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독대 요청 거부…관계 악화로 의정갈등 해법 표류

박지은 / 2024-09-23 17:29:07
대통령실, 24일 만찬 관련 "韓 독대는 별도 협의 사안"
"만찬, 지도부 격려 자리"…추경호 포함 3자 차담도 일축
韓 "이번에 독대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 만나야한다"
용산에 공 넘겨…배종찬 "둘 삐그덕거리는 신호 보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24일 만찬 회동을 앞두고 독대를 요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23일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이 좀처럼 소통하지 못하며 관계가 악화되는 흐름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만찬을 통한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환영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가능성에 대해 "별도의 협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내일은 (당 지도부와 만찬)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면서다. 24일 만찬 자리에선 독대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만찬 전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의 3자 차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만찬에서) 현안 논의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찬은 당 지도부가 완성된 후 상견례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협의하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 보도로 사전에 공개되면서 불거지는 갈등설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당정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것으로 불협화음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협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만찬에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원내수석부대표, 수석대변인, 당대표 비서실장 등 16명이 참석 대상이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주요 수석들도 함께했다. 

한 대표는 당초 24일 만찬에서 "의·정 갈등을 해소하려면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선 독대가 이뤄져야한다는 게 한 대표 판단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상황을 좀 보자"며 즉답을 피해왔다. 그러다 이날 오후 불가를 통보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 성과를 공유하고 의료개혁에 대한 당·정의 결속을 다지는 게 만찬 목적이라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다.

 

대통령실은 독대 요청 공개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차담회까지 일축한 것은 한 대표에 대한 불만을 반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가 한 대표를 비판한 건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여러 종류의 정치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번 결정으로 한 대표와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불통 이미지'가 굳어지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윤 대통령이 전날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한 대표와 짧게 악수만 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50초 동안 대화를 나누는 대조적 장면을 연출한 것도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이날 YTN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연대가 중요한데, 독대가 불발돼 삐그덕거리는 신호를 보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지지층이나 중도층이 볼 때 두 사람이 자주 만나 의정갈등 등 현안을 해결하거나 진전된 해법을 마련하는 걸음을 내딛어야하는데 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배제대 석좌교수는 같은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나야하고 그걸 문제삼을 수 없다"며 "지금은 소통이 없는 상태로 굉장히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한 대표는 독대 불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당정관계 등 직면한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게 됐다. 승부수가 먹히지 않아 정치적으로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독대 불발에 대해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 만나야한다"고 밝혔다.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의 공을 대통령실에게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따로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독대 요청 배경과 관련해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이 있고 그 사안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찬 불참은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 정도만 말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친한계 진영에선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한 친한계 인사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하는 일이 뉴스가 되는 건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실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소원한 관계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지은

박지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