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석유화학 재편 유도 방안 발표
금융당국, 한계기업 '솎아내기' 착수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과 함께 취약 업종의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 중 한 대목이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차입으로 연명하는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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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 앞에 파산 안내 문구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 |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어려운 기업들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더욱 혹독한 겨울이 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린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이나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등의 불은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석유화학 업종이다. 정부는 다음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점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복된 사업은 합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하는 기업에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NCC(나프타분해설비) 부문 통합,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합작한 여천NCC 매각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독과점 규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저성장 등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향후에도 업황 회복 수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익성 낮은 기존 사업부의 매각을 검토하고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은 '솎아내기'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한계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무제표 심사·감리를 실시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회계 분식을 하는 한계기업이 지속적으로 적발돼 주식시장 전체의 신뢰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피하기 위해 하지도 않는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증빙을 조작하는 등 불법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연속적인 영업손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 1미만, 자금조달 급증, 계속기업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한계기업 징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재무제표 감리 결과 검찰 고발 또는 통보 조치를 받는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돼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중에서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52곳에 이른다. 지난해에 비해 8곳에 늘어난 것이다.
이 중에서 영업손실을 낸 기업들에는 SK온,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케미칼 등 SK그룹 계열사가 눈에 띄게 많았다. 최근 유동성 위기 논란을 빚고 있는 롯데그룹에서도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이 포함됐다.
그 밖에도 LG디스플레이,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효성화학, 한화토탈,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이수화학, 영풍, 금호건설, 동부건설, 태광산업 등 다양한 업종 기업들이 이자보상배율 1미만이면서 영업손실을 냈다.
대기업은 살빼기를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을 청산키로 했다. SK그룹은 지난 9월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 생산 업체 SK스페셜티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또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기업 파산 신청은 15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량 증가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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