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는 공감 48.4% vs 비공감 35.6%
11월 21일은 민주노총이 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분수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민주노총에게는 고용세습과 투쟁 일변도의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낸 몇 가지 사건들이 중첩된 날이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와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 투쟁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을 하루 앞두고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이른바 ‘사회적 총파업’을 단행했다.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S사 노조 요구로 회사 측은 2011~2013년과 올해 노조원 자녀와 친·인척 등 40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S사는 울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1차 부품 협력사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2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노동조합이 이 회사에 제시한 고용세습 우선순위에 따르면, 1순위는 퇴직을 3년 앞둔 조합원 자녀, 2순위는 퇴직을 4년 앞둔 조합원 자녀, 3순위는 조합원 친·인척과 지인, 그리고 마지막 4순위는 ‘대한민국 청년’이었다고 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고용세습 문제가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취업하려면 민주노총 부모 둬야 합니까?"
지난 10월 27일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 5곳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자보와 규탄 성명서가 붙었다. 보수성향의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한대포)이 각 대학 지부에 부착한 게시물이다. 이 가운데 한 대학에 붙은 성명서에는 이런 규탄 문구가 눈에 띄었다.
"취업하려면 민주노총 부모 둬야 합니까?"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런 규탄에 귀를 막고 보수성향의 대학생들이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선전선동에 놀아난 것으로 폄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민주노총은 정치적 수단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논의 등에 반발하며 사회적 총파업 투쟁에 나선 이날에 오히려 국회에서는 여야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문제로 촉발된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 다음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간부 등 노조원 10여명이 유성기업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노무담당 상무 김모(49)씨를 1시간 동안 감금하고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컨대 민주노총은 일련의 사건에서 보듯, 민심의 변화를 외면하고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경사노위 참여’가 ‘총파업 통한 저지’의 8.3배(64.5%p)

〈UPI뉴스〉·〈UPINEWS+〉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고 사회적 총파업을 단행했지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통한 타협안 도출을 지지하는 응답이 총파업을 통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보다 8.3배(64.5%p)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가장 바람직한 대처 방안으로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 참여해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 73.4% △총파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 8.8% △모름/기타 17.8%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조사내역을 보면, 모든 세대·지역·계층에서 ‘총파업’보다 ‘경사노위’ 참여를 지지하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호남(83.6%) △민주당(80.1%) △정의당(81.2%)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대부분 계층에서 한 자릿수로 저조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대구/경북(13.2%) △한국당 지지층(12.3%)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층(경사노위 참여 78.7% vs 총파업 7.4%) △보수층(74.4% vs 7.9%) △중도층(60.1% vs 13.7%) 모두가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를 통한 타협안 도출을 훨씬 더 선호했다.

참고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쟁점을 알고 있다는 인지층(n : 723명)에서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 참여해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80.0%) △총파업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8.8%)로, 경사노위 참여를 통한 타협안 도출을 지지하는 응답이 9.1배(71.2%p) 더 높았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응답자의 71.4%는 탄력근로제 관련 쟁점을 알고 있다고 답했고, 28.6%는 모른다고 답해 인지층이 2.5배(42.9%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경제계와 노동계 양측의 찬반 쟁점을 제시한 후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로 단순 인지도와는 일정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부분 계층에서 알고 있다는 응답이 높은 가운데 △남성(75.6%) △19/20대(73.8%) △30대(75.0%) △40대(81.0%) △50대(73.8%) △농축수산업(81.0%) △블루칼라(76.1%) △화이트칼라(81.4%) △보수층(72.6%) △진보층(73.7%) 등에서는 7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공감(48.4%)이 비공감(35.6%)의 1.4배(12.9%p)

한편, 최근 노동계의 현안으로 부상한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기업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공감 48.4%(매우 13.2%, 다소 35.2%) △비공감 35.6%(다소 20.2%, 매우 15.4%)로, 공감도가 1.4배가량(12.9%p) 더 높았다(모름/기타 : 16.0%).
하지만 지난 12월 5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시청에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잠정 합의하자,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울산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반대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공감도가 48.4%로 비공감도보다 12.8%p 더 높았다. 다만 비공감도 역시 35.6%로 적지 않다는 것은 임금이 낮은 일자리 양산에 대한 우려감도 일부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조사 내역을 보면, ‘광주형 일자리’ 공감도는 △남성(50.1%) △40대(52.0%) △50대(56.1%) △서울(50.1%) △경기/인천(50.1%) △호남(61.0%) △자영업(50.3%) △블루칼라(55.8%) △전업주부(50.5%) △민주당(63.6%) △진보층(58.3%) 등에서 50%를 상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비공감도는 △19/20대(41.0%) △30대(42.9%) △부산/울산/경남(46.5%) △화이트칼라(40.8%) △한국당(49.3%) △바른미래당(45.1%) △보수층(40.0%) △중도층(40.5%) 등에서 40%를 상회하며 비교적 높았다. 이 사업이 기본적으로 ‘일자리 나누기’임에도 부산/울산/경남과 한국당 지지층에서 비공감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사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광주라는 지역 특성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광주형 일자리’ 정책 인지층(n : 569명)에서는 ‘공감(58.0%) vs 비공감(39.2%)’로, 공감도가 1.5배가량(18.8%p) 더 높게 나타났다.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아진 임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ㆍ문화ㆍ복지ㆍ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일명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5.1%가 알고 있다고 답했고, 44.9%는 모른다고 답해 인지층이 1.2배(10.2%p) 더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인 조사 내역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인지층은 △남성(62.9%) △30대(52.2%) △40대(60.3%) △50대(63.6%) △60대(64.5%) △민주당(54.1%) △한국당(63.1%) △바른미래당(61.0%) △정의당(54.2%) 등에서 50%를 상회했다.
반면, 비인지층은 △여성(52.7%) △19/20대(51.8%) △70세 이상(63.7%) △무당층(55.3%) 등에서 5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 지역인 호남은 ‘인지(59.5%) vs 비인지(40.5%)’로, 인지층이 1.5배가량 높았지만, 부산/울산/경남은 ‘인지(54.1%) vs 비인지(45.9%)’로 인지층이 1.2배가량 높았다. 다만, 이 조사결과는 ‘광주형 일자리’ 관련 주요 골자를 제시한 후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로, 단순 인지도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민주노총과 다수 국민 사이의 틈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주요 지지기반인 생산직ㆍ사무직 노동자들과 진보층 그리고 노동자당원 비율이 높은 정의당 지지층에서조차도 60% 정도가 민주노총을 불신하는 것으로 응답한 조사결과는 민주노총에 뼈아픈 대목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정치수단에 대한 불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총파업으로 저지하려고 했지만, 국민의 73%는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를 총파업이 아니라 ‘경사노위’ 참여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일련의 행보로 게도 구럭도 다 잃고 있는 셈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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