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둔 '신생아론', 삭풍 부는 부동산 시장 구원투수될까

유충현 기자 / 2024-01-22 17:30:33
26조6000억 '신생아론', 10만 가구에 2.5억씩 대출 가능
작년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조건 까다로워 "대체 어려울 듯"

오는 29일부터 최저금리 1.6%, 최대 5억 원의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시행되는 정책 모기지가 집값 흐름에 변화를 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명목상 저출산 대책이지만, 주택시장은 '특례론 2시즌' 기대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9일 신생아 특례대출 접수를 시작한다.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구입 자금으로는 26조6000억 원이 투입된다.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2023년 출생아부터 적용, 혼인 여부 관계없음)가 대상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4억6900만원(소득 4분위 가구의 순자산 보유액) 이하의 요건을 갖추면 최저 연 1.6% 금리로 5년간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생아특례론은 명목상 '저출산 대책'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관점에서는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집행된 40조 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수도권 집값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린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난해 5~9월 수도권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1.4% 상승한 반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취급이 중단된 4분기(10~12월) 중에는 0.1% 하락했다.

 

시장 일선에서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제2의 특례보금자리론'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심리가 읽힌다. 집행되는 대출 규모를 보면 그럴 만 하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집행내역 중 신규주택 구입에 쓰인 평균 대출액은 약 2억4700만 원이었다.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 26조6000억 원은 같은 수준에서 약 10만 건의 거래를 일으킬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건수가 6만2095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작지 않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의 경우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이 출시된 이후로 신혼부부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면서 계약문의가 많았고 특례보금자리론 축소 후에는 계약이 뚝 끊겼다"며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의 모습. [UPI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 "수혜 계층 한정돼 있어…시장 영향 제한적일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년과 달리 정책 모기지가 시장의 하락세를 돌려 세우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생아가 있는 가구에만 혜택을 주는 대출이기 때문에 수혜 계층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잔산승계연구소장은 "신생아 출산 가구만 한정적으로 적용하는 조건인데, 전반적인 혼인·출산이 높지 않다"며 "서울 외곽지역이나 수도권의 거래를 일부 활성화시킬 수는 있지만 특례보금자리론보다는 파급력이 덜할 것"이라고 봤다.

 

대상 주택(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과 자산·소득 요건(자산 5억600만 원 이하, 연 소득 1억3000만 원 이하)도 신생아 특례대출의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가격을 떠받치는 특급 재료이긴 하지만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기 보다는 하락을 막는 방패 역할 정도"라며 "고가주택이 밀집된 강남권이나 마포·용산·성동보다는 서울 외곽, 수도권, 지방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값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신생아 특례대출의 가격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독립 부동산리서치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는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이 효과를 낸 이유에는 가격이 떨어졌던 영향이 크다"며 "정책대출 상품이 출시됐다고 해서 가격이 오르려면 집값이 충분히 떨어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이은 초대형 정책 모기지를 두고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총 26조6000억 원의 신생아 특례대출 예산 중 8조7670억원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직접 융자할 방침이다. 이 중 8조7670억원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직접 융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시중은행 재원으로 대출을 실행하되 정부가 정책금리와 시중금리 간 이자 차액을 지원한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비싼 집값을 국민 세금으로 또 떠받치는 것"이라며 "은행의 이자 차액을 보전하는 데만 수 조원의 세금이 투입된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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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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