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옛사람들은 추분을 이렇게 기억했다. 요란했던 여름의 천둥이 잦아들고, 벌레가 겨울을 준비하며 몸을 숨기는 때. 또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라는 말처럼 추분은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로 넘어가는 경계였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추분인 23일 오전 9시 6분, 태양이 추분점을 지난다.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해지고 이후부터는 밤이 조금씩 길어진다.
그런데 추분을 앞두고 부산 바다에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몸길이 3~4m가량인 상어가 발견됐다. 무태상어로 추정되는 이 상어는 시민들 사이에서 '부캉이(북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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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나타난 상어. [뉴시스] |
무태상어는 전 세계 열대·아열대의 따뜻한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등 따뜻한 바다에서 발견되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까지 오갈 수 있어 연안 가까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가을로 접어드는 부산 바다에 왜 이런 상어가 나타난 걸까.
상어 한 마리의 출현을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바다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5년까지 58년간 우리나라 주변 표층 수온은 1.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폭 0.76℃의 두 배가 넘는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어종의 서식·활동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상어 역시 먹이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수온과 먹이 생태계의 변화가 연안 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 연안에서는 대형 상어 출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 상승과 난류성 먹이 증가 등을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추분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상어는 우리가 마주한 바다의 변화를 새삼 일깨운다. 기후변화 시대의 가을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 다르게 찾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KPI뉴스 / 정민화 기자 mhw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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