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AI 투자 축소는 힘들어"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이 나왔다. 자칫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발전 속도를 늦추자는 이야기다.
AI 속도조절론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 둔화 우려로 이어져 미국 기술주와 한국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미국 혼자 속도를 조절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오히려 지금이 반도체주 저가 매수 기회란 의견도 나온다.
"AI가 인간 통제 벗어날 수 있어"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일제히 부진했다. 전거래일 대비 다우지수는 0.29%, S&P 500은 0.48%, 나스닥은 0.56% 떨어졌다. 엔비디아(-3.36%), 마이크론(-5.25%), 브로드컴(-4.77%), AMD(-4.40%), 인텔(-5.59%), 마벨테크놀로지그룹(-7.32%), SK하이닉스 ADR(-7.6%) 등 주요 기술주들이 급락했다.
코스피는 15일 6627.26으로 장을 마감해 전날보다 0.85% 내렸다. 14일엔 3.26% 급락했다.
삼성전자(24만8500원)는 14일 4.24%, 15일 0.20% 하락했다. SK하이닉스(168만9000원)는 14일 7.12%, 15일 0.53%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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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주요지수와 코스피 [챗GPT 생성] |
증권시장 부진 배경으로는 AI 속도조절론이 꼽힌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월 오픈AI가 사이버보안 평가를 진행하던 중 AI 에이전트들이 통제 장치를 우회해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무단 해킹한 사건을 꼽으며 "이처럼 AI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AI 모델이 스스로 발전하는 '재귀적 자기개선'에 이르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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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AP 뉴시스] |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CEO 등 여러 빅테크 수장들도 동조했다.
AI가 향후 범용 인공지능(AGI)을 거쳐 초지능(ASI)으로 발전함에 따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ASI로 인한 인류 파멸 가능성을 99.99%로 추정하는 극단적인 견해를 밝혔다.
인간이 ASI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극도로 위험하다는 얘기다. 만약 ASI가 인간을 목표에 방해되는 존재로 인식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AI 발전 속도 지연에 찬성하면서 ASI 개발 금지, AI 개발 기업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법안을 강구 중이다.
중국이 달리는데 미국만 멈추긴 어려워
하지만 중국이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데 미국만 멈출 수 있을까. 여러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한다.
존 스트랜드 블랙힐스 정보보안 대표는 미 IT매체 테크레이더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AI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속도를 조절하란 이야긴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개발 경쟁과 비슷하다"며 "누군가가 속도를 늦추려면 상대방도 속도를 줄일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분석업체 리플렉시비티의 공동창업자 주세페 세테도 WSJ에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AI 투자가 크게 축소되긴 힘들다"고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으며 이를 기뻐할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음모론자들, 반역자들 등의 표현을 쓰며 속도 조절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통화에서도 AI 위험성을 사기라 칭하고 중국의 계략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CEO 역시 동의했다.
실제로 중국은 AI 개발 속도를 늦출 의사가 없어 보인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AI 위협론을 퍼뜨리는 건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AI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모데이 CEO 역시 중국의 위협은 인정했다. 그는 속도를 조절하자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보다 훨씬 큰 AI 역량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AI 속도조절론은 단기 이슈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지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저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미·중 경쟁이 점점 더 격화되는 점을 지목하면서 "AI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호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1분기엔 전고점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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