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우 교수 "중대재해법, 원청 책임범위 명확히 해야"

유태영 기자 / 2025-08-27 16:37:02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노동부 20년 근무
"원청 처벌 수위 높지만 의무 범위는 모호"
"처벌 피하기 급급하면 안돼, 중소기업만 걸려"
"법보다 안전 예방 노력이 절실"

"원청과 하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벌보다 예방 노력에 집중해야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산재 줄이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3년 6개월이 지났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로도 SPC, 포스코이앤씨, 코레일 등 민간과 공공 분야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른다.

 

정부는 올해를 '산업재해 근절 원년'으로 삼고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공공 입찰 참여 제한에 더해 면허 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대책들을 거론하고 있다. 대출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금융 제재도 예고된 상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기대 내 연구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원청 책임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하되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약 20년간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한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다. 그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사후적 처벌 수위는 대폭 높였지만 원청이 산업안전보다 법을 피해가는데 몰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ㅡSPC 사망 사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공장에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이 쏟아졌다. SPC는 2교대 근무에서 3교대로 바꿨는데. 

"이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대처는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줬다.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로시간을 줄이면 당연히 중대재해는 줄어든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늘고 근로자 임금은 줄어든다. SPC가 비용 증가를 감내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해당 기업에게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3년 6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이런 식의 대책만 반복되고 있다."


ㅡ최근 쿠팡, 포스코이앤씨, 코레일 등에서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원청에 대한 책임 강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청에 대한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게 필요하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 중대재해 근절효과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원청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안전조치 의무 범위는 모호한 상태다.

원청과 하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벌 회피보다 산업안전 예방에 대한 노력이 이뤄져야 반복되는 재해 사망 사고를 줄여나갈 수 있다."

ㅡ중대재해법 시행 전부터 지금까지 '엄벌보단 예방이 우선이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과잉 엄벌은 장기적 관점의 산업안전 준수 노력보다 처벌 피하기에 몰입시키게 된다. 또 중대재해법 시행 뒤 기업 대표가 기소되거나 처벌 받는 경우는 중소기업에 국한돼 있다. 법 시행 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대기업들은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두고 안전관리 조직을 만드는 등 체계를 갖추면서 경영자들은 중대재해법 책임에선 더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 인력과 교육에 투입할 자금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걸리면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일하는 게 현재 대부분 사업장의 현주소다.

영국 로벤스 보고서(1972년 발표된 산업안전 보고서)는 법 준수로 지켜지는 산업안전은 20%이고 나머지 80%는 근로자와 기업의 중장기적인 안전예방 준수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지난 26일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유태영 기자]

 

ㅡ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 사고가 소폭이나마 줄어들기는 했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감소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들인 비용과 관련 부처 인원 증가 등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는 아니다. 사실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어도 기술 발전과 근로자 수 감소로 어느 정도 줄어들게 돼 있다.

선진국들에서도 대부분 매년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줄고 있다. 고려해야 할 부분은 지난 3년간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공사장 수와 면적이 줄어든 것도 감소의 이유라고 본다."

ㅡ국내 대기업들의 산업안전 수준은 글로벌 기준으로 어느 정도인가. 해외의 모범 사례는. 

"미국 듀폰사의 '브래들리 커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산업안전역량이 2, 3단계에 머물러 있다. 2단계는 안전관련 부서와 관리자만 관심을 갖는 수준이다. 3단계는 각각의 개인들과 모든 말단부터 최상단까지 모든 계층들이 자발적으로 안전을 관심 가지는 수준이다.

3단계와 4단계의 차이는 집단적인 자율안전 활동이 활성화돼 있느냐 여부다. 글로벌 기준으로 안전역량이 가장 높은 4단계에 속한 기업들은 작업자도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데, 1단계는 작업자들이 상부에서 지시를 해야만 안전에 관심을 갖는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

듀퐁, 바스프, 3M, 엑손모빌, 알코아 등이 안전역량 높은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연간 재해 건수가 적고 안전 시스템이 법적 기준을 상회한다."

ㅡ국내 기업들과의 차이점은.


"중대재해법 이전에는 산업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긴 했지만 예방에 중점을 둔 경영활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후 법 준수에만 급급하고 책임 범위가 모호하고 실제 현장에서 이행가능한 게 없다 보니 작업자들은 '법을 지키라고 만든 게 아니라 장식용'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온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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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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