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전벽해'라는 말이 있다.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될 정도로 많이 변했다.'는 뜻이다. 이 말에 요즘 부모들도 크게 공감할 듯하다. 해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녀들의 생활풍속도가 그렇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 여과 없이 보도되는 특정 젊은이들의 무절제한 성적 방종은 부모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내 자녀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얼마 전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서 하객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에는 중학교 때 이성교제를 하면 모두 반긴대요. 앞으로 쭉 잘 사귀라고 격려하고 응원한다네요." 비혼주의, 만혼이 팽배한 현실에서 자녀가 적령기에 결혼을 안할까봐 나온 말인가 싶었다.
옆에 있던 다른 지인이 화답을 했다.
"우리가 자랄 때 이성교제는 곧 학생부실로 직행하는 금기나 마찬가지였죠?"
"이성과는 탁구도 못 쳤죠. 그 뿐인가요? '학생이 공부나 할 일이지 모로 터져가지고 벌써 곁눈 팔기는'하는 식으로 야단맞기 일쑤였죠."
어느 새 자녀의 이성교제를 환영하고 바라는 부모의 처지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성장기에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때라서 '사춘기(思春期)'라 이름 붙였다. 부모로서는 자녀가 이성 친구를 전혀 사귀지 않아도 걱정되고, 사귀어도 불안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남녀공학이 대부분인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여전히 난감하고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학교마다 성교육을 열심히 한다. 가끔 학부모들이 도리어 자녀의 이성교제에 대해 개방적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내 아이는 별 문제 없겠지."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미리 대비하고 일상에서 대화로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이성교제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심각한 예가 많다. 교사들은 다양한 학생들을 대한다. 건전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교제하고 어울리기를 바란다. 일상적인 또래관계도 주의 깊게 살핀다.
자녀와 소통이 잘 안되어 이성교제에 손방인 부모인 경우는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 더 많다. '아직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이성과 사귀며 소위 풋사랑을 하는 자녀에게 어떻게 지도할까? 아니 지도할 수나 있을까? 부모가 어디까지 간섭하고 책임질 일인가?'하는 여러 고민이 생긴다.
교사들 중엔 남사친, 여사친, 남친, 여친이라는 말도 낯선 구세대도 있다. 그러나 교사는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기에 생활지도시 이성교제는 학생폭력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이성 친구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사회성도 좋아지고 서로 관심사를 나누니 정서가 풍부해지는 긍정적인 면을 고려한다.
반면 성적인 데만 관심을 갖고 학생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미 친구들 사이에는 화제에 올라 있는데 정작 부모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좋아하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여서 이성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나 어떤 학생에게는 평생 상처가 되거나 오래도록 억압되는 감정을 겪기도 하니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SNS에 사진을 올리고 기념할만한 이벤트를 서로 자랑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거나 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이미 이성간의 교제가 친구들 사이의 화제가 된다고 한다.
자녀가 이성을 사귀고 있을 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 자녀가 평소와 달라진 점들을 눈여겨본다. 자녀의 방과 후 활동을 부모가 알고 있어야 한다.
빈집에 이성과 함께 있지 않도록 한다. 교우관계를 알아두되 일일이 간섭하지 않도록 한다.
■ 이성을 볼 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다. 모두가 선호하는 외모보다 자신감과 유머감각 등이 더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 자기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방은 자기를 이해할 수 없다.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연습을 하게 한다. 특히 여학생에게는 부정적인 감정도 'No'라고 당당히 표현할 수 있게 격려한다.
■ 자녀가 이성교제로 인해 큰 혼란과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부모는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어."라는 자세로 침착하게 안정을 찾고 자녀에게 지원군이 되어 준다.
■ 유독 순수하고 순진한 학생일수록 이성으로부터 절교 선언을 받았거나 상대의 변심을 마주하면 절망한다.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아픔에 공감해주고 감정을 인정해준다. 사람들이 모두 다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는 않는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더 좋은 만남의 기회가 또 온다고 다독인다.
■ 부모가 모르는 SNS 상으로 이뤄지는 대화, 영상 및 자료들이 넘치고 있다. 자녀들에게 수시로 그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주의하도록 한다. 단톡방에 사적인 내용을 올리지 않도록 한다.
■ 이성에 대한 존중을 가르친다.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삼가고 배려하도록 한다.
■ 집에서 자녀와 '감정'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고 서로 나눈다. "무슨 일 있니?"보다는 "오늘 기분이 어땠니?, OO가 여친과 헤어졌다면서 감정이 어떨까?" 등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있니? 없니?"보다는 "어떠니? 어떨까? 어느 편이 더 나을까?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 또한 연습을 해야 가능하다.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지니고 질문해본다.
■ 간혹 청소년의 이성교제에 성인이 개입된 경우가 있다. 부모가 각별히 유의해서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행동을 하는 또래나 무책임한 성인들과 연결이 안 되도록 차단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간관계, 특히 이성간의 교제에 대해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학생들은 상황이 힘들어지면 교사의 지도를 필요로 한다. SOS를 보내온다. 학부모는 자녀의 이성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교사의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답답한 건 교사와 학부모가 매한가지다. 많은 청소년 영화에서 보듯이 성장과정의 이성교제는 감정과 상황이 자주 바뀌고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성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나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자존감이 강한 학생들은 이성교제로 인해 자기 할 일을 놓친다거나 상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자녀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자신감을 갖고 교제한다면 큰 문제가 될 상황이 생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큐피드가 화살을 언제 어떻게 쏠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그 화살이 진짜 큐피드의 화살인지 호르몬의 작용으로 연습게임처럼 무심코 날아온 화살인지 구분을 어떻게 하겠는가? 자존감이 강한 경우는 쉽게 그 화살에 쓰러져 넘어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햇살 좋은 봄날 오후, 서점에 가려 마을버스를 탔다. 고등학생들이 버스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약자&임산부 보호석을 피하다보니 학생들 자리 바로 앞에 앉게 되었다.
"네 구남친 새 여친 생겼더라?"/ "엉. 걔 집까지 데리러 왔다더라. 영화 보러 같이 가자고."
"너한텐 안 그랬어?"/"응, 난 늘 미리 가서 기다렸지."
"야, 여자가 기다리는 게 어딨니? 남친이 데리러 와야지."/"그런가?", "흠, 근데 어제 수학왕으로 뽑힌 걔 진짜 멋지잖아? 주변에 여자애들이 많아서 난 접근 못했엉."/그뤠? 야, OO마을에서 내릴래? 신상 떡볶이 사줄게."
여학생끼리가 아니라 여학생과 그녀의 남사친(남자사람친구)과의 대화였기에 신선했다. 통통 튀는 건강한 대화에 미소가 지어졌다.

박형란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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