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적자에 효율성 중시 운영
그룹 전반 위기로 확산 불가피 전망
무안공항 참사로 제주항공과 최대주주인 애경그룹은 기로에 서게 됐다. 제주항공은 항공업계 경쟁 심화 속에 그룹 지원 등으로 버텨왔으나 이제는 안전에 대한 신뢰마저 깨지면서 앞날을 가늠키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의 수위는 달라지겠지만 사태가 정리될때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전망이다.
30일 제주항공과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주가는 각각 8.65%, 12.12%씩 급락해 마감했다. 또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국내선 3만3000여 건, 국제선 3만4000여 건으로 모두 6만8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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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분향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더욱이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 같은 기종에서 또 다시 랜딩기어(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 이상이 발견돼 회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항공에 대한 불안감이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2015년 애경그룹이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다.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018년 10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에서 이듬해 348억 원 손실로 돌아섰고 2020년 3300억 원, 2021년 3100억 원, 2022년 1700억 원대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600억 원 규모 이익을 올려 회복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0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가량 축소됐다. 재무 구조도 허약해졌다. 현금 등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4727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915억 원으로 17%가량 쪼그라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LCC 자회사들인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통합되고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제주항공도 투자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필수적이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이제는 아예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운영이 화근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가동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보다 훨씬 길다. 다른 LCC인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 등에 비해서도 격차가 크다. 평균 가동시간은 전체 유상 비행시간을 운용 대수로 나눈 것이다. 그만큼 최대한 비행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써 온 셈이다. 이로 인해 기체 노후화를 앞당겨 안전에 역행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제주항공은 2021년 국토교통부 주관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고 크고 작은 사고를 내기도 했다. 2021년 보조 날개가 손상된 기체를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듬해에는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기체 이상으로 급히 회항한 바 있다.
앞서 2019년에는 김해공항 이륙 직후 기체 소프트웨어 문제로 회항했고 2020년에는 자동항법장치 고장 사실을 인지하고도 운항을 강행해 6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2년에는 위험물인 리튬배터리를 20회에 걸쳐 허가 없이 운송하고 미끄럼방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켜야 하는 절차를 미준수해 운항정지 20일 등의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전날 공개 사과문을 통해 애도와 사죄를 표하고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참사 발생 11시간 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외에 애경케미칼, 애경산업, AK플라자 등이 주축이다. 애경케미칼은 화학 산업 불황 속에 놓여 있고 백화점 사업을 하는 AK플라자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던 기업이다. 서울고법은 올해 초 1심을 뒤집고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 시험이 행해진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법리적 문제를 들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주사이며 제주항공 최대주주(50.37%)인 AK홀딩스의 지난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725억 원으로 지난해 말 5006억 원에 비해 25%가량 급감했다. 부채총계는 3조9300억 규모에 이른다. 그나마 현금 창출력을 회복한 제주항공마저 미래를 내다볼 수 없게 되면서 애경그룹 전반의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탑재용 항공일지 등 사고 증거자료를 추가 회수했으며 증거 자료 분석 등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조사 관련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제작사인 보잉과 CFMI(엔진제작사) 참여는 협의 중이다. 여객기 사고 조사에 통상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소요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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