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2025년부터 매년 600MW 설비 구축 계획
전문가들 "재생에너지 증가 없이 ESS 확대 의미 없어"
지난 2년 간 에너지저장시스템 ESS(Energy Storage System) 화재로 소방당국 추산 572억 원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ESS 설치 수요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뒤늦게 ESS 산업 발전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전 대책 마련과 재생에너지 증가 계획 없이 공염불에 그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 ▲ 소방관들이 지난 2022년 9월 6일 인천 동구 현대제철 공장 ESS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뉴시스] |
15일 UPI뉴스가 소방청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ESS 화재는 2017~2023년 모두 54건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7년 1건 △2018년 11건 △2019년 10건 △2020년 2건 △2021년 2건 △2022년 13건 △2023년 15건이었다. 특히 지난 2년 간은 매달 한 번꼴로 불이 났다.
소방청 추산 화재 피해 액수는 총 851억3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3건이 발생한 2022년 피해액이 446억 20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과 작년 피해액(572억6000만 원)이 전체의 67.3%에 달할 만큼 화재가 집중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ESS 안전에 대한 조사나 대책 마련은 부족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가 2018년 5월 직접 '민관합동 화재사고 조사단'을 만들어 2019년 6월과 2020년 2월 두 차례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비교된다.
당시 산업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ESS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95% 이상의 높은 배터리 충전이 급격한 전압 변동과 온도 상승을 불러와 화재로 이어졌다는 추정에 근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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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ESS 사업장에 '안전 조치'를 권고하는 등 추가 대책도 마련했다. 2020년과 2021년 화재가 급감한 데는 이런 조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2년 5월 2일 안전강화 대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당시 조치는 80~90% 충전율 제한조치를 해제하고 초기 충전율만 현 수준 이상으로 억제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때까지 집계된 화재 중 73.5%가 시공 중이거나 가동 2년 내 발생한 점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조치 이후 다시 화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응책의 다각화가 필요해졌지만, 이후 산업부가 내놓은 안전 대책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화재가 발생했던 울산 고려아연 공장 ESS처럼 5년 이상 대형 설비에서 나타난 화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설비는 2018년 4월부터 운영해 왔다.
이주광 한국전력정보 CMO(최고마케팅운영자)는 "ESS 설비는 운영을 오래 할수록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5년 이상 된 ESS 화재가 종종 발생하는 걸 보면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상태감시·분석 등 유지·보수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위험성 문제가 대두되는 사이 ESS 설치는 2017년 1046㎿h, 2018년 3836㎿h 2020년 2866㎿h 에서 2022년 252㎿h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우려에 따른 화재대응 설비·보험료 증가와 인센티브 제도의 일몰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화재에 침묵하던 정부는 지난해 10월 'ESS 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2025년부터 6년간 연평균 600MW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주요 내용이지만, 실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 관리 분야가 기존 'ESS 안전대책' 수준에 머물러 있고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자체가 ESS 확대와 거리가 멀다.
ESS는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확보와 연관이 있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 변동폭이 큰 재생에너지에서 초과 생산되는 전력을 미리 저장해 놓고 꺼내 쓰는 방식이라서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애초 30.2%에서 21.6%로 줄였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2022년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도 3809㎿로 전년(4454㎿) 대비 14.5% 줄었다. 이런 기조 속 ESS 확대를 내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규모가 어느 정도 받쳐 줄 때 확대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는 ESS 시장이 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좀 더 집중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ESS 설치를 너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설비를 늘리기보다 ESS 가동 방식, 보상 체계 점검, 안전 보수 관리 등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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