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 논란

김당 / 2018-10-10 17:12:02
"관계부처와 검토"→"관계부처가 검토"→"범정부 논의 아니다" 말 바꿔
野 "천안함 유족 이해 구해야, 주무부처도 아냐" 질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5·24조치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시행 8년여 만에 5·24조치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야당 의원의 질문이 거듭되자 조금씩 말을 바꿔 답변함에 따라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2018년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병혁 기자]

 

강경화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5·24 조치'의 해제 용의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대북 제재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개성공단과 금강산 제외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치 시행 이듬해부터 지속적으로 일부 방북 및 대북지원 사업이 허가되는 등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이뤄진 유연화 조치에 따라 하나둘씩 해제돼 왔다. 이에 따라 5·24조치는 현재 '남북교역 중단 및 신규투자 불허'를 제외하고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강 장관은 또 이 의원이 북한관광 자체가 제재 대상인지를 묻자 "관광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제재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장관은 개별 관광객의 물품 구입이나 음식점 이용이 제재 대상이냐는 물음에도 마찬가지로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평양에 가보니 호텔에 중국인이 많더라.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 맞는가"라고 물었고, 강 장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강경화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 장관은 이후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이 정확한 발언의 의미를 묻자 "관계부처로서는 이것을 늘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어 "5.24 조치의 많은 부분이 유엔 제재 내용으로 담겨져 있다"면서 "해제 문제는 대북제재 국면의 남북관계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 발전, 비핵화 대화가 진행중인 상황에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물음에도 "5.24 조치는 중요한 행정명령인 만큼 정부로서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고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한다는 말은 아니었다"면서 "5.24 조치는 (유엔) 안보리 조치와 많은 부분 중복된 조치가 있어서 해제한다고 해서 실질적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 의원은 "5.24 조치 해제는 국회와 전혀 상의된 바가 없는데 사전 상의 없이 검토한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국회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여야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때도 위안부 할머니 없는 협상이라며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이 "외교부가 5·24 조치 주무부처도 아닌데 검토 발언을 국정감사서 해도 되나"라고 따져 묻자 강 장관은 "제 말이 앞서 나갔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이 또 5·24 조치 해제를 위한 선행조건을 묻자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는 상황에 5·24 조치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틀도 다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고,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사과하지 않고 있음을 아느냐는 물음에는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논란과 말 바꾸기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이 해제 검토를 언급함에 따라 앞으로 남북·북미관계 개선 과정에서 5·24 조치 해제 논의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현재 천안함 폭침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5·24해제 검토 방침은 남남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항에 대해 이미 유연화 조치가 이뤄진 데다, 현실적으로 5·24 조치의 내용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해제되더라도 변화가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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