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라진다…"판매 재개돼도 홍콩H지수는 빠질 듯"

안재성 기자 / 2024-02-21 17:39:22
5대 은행 중 4곳 ELS 판매 중단…투자자 반감 극대화
당국, 차등 보상 검토…고령층 첫 투자자 최대 80% 전망

앞으로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은 주가연계증권(ELS)은 은행 창구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미 다수 은행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재개하더라도 홍콩 H 지수는 기초자산에 넣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은 작년 10월 초,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달,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판매를 멈춘 상태다. 우리은행만 예외다.

 

홍콩 H 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7일 1만2228.63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초엔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21일 종가는 5664.46이다.

 

ELS의 만기는 대개 3년이고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가 기준시가 대비 50% 미만으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사들이 3년 전 대거 판매했던 ELS들의 만기가 올해 초부터 차례차례 돌아오면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 '홍콩 ELS' 중 지난 15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1조1746억 원이다. 확정 손실률이 54%를 웃돌며 손실액이 6362억 원에 달한다.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1분기 3조9000억 원, 2분기 6조3000억 원)에만 10조2000억 원의 홍콩 ELS 만기가 도래한다. 연간으로는 15조4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 손실액이 약 7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여러 은행 들이 ELS를 판매 중단한 가운데 재개하더라도 '홍콩 ELS'는 취급하지 않을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히 ELS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극대화됐고 은행은 일단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만 여전히 ELS를 취급하고 있는 건 과거 판매액이 매우 적어 별 충격을 받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 중 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이 7조8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2조4000억 원, 농협은행은 2조2000억 원, 하나은행은 2조 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400억 원에 불과했다.

 

ELS 상품 자체에 대해 불신감이 강해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 ELS 판매 전면 중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LS 상품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다 홍콩 ELS 외에는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어 전면 중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만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국내에서 판매된 ELS의 기초자산으로 미국의 S&P 500, 유럽의 유로스톡스, 홍콩 H 지수, 일본 닛케이지수, 한국 코스피가 주로 이용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G2(주요 2개국)라 홍콩 H 지수의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번 사태로 그렇지 않다는 게 증명돼 홍콩 ELS는 아무도 취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금융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홍콩 ELS를 파는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곤욕을 치른 뒤에도 은행들은 DLF 상품을 전면적으로 철수하지 않았다. 다만 금리 연계 DLF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될 거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홍콩 ELS 피해자가 많고 손실액도 커 은행 등 판매사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5곳과 증권사 6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배상기준 마련에 나섰다. 1차 현장검사에서 드러난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한 금감원은 2차 검사를 통해 과거 투자 경험이 없었던 고령자들의 가입 과정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처럼 100% 보상을 요구할 것 같진 않다"며 "차등 보상이 시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처음으로 ELS에 투자한 고령층 소비자에게 가장 높은 보상률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고령층이 아니거나 ELS 투자 경험이 있을 경우 보다 낮은 보상률을 책정하는 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홍콩 ELS 투자자 비중은 은행이 31.1%, 증권사는 27.2%를 차지했다. 최초 투자자는 각각 9.2%, 7.7%로 집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층 최초 투자자에 대한 보상률은 과거 'DLF 사태'처럼 최대 8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DLF 사태에서도 피해자가 많아 금융당국이 개입, 투자자별로 차등 보상을 지시했다. 당시 최대 80%까지 보상이 이뤄졌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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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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