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세 마리 토끼’ 잡기로 돌파구 찾나

임혜련 / 2018-11-27 07:30:40
실용주의 행보…개혁적 보수+합리적 진보+중도세력 합쳐 중도개혁 중심 이룰까?
손학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광폭 행보'…민주·한국당 대표보다 곱절 일정 소화

최근 ‘제3의길’을 찾는 바른미래당의 ‘실용주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여야 ‘거대정당’들이 기 싸움과 주도권 다툼을 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은 정쟁에 매몰되기보다는 민생 현장을 찾거나 청년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는 모양새다.

 

▲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이·통장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무성(오른쪽부터)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병국 의원, 자유한국당 홍문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그리고 중도세력을 아울러 중도개혁의 중심에 서려는 이른바 ‘세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이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 ‘제3의길’을 통해 중도-보수정당으로서 개혁의 중심에 서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당(129석)과 한국당(112석)이 전체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군소정당 중 유일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차별화된 정체성을 통해 자생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민생법안, 국민의 지지에 부응하는 길"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얼마 전부터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한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윤창호법' 발의가 대표적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1월 5일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윤창호씨의 친구들과 정당대표로서는 가장 먼저 면담 시간을 가졌으며,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윤창호법'을 대표발의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국민적 여론에 부응한 ‘윤창호법’은 하태경 의원을 포함한 104인의 국회의원이 발의에 참여하는 등 국회 안팎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 지난 10월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음주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 윤창호(22) 씨의 친구들과 음주운전자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윤창호법(가칭)' 본회의 상정 및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지역구인 해운대에서 사고가 나서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안타까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던 중 윤창호씨 친구들이 보낸 메일을 받았고, 바로 다음날 가족과 친구들을 찾아가 고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드시 윤창호법을 통과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법안을 발의한 배경을 밝혔다.

하 의원은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부산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수없이 국회를 찾았고 하루 종일 각 당 대표실과 의원실을 오갔다"며 "마지막 힘을 모아 윤창호법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법사위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최근 이장·통장의 임금인상과 지위 개선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 농어촌 민박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통장 지위와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도 가졌다. 토론회엔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외에도 자유한국당의 김무성·홍문표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 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이·통장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군소 중도정당이 거대 보수야당과 야당까지 견인해낸 셈이다.

축사에서 손 대표는 "(정 의원이) 제37차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혁신하고 개혁하여, 바른미래당이 왜 있어야 하고 왜 국회에서 존재해야 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명연설을 해주셨다"며, "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던 일을 이렇게 준비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법령개정까지 준비하시는 점에 대해 깊이 감탄했다"고 추어올렸다.

이는 단지 자당 의원을 치켜세우는 정치적 수사만은 아니다.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정쟁과 이념 논쟁에 매몰되기보단 차별화된 민생 이슈로 바른미래당만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알리겠다는 손 대표의 정당 운영 방침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이 이와 함께 각종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민생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관광진흥특별위원회 △저출산대책위원회 △재외국민위원회 △보건위생특별위원회 △채용비리근절특별위원회 △노인위원회 △청년특별위원회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다양한 위원회가 연이어 출범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역관광 활성화, 저출산대책 수립, 미세먼지 저감대책 마련 등 다양한 민생 현안과 관련한 활동을 수행중이다.

"실용주의를 선도할 '젊은 피'의 수혈"

아울러 바른미래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3, 40대의 젊은 리더들은 당의 전면에 내세우며 과감한 쇄신을 시도했다. 원내대표인 김관영(49) 의원부터 최고위원인 이준석(34), 김수민(32) 의원까지 ‘젊은 피’를 수혈해 시대에 맞는 가치를 추구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접목하고 있다.

또한 청년층을 겨냥한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바른미래당은 청년층과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6일에 시작된 '바른토론배틀(바토베) 시즌2'가 대표적이다.  

 

▲ 바른미래당 토론배틀 8강 대진표.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캡처]


2030 청년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된 ‘바토베’에서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의원 16명이 스스로 멘토가 돼 청년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토론배틀 수상자에겐 바른미래당의 청년대변인이 되어 당직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등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손학규 대표의 ‘광복 행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손 대표는 지난 2일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을 만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의회 정치'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15일 한국산업기술대학교를 찾아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를 놓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방문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그는 다음날에도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명지대·단국대 학생들을 만나 바른미래당의 목표와 역할을 알렸다. 손 대표는 이날 "중도통합, 옳은 것은 받고 그른 것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며 "다음 총선에서 우리는 개혁적인 보수세력과 합리적인 진보세력, 그리고 중도세력을 합쳐서 중도개혁의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바른미래당의 목표를 설명했다. 일종의 ‘세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손 대표의 '제3의길' 찾기 …민주-한국당 대표보다 곱절 일정 '광폭 행보'

손 대표의 광폭 행보는 비단 '민생'과 '청년'에 그치지 않는다. 손 대표는 3당 대표 중 가장 활발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3당 대표들의 공개일정을 전수조사해 비교하면, 손 대표와 민주당 이해찬 대표, 한국당 김병준 비대상대책위원장은 각각 29, 14, 15회의 공식일정을 가졌다. 두 거대정당 대표들보다 곱절의 일정을 소화하는 셈이다([표 1] 참조).

 

▲ 그래픽 [김상선]


손 대표는 특히 20일간 △소상공인 현장간담회 △2018 간호정책 선포식 △제1회 바둑의날 기념식 △제56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기자회견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제48주기 전태일 추도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예방 △원불교 제15대 전산 김주원 종법사 취임식 참석 등 이념과 종교, 그리고 계층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 같은 바른미래당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탁상공론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가 잘 보여주고 있다"며 "바른미래당은 현실에 근거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과 자한당 두 거대정당의 정쟁과 주도권 다툼이 국민생활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바른미래당이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다양한 민생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것이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 부응하고 평가받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른미래당이 여당을 견제하고 국정의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생문제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또한 점점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앞으로 그에 대한 해법을 많이 찾고자 한다"며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물론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이념과 노선 그리고 지역에 기반하지 않는 바른미래당이 지속가능한 정당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정치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영남권의 지지를 받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을 공공연히 거론할 만큼 이념과 반북(反北)노선에 의존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내세우면서도 화이트 칼러와 대기업 노동계급 그리고 호남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 [리얼미터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의 대립 속에서 바른미래당은 자신의 색깔을 띠면서 실용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 덕분에 최근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정의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도 3위에 오르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의 이런 노력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민생 현안에 집중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실용주의 제3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임혜련·김당 기자 ih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임혜련

임혜련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