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면 석유화학 영업이익 치명타
중동 무기 수요는 커질 듯, 해운 운임 상승도
정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 열고 지원 논의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석유화학 업종에 '중동 쇼크'까지 덮쳤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방위산업과 해운업 등은 국제 정세 불안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대비된다.
16일 한국석유공사와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12일 배럴당 69.3달러에서 하루만에 74.2달러로 급등했다. 이날도 75달러 수준을 보였다.
![]() |
| ▲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서 소방관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AP 뉴시스] |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전세계의 3%가량이고 수출량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세계 원유 소비량의 21%가량이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발생하게 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봉쇄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강화시키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이 지속된다면 이란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다"면서 봉쇄가 현실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중동 전역으로 무력 충돌이 확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경제 전망을 하면서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를 60달러 중후반 수준으로 전제한 것을 감안하면 충격 수준의 변화다.
석유화학 업종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나프타를 기본 원료로 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은 치명타가 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침체기에 놓인 석유화학 업종은 그나마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버팀목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이 10% 오를 경우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적으로 10% 이상, 많게는 1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업황 부진이 구조조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일부 설비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LG화학은 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 원에 최근 매각키로 했다.
다만 방산업계에는 전쟁이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이날 LIG넥스원을 분석하면서 "중동으로 향하는 방산 물자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천궁2 조기 인도 요구,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수주 계약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운송업 희비도 엇갈린다. 항공업은 유류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해운업은 운임 상승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약 30%를 차지하며 유류할증료를 통한 일부 운임 전가까지 고려하면 항공유가 5% 상승 시 항공사 영업이익률은 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해운업에 대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들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톤마일(1마일 거리를 이동한 1톤의 화물량) 증가와 운임 상승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해상 물동량은 2023년 기준 글로벌 물동량의 11% 수준에 이른다. 특히 원유 및 가스의 31%가 통과할 정도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2023년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홍해 사태는 이번 이란, 이스라엘 교전으로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컨테이너 운임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하며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 즉각적으로 과감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물류 우려가 확대되면 임시 선박 투입 등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수송용 유류에 대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도 두 달 더 연장키로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