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크 꽉 찼는데 웃지 못한 철강…LNG선 늘어도 후판 덜 팔려

배지수 기자 / 2026-05-28 17:40:17
중국산 덤핑 막았는데, 국산 판매량도 함께 감소 '기현상'
1년 협상 끝 인상폭 3만원 그쳐…손익분기점엔 한참 미달

국내 조선은 역대급 호황이다. 조선소 도크는 3년 연속 빈자리 없이 꽉 차 있다. 하지만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인 두꺼운 철판)을 파는 철강업체는 함께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후판 사용이 적은 LNG선의 비중이 많아진 탓이다.


▲ 중국산 후판 수입량과 국산 조선용 후판 내수 판매량 그래프. [한국철강협회]

 

28일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의 LNG선 인도량은 2024년 62척에서 2025년 71척으로 늘었다.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LNG선 수주의 62%를 가져갔다. 현재 국내 조선소의 LNG선 수주잔고는 260척 이상으로 연간 건조 능력(60~65척)의 3년치를 넘긴다. iM증권은 2026년 81척, 2027년 88척으로 발주가 다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소 도크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LNG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런 상황은 조선사에겐 호재다. 하지만 철강사에겐 다르다. 선종마다 들어가는 후판 양이 달라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원유운반선(VLCC)과 달리, LNG 운반선은 후판 사용량이 30~50% 적다. 같은 '배 한 척'이어도 철강사가 받는 주문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중국산 후판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도 후판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후판에 27.91~38.02%의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4년 138만 톤에서 2025년 89만 톤으로 35% 급감했다. 하지만 국산 조선용 후판 내수 판매량은 2021년 368만 톤에서 2025년 338만 톤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물량에서 재미를 못 봤으면 가격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후판가격 협상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조선업계와 1년 가까운 줄다리기 끝에 톤당 80만 원 중반대로 타결했다. 직전 가격(80만 원 초반) 대비 3만 원 오른 수준이다. 철강업계가 추산하는 손익분기점(통당 100만 원)과는 거리가 멀다. 철강사는 최소 90만 원 이상으로 올리길 원했지만, 별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사이 후판 생산을 위한 원가부담은 커졌다. 앞뒤로 눌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현대제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철광석 수입가는 2025년 평균 톤당 15만3000원에서 2026년 1분기 16만1000원으로 8000원(5.2%) 급등했다. 후판 1톤을 만들려면 철광석이 약 1.9톤이 필요하다. 철광석값이 8000원 오르면 후판 원가는 최소 1만5000원 이상 오르는 구조다. 

 

LNG 비중이 높아진 것이 꼭 악재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제철 실무 책임자는 "LNG 운반선에는 저온인성 충격보증강 같은 고부가가치 강재가 들어간다"며 "철강사 실적에 불리한 요인이라고 단순화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하 163도 극저온을 견디는 9% 니켈강, 저온인성충격보증강 같은 고부가 강재는 내 철강사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특수강 거래 물량 자체가 워낙 적어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전체 철강 판매에서 고부가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KIET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간한 '지속가능한 철강 공급망 구축 방안'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범용 제품보다 스페셜티(특수강)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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