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국회 본회의 논의 단계 올라…5월께 상정 가능성 높아
지난해 2월 28일 한 청년이 세상을 등졌다. 소위 '건축왕'으로 불린 인천 지역 전세사기범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인 피해자였다. 그는 '억울하고 막막한 현실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심경을 유서에 남겼다. 전세사기 사태의 첫 희생자였다. 이후 여러 피해자가 그의 뒤를 따랐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여야와 정부가 공언했던 '후속입법'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국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경·공매와 전세대출 상환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을 마련할 당시 여야는 '6개월 후 보완'을 약속했다. 당장 지원이 급한 피해자들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되, 시행 경과를 지켜본 뒤 후속입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법 개정은 없었다. 피해자들은 "지금이라도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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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 논의 단계에 올라 있는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전날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안건을 가결했다. 앞서 국토위는 지난해 12월 말 개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넘겼다. 그러나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두달 간 계류됐다가 이제서야 본회의에 부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우선 구제하고 추후 집주인에게 회수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줄곧 요구했던 내용이다. 선구제 기준은 소액 임차인 최우선 변제금 수준인 보증금 30% 정도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토부는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시행되면 수조 원 규모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것"이라며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세금으로 대신 갚는 것과 다름없어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한다면 극심한 사회갈등을 유발하고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추정치를 제시했다고 반박한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1억2711만 원이고 이 중 절반 가량(48.6%)가 최우선 변제금 대상이 아닌 후순위 피해자다. 피해자가 약 2만 명이라고 가정하고 이 중 후순위 피해자의 평균 보증금의 30% 정도를 추정하면 약 최대 3706억 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인 김남주 변호사는 "이조차도 최우선변제금 이상 회수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최우선 변제금보다 적기 회수되더라도 한푼도 못 받는 경우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들어가는 돈은 3706억 원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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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본회의는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당일 본회의에서 표결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위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것일 뿐, 표결에 부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해서다.
현재로서 국민의힘이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부분을 오랫동안 숙의해 합의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법 제86조 3항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다음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4월 10일 총선이 있어 3, 4월 중 본회의 개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인 5월에야 본회의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 9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녹색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정부가 지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재정 파탄과 비현실적 방안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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