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최고위원 직무정지 징계 이후 바른미래당 분당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손학규 대표 측 당권파와 유승민 의원·안철수 전 의원 주축의 비당권파는 지난 4월 보궐선거 참패 이후부터 갈등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내홍은 이전보다 더 심화한 모양새다.
손학규 대표의 '추석 전 10% 지지율 안 되면 사퇴'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그동안 말을 아껴온 인사들도 손 대표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개혁보수 진영의 최다선 의원인 정병국 의원은 "손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의원 15명도 지난 24일 손 대표가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계속 유지하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27일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열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총선이 어느덧 6개월여 남았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하 최고위원 징계안이 '한 지붕 두 가족'을 유지해 온 바른미래당 변화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정신퇴락 발언' 하태경 징계로 또 얼어붙은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18일 하태경 최고위원에게 '당무 직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 의원이 손학규 대표를 향해 했던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발언 때문이다. 하 의원은 5월 22일 손 대표의 당무수행을 비판하며 "한 번 민주투사가 영원한 민주투사가 아니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민주주의가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 그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혁신해야 되는 것이 정치가의 숙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논란이 되자 하 의원은 발언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도 혁신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로부터 탈선할 수 있다는 충언을 드리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손 대표에게 수차례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결국 하 의원은 이 발언으로 4개월 뒤 당내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뒤집기 위해 손 대표가 벌인 자작 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 의원 징계로 손 대표가 당내 의사결정권을 쥘 수 있게 된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현재 비당권파 의원들은 당권파가 비당권파를 숙청하기 위해 윤리위를 동원했다고 주장한다. 하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 최고위원회 구성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4대 4로 나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경우 의견이 반반으로 나뉠 경우 당 대표가 결정권을 가진다. 결국 손 대표가 당내 의사결정권을 쥐게 된 것이다.
비당권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은 19일 "손학규 대표가 정치를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랐다"고 밝혔다. 지상욱 의원은 20일 손 대표를 향해 "하 최고위원은 네 번이나 공개적 사과를 했는데, 여기에 대해 당시도 아니고 몇 달 지난 다음에 (윤리위원회가 열렸고) 윤리위는 최고위원 5명이 위원장 불신임을 요구한 뒤 이뤄졌다"고 따졌다. 최고위원들이 윤리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윤리위원장 불신임 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안병원 윤리위원장이 자격을 잃었기 때문에 이후 열린 윤리위 결정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권파 측은 "징계는 이미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일각에선 이번 하 의원 징계가 끊임없이 내홍을 겪어온 바른미래당의 분당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27일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각각 회의를 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본관 215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당권파로 분류되는 채이배 정책위 의장, 임재훈 사무총장, 최도자 수석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비당권파 인사들은 옆방인 국회 본관 218호에서 오신환 원내대표 주재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의총에는 비당권파 수장인 유승민 의원과 오 원내대표, 정병국·이혜훈·하태경·정운천·지상욱·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13명이 참석했다.
바른미래당의 탈·분당 가능성과 관련해서 비당권파 지상욱 의원은 선을 그었다. 지 의원은 UP뉴스에 "의원들 별로 개인적인 의견은 있는 것 같은데, 탈당과 분당은 결론짓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 하루하루 처절하게 고민하고 의논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불편한 동거'의 역사 끝나나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사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민주당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이다. 반면 바른정당은 개혁보수를 표방한다. 두 당은 당 이념과 정체성도 정리하지 못한 채 합당했고, 창당 초반부터 당 강령에 '보수'를 넣을 것인지를 두고 대립했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내홍이 본격화된 것은 4월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부터다. 하태경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이 보궐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자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손 대표는 5월 "추석 때 당 지지율 10% 미달시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7월 비당권파의 비협조로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자신의 사퇴에 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5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선거제 개혁에 찬성하는 당권파와 반대하는 비당권파 사이의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지속된 갈등에도 '이혼' 결정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라서는 행보에 놓인 여러 난관들 때문이다. 당 자산과, 교섭단체 지위는 물론, 탈당시 의원직을 잃게 되는 비례대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또 바른미래당 한 축인 안철수 전 대표는 분당 위기 속에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불편한 동거를 계속할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할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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