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하청의 죽음'…이달 들어서도 3건 발생

박철응 기자 / 2025-10-20 17:06:22
현대제철, 원청보다 하청 재해율 매년 높아
하청 노조들, 원청에 안전 교섭 목소리 높여
4일 현대차, 17일 한화오션 등에서 사망 사건
노란봉투법 내년 3월 시행…경영계 "사용자성 불분명"

최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금속노조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는 국정감사에 현대제철 서강현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면서 "서 대표에게 위험의 외주화 근절과 함께 법원이 판단한 원·하청 교섭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왼쪽 두번째)과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이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8월 현대제철 원청의 재해율은 0.29%로 집계됐다. 전체 하청업체는 0.35%로 원청보다 더 높았다. 2020년부터 매년 한 차례도 어김없이 하청의 재해율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곳의 하청업체 재해율은 1%를 넘어설 정도였다.

 

금속노조는 "공장을 자르고 원청의 책임을 떼고 중간착취자를 두면서 더 위험한 현장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쓴 결과"라며 "지금도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0명은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일하며 원청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2021년부터 현대제철에 산업안전보건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해 왔다. 현대제철은 응하지 않았고 양측은 결국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 법적 분쟁을 벌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업무 방식, 투입·배치에 관한 결정권 등을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산업안전보건 의제와 관련해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과 노조는 판결 이후에도 현대제철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입법부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포항1공장에서 20대 비정규직이 쇳물 찌꺼기(슬래그)를 받는 용기인 포트에 추락해 숨지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정부가 산업재해 축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의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달만 해도 벌써 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1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구조물이 넘어지면서 60대 노동자가 숨져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3일에는 경남 창원시 소재 범한메카텍 공장에서 7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하청 혹은 재하청 업체 소속이라는 점이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공장 사고 이후 "근본 원인은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 대책이 원청에서 하청으로 다시 재하청으로 떠넘겨지는 데 있다"며 "원청은 발주자임을 내세우며 법 뒤로 숨고, 하청은 실질적 지배자가 아니라며 원청을 핑계대는 와중에 노동자들은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줄곧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방기해 왔다는 게 노조 불만이다. 

 

다른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는 최근 원청에 추락 위험 공정 전수조사와 안전 장비 및 추락 방지 시설 재점검 및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전주공장 사고와 유사한 작업 환경의 점검과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 시행은 내년 3월인데 어떤 경우에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적용 지침이 필요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이나 필요한 시행령 개정도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질병판정위원회처럼 어디까지가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구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최대한 구체적인 잣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말 국회노동포럼이 개최한 토론회 축사를 통해 "통과된 법안만으로는 노조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수많은 하청노조와 교섭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교섭 안건은 무엇인지조차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정부의 지침과 매뉴얼에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 등을 최대한 구체화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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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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