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처리-재의표결' 악순환으로 막내린 21대 국회…민생은 뒷전

박지은 / 2024-05-28 17:23:36
'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野 170명 표결 참여, 전원 찬성…與 반발해 표결 불참
윤 대통령, 29일 거부권 행사 방침…자동 폐기 수순
쟁점 대치에 고준위방폐물법, 구하라법 등 줄줄이 폐기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본회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였다. 21대 국회가 막판까지 '일방 처리-재의표결'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여야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송하는 바람에 민생 법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더기로 폐기됐다.

 

▲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28일 김진표 국회의장 사회로 개의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강 대 강' 충돌로 인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으로 지원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가결됐다.


야당 의원 170명만 표결에 참여해 전원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해 불참했다.


개정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도시주택기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것에 따른 형평성 문제와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개정을 반대했다. 정부는 전날 '선구제' 내용을 뺀 피해 지원책을 대안으로 냈지만 야당은 이날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 본회의 가결 직후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29일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결을 하지 못해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국회 사무처는 21대 국회 재의요구안을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여야 대치는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선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 개정안 4개 쟁점 법안이 야당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야당은 본회의에서 직회부한 7개 법안 중 4개 법안을 단독으로 상정해 가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가맹사업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까지 7개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부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본회의 상정은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만 했다.

 

대통령실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등 쟁점 법안 5건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 여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내내 극한의 정쟁을 일삼던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민생은 뒷전이었다.


국가 경쟁력 확보에 핵심인 산업들을 지원하는 시급한 법안이나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도 쟁점법안들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결국 날아갔다.

29일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예정인 법안 중 대표적 사례가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인 'K칩스법' 일몰 연장이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것을 6년 연장하는 내용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지난 1월 발의됐으나 기획재정위에서 다뤄지지조차 못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은 막판에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사라질 예정이다. 

일상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도 무더기로 폐기된다.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도 빛을 보지 못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1대 국회에는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455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 20대 국회(37.8%)보다도 낮아진 역대 최저치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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