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질' 악화된 건설사들…영업 현금흐름 2년째 '마이너스'

유충현 기자 / 2024-04-04 17:41:01
지난해 20개 건설사 현금유출 1.6조…전년 대비 1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한신공영은 3년연속 현금유출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건설사 중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비교할 수 있는 20개사(건설 외 사업의 비중이 큰 삼성물산과 한화는 비교대상에서 제외)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총액은 마이너스(-) 1조6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란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돈을 잘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숫자가 0보다 작다면 영업을 하느라 들인 돈이 번 돈보다 많다는 얘기다.

 

20개 건설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총액은 2022년부터 급격하게 줄었다. 이 수치는 2021년만 해도 5조6389억 원의 플러스였다. 하지만 이듬해 7조 원 넘게 급감해 1조5398억 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작년에도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유출폭이 더 커졌다.

 

▲ 20개 건설사의 2021~2023년 영업활동현금흐름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금흐름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회사의 실적지표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이는 미청구공사와 관련이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를 완료한 뒤 계약금액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받을 돈'은 장부상에는 매출채권 실적으로 잡혀 있지만 아직은 '들어온 현금'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20개 건설사의 영업이익은 3조3107억 원으로 양호했고 매출액(약 130조 원)도 직전 연도에 비해 19.6%나 증가했지만 현금흐름은 되레 나빠졌다. 

 

건설사별로 살펴보면 20곳 중 절반에 달하는 10개사가 지난해 영업활동 중 현금유출을 기록했다. 규모는 대우건설이 8328억 원으로 가장 액수가 컸다. 영업이익만 보면 7854억 원으로 전년대비 36.6% 증가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폭은 같은 기간 4배 뛰었다. 

 

다음으로 △SK에코플랜트(-7319억 원) △현대건설(-7147억 원) △태영건설(-3284억 원) △포스코이앤씨(-2946억 원) △금호건설(-1545억 원) △코오롱글로벌(-1484억 원) △한신공영(-1122억 원) △현대엔지니어링(-1001억 원) △아이에스동서(-63억 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6곳은 현금유출 규모가 영업이익에 비해 도드라지게 컸다. 코오롱글로벌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마이너스가 영업이익의 11배에 달했고 한신공영(7.6배)와 금호건설(7배)도 높았다. 뒤이어 SK에코플랜트(4.2배), 포스코이앤씨(1.5배), 대우건설(1.3배) 등이다.

 

▲ 고양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매출과 영업이익이 호조세라도 현금흐름 악화는 좋지 않은 신호다.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에 기업에게 항상 일정 수준의 현금은 필수적이다. 

 

영업활동 과정에서 현금을 소모해버린 기업은 어딘가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건설업체는 미분양이 장기화되거나 은행대출 등이 제때 진행되지 않을 때 경영 전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통상 기업의 실적지표와 현금흐름의 차이가 크다면 좋지 않은 신호로 본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의 질'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익규모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실이 있다는 징후로도 해석된다. 

 

특히 3년 이상 현금흐름 마이너스 상태가 유지된다면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사에서 잔금회수까지 소요되는 일반적인 주기를 넘긴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한신공영은 3년 연속,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태영건설은 2년째 현금유출을 이어가고 있다.

 

전성범 회계법인 라온 대표이사는 "영업활동으로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해당 기간에 돈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런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건 다들 꺼릴 것"이라며 "운영자금이 부족해지면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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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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