ 미국이 가장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가짜뉴스는 극에 달했다. 11월 17일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는 미대선 기간 중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퍼져나갔는지 분석기사를 내놨다. 오죽했으면 ‘버즈피드’에서 이런 걸 분석했을까.
버즈피드에 따르면 2016년 미 대선 초반까지는 페이스북에 주류 언론 기사가 많았다. 가짜뉴스가 많이 공유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8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이런 추세가 역전됐다. 주류 언론들보다 가짜뉴스가 더 많이 공유되고 더 많은 반응을 얻었다. 이 기간 주류 언론 기사에 대한 반응은 730만 건이었는데, 가짜뉴스는 870만 건으로 집계됐다. 버즈피드는 “대량의 가짜뉴스가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좋아요’, ‘공유’, ‘댓글’ 달기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냈다고 주장한다.
미 대통령선거 투표 3개월 전부터 투표일까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얻고 공유됐던 가짜뉴스들이다.

이들 뉴스는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대선 기간 나돌던 가짜뉴스 대부분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힐러리에겐 불리한 내용이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가짜뉴스가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1등공신”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NYT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는 러시아 정부가 후원한 요원들이 미국 유권자들을 분열시켰다면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을 위한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허위 정보의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생산되고 배포된 대표적인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라이트윙뉴스(RWN)’를 지목했다. 블로거 존 호킨스가 운영하는 RWN은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의 성폭력을 폭로한 크리스틴 포드 교수의 변호사들이 민주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바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미국에서 정작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은 미흡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수혜자’이기 때문일까? 이제 미국은 선거 시즌 주요 언론사들이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들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의 발언이나 정책 등에 대한 ‘팩트체크(fact check)’는 필수적이다. 이미 YNT나 WP는 독립 사이트를 만들어 체크 된 내용만 뉴스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언론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자극적인 가짜뉴스 콘텐츠 등장만으로 기존의 언론 검증 시스템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그래서 최근 미국의 가짜뉴스 논란은 매우 충격적이다. 나아가 국가적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가짜뉴스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이 가짜뉴스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인 것은 메르켈 합성사진 때문이다. 2016년 말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하자 두 사람이 현장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것처럼 꾸민 합성사진이 트위터에 등장했다. 같은 해 3월 일어난 벨기에 브뤼셀 연쇄 테러 용의자 사진을 보여주며 “메르켈이 테러리스트와 사진을 찍었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됐다. 이 가짜뉴스는 2017년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를 흠집내기에 기승을 부렸다. 독일 총리실은 즉각 법안을 마련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독일에서 가짜뉴스나 테러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한 소셜미디어 기업은 최고 5000만 유로(약 64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유포자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렛폼 기업까지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의 경우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 1월 23일 러시아 등 타국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에 대응할 새로운 ‘국가안보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총리실 대변인이 현재의 역량을 기반으로 새 ‘국가안보통신조직’은 다른 국가와 조직들이 생산하는 가짜뉴스에 충분한 대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또 “가짜뉴스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허위 정보에 더는 당하지 않고 극적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말까지 가짜뉴스 제제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법안마련에 앞서 제3의 기관을 이용한 ‘팩트체킹’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는 16개 주요 언론사와 구글이 합작으로 2017년 총선을 앞두고 팩트체크 기관인 ‘크로스체크’를 구성했다. 신고가 들어온 사안에 대해 복수의 언론사 담당 기자가 참여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허위 정보로 판정되면 ‘허위 정보’란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 가짜뉴스에 대처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올 1월 18일부터 경찰청 산하에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사이버범죄특별단속반’을 신설했다. 시민들이 미심쩍은 뉴스를 신고하면 경찰 전문가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활용, 해당 뉴스출처를 확인하고 ‘진위’를 가린다. 가짜뉴스로 밝혀지면 해당 뉴스를 웹사이트에서 내리는 권한도 있다. 이밖에도 유럽은 네덜란드와 체코, 북미의 캐나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등이 가짜뉴스 대응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공공의 적이 된 ‘가짜뉴스’를 막기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가체제는 물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가짜뉴스가 대부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파급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독재 사회에서 가짜뉴스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가짜뉴스 유통 도구인 SNS를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괄적인 규제법안은 자칫 민주사회의 주요 덕목인 표현의 자유, 즉 언론의 가치와 상충될 수 있다. 여기에 자유민주주의 정부의 고민이 녹아 있다. 민주주의 체제가 뿌리 깊은 구미 각국은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정부와 기업, 국민 각자의 노력을 어울러야 가짜뉴스 정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끊임없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K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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