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과잉진압 사망 맞다"

권라영 / 2018-08-21 17:06:57
경찰 자체기구 조사 "살수 방법 적절치 않아…신체의 자유 침해"
백남기투쟁본부 "사건 관련 경찰 징계 빠졌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벌어진 일이 맞다는 경찰 자체 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는 사건과 관련된 경찰들의 징계를 촉구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21일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유사사건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의 개선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 지난 2016년 9월 26일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 빈소에 그의 영정이 놓여 있다. [뉴시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서울 종로구 서린교차로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2016년 9월 25일 결국 사망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과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한 사건들을 조사하는 경찰 자체 기구다.

조사위는 19차례에 걸친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방침 △경비계획 △집회금지통고 △경력동원 및 차벽설치 △살수행위와 피해자 부상 당시 상황 △서울대병원으로 후송한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경찰의 역할 등을 검토했다.

조사위는 "위험이 명백한 상황이 아님에도 백씨를 향해 지속적으로 직사살수를 했고, 살수행위를 주시하지 않고 살수를 지시한 행위가 피해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경찰은 살수차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살수요원에 대한 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살수행위를 한 데다 혼합살수 방법은 법령에 열거된 사용방법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물줄기는 백씨의 머리를 향했다. 조사위는 살수차 운용 지침이 정한 사용방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조사 결과 당시 경찰은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 등 봉쇄 작전을 진했다. 조사위는 이를 경찰력이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론지었다. 또 사건 발생 당일 집회신고에 금지를 통고한 것, 버스 738대와 트럭 20대를 이용해 집회 장소에 차벽을 설치한 것 역시 과도한 경찰권 행사로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조사위는 집회 당일 이후 경찰의 조치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경찰은 이미 조사를 통해 빨간우의와 백씨의 사망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부검영장이 기각되자 제3의 외력에 의한 사망 의혹을 추가해 부검영장을 재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이 부검을 거부하자 이를 집행하기 위해 59개 부대 5300여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경찰에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한 심사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고 피해자 가족과 협의해 사과하고 국가가 해당 집회 주최측과 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농민·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백남기농민 국가폭력살인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투쟁본부(백남기투쟁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이들은 "경찰청은 조사위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조사위의 모든 조사내용을 인정하고 조사위의 권고사항을 즉각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조사결과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위법하고 과잉된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위가 경찰의 책임을 명시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찰 등에 대한 징계, 법적 조치 등의 권고가 빠진 것은 아쉽다"며 "매우 큰 유감"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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